[르포] 동해어업관리단 어업지도선 무궁화 26호 승선기, ‘지속 가능한 수산업, 그들이 있어 든든하다’
[르포] 동해어업관리단 어업지도선 무궁화 26호 승선기, ‘지속 가능한 수산업, 그들이 있어 든든하다’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9.01.0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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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자원, 어업질서, 어업인의 안전 지키는 바다의 파수꾼
동해어업관리단 무궁화 26호가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어업지도를 위해 항해하고 있다.

[현대해양] 2018년 12월 17일 오후 포항 송도. 잠시 기항했던 동해어업관리단(이하 동해단) 소속 어업지도선 무궁화 26호가 다시 출항을 준비한다. 직원들은 1년에 170~180일, 즉 1년의 반을 바다에서 생활한다.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위해 동해의 수산자원과 어업질서를 지키고 어업인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서다.

전날 밤샘 수색작업에 지친 전 탑승원이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다시 바다로 나아간다. 그런데 먼 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졌다는 소식에 연안을 따라 남하할 계획으로 출항하는 길이다. 겨울철엔 일기가 고르지 않아 먼 바다로 나가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게 최태화 항해장의 설명이다. 승선 경력 25년의 최태화 항해장은 무궁화 26호 선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무궁화 26호는 500톤 급에 그치지만 날씨가 좋은 날에는 한·일공동수역까지 항해한다고 한다. 대화퇴 부근에 이르다보면 북한 수역으로 입출어하는 중국어선의 무리도 발견할 뿐만 아니라 원정어업 나온 북한 어선까지 근거리에서 목격하고 뱃머리를 돌릴 것을 명령하기도 한단다. 그럼에도 작은 목선 하나에 기대어 한·일공동수역까지 접근하는 북한 어선원들이 측은하기까지 하다고.

최태화 항해장(사진 중간)의 지시에 따라 항해가 이뤄진다.
최태화 항해장(사진 중간)의 지시에 따라 항해가 이뤄진다.

동해단 관할수역은 동경 128도 30분을 경계로 한 동측 수역으로 관할면적이 전체 관할 해역 43만6,000㎢ 중 무려 17만 4,000㎢(40%)에 이른다.

무궁화 26호는 499톤으로 동해단 소속의 주력선이다. 편하게 500톤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동해단 14척의 지도선 중 7척이 500톤급이다. 이 날처럼 일기가 고르지 못한 날엔 1,000톤, 2,000톤 급과 달리 먼 바다가 아닌 연안 위주로 항해를 한다. 지도선이 멀리 나아가지 못하는 만큼 조업하는 어선도 많지 않다.

조타실 방향타를 잡은 항해사 옆에 선 항해장이 연신 쌍안경을 들여다본다. 조업하는 배가 적어 한산하다는 표정이다. 무궁화 26호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12노트 속도로 남으로 향한다. 간간이 VTS에서 항해 중인 선박과 교신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출항한지 4시간이 흘렀을 즈음 울산 북동방 24km 지점에 이르러 레이더와 쌍안경을 번갈아 가며 보던 항해장이 대형선망어선이 조업하고 있다고 말한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뜻밖에도 조업을 하고 있다는 표정이다. 안전지도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는지 항해장이 선내 방송을 시작한다.

“잠시 후 승선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니 단정을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쌍안경을 통해 조업하는 어선이 보인다.
쌍안경을 통해 조업하는 어선이 보인다.


풍랑주의보 속에서도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단속복장으로 갈아입은 지도감독관들이 갑판으로 모이고 단정이 내려진다. 고속단정으로 어선까지 가서 승선해 조사와 지도를 할 예정이란다. 지도감독관들이 단정에 옮겨 타기가 무섭게 수면 위에 올려진 단정이 빠른 속도로 물살을 가르며 달린다. 파도에 부딪혀 공중에 오르고 내리기를 수십 번 반복한 뒤 조업선에 도착했다.

85톤 급 강선. 부산 등록 대형선망어선이다. 이날 고등어 800상자(2만원/15kg상자), 풀삼치 700상자(7만원/20kg 상자)를 조업했다고 한다. 특이사항은 없다. 설사 위반 등 특이사항이 없다하더라도 승선해서 화재예방 등 안전사고에 대비할 것을 꼭 한 번씩 당부하는 것이 좋다고 단속팀장은 귀띔한다.

본선으로 복귀하는 길은 단원들 표정에 다소 여유가 있어 보인다. 본선에서는 갑판장, 기관장 등이 단원을 맞고 단정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지도선에 다시 오른 감독원들에게 단속 팀장이 간단한 주의를 당부한다. 급하게 서두르다 사고 위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오후 5시 30분 이른 저녁식사를 한다. 저녁식사 시간의 화두는 전날 수색과 위치보고 위반 어선 단속이었다. 전날 오전에 민원이 접수됐다는 것. 오징어 채낚기 어선과 대형트롤 어선이 불법 공조조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제보가 있어 출동했다는 것이다.

해당 어선은 위치보고 위반 혐의로 단속됐다. 공조조업은 하지 않았지만 의도적으로 위치보고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조어업의 경우 현장을 촬영하지 않는 한 단속, 처벌이 어렵다고 애로사항을 말한다. 어업인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어업관리단이 공조조업에 손 놓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속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단속을 위해 출동하는 순간 증거를 없애고 공조 예정 어선이 흩어지기 때문에 현장 단속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전날, 아니 당일 오전까지도 무궁화호 26호는 해상수색에 나섰다고 한다. 조업 중이던 어선원 한 명이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고 해양경찰과 구역을 나눠 밤새 수색을 하는 바람에 당직 근무자뿐만 아니라 전 직원이 비상근무를 했다는 것이다.

실종 어선원을 찾기 위해 전날 밤새 수색한 구역.
실종 어선원을 찾기 위해 전날 밤새 수색한 구역.

 

2명 1조로 4시간씩 당직근무가 기본이다. 당직자 근무 중에 단속팀장과 항해장이 당일 업무일지를 적고 매일 밤 9시까지 부산 기장에 위치한 동해단 본부에 보고하는 것도 일과 중 하나다. 밤은 깊어가고 배는 흔들린다. 풍랑이 더 거칠어지는 모양이다.

이튿날 아침 해가 떠오르기 전. 조타실을 항해장이 지키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기상청 발표 일기예보를 보여준다. 마음 같아서는 대화퇴 쪽으로 가고 싶은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오늘은 연안을 따라 북상하겠다고 한다.

이내 아침식사를 알리는 방송이 나온다. 아침식사는 빨리 끝난다. 다들 간단히 먹고 각자의 자리로 향한다.  그나마 어젯밤에는 비상이 안 걸려 모처럼 잠을 좀 잘 수 있었다고 한다.

무궁화 26호 유일한 여성 직원인 우수윤 항해사가 당직근무를 하고 있다.
무궁화 26호 유일한 여성 직원인 우수윤 항해사가 당직근무를 하고 있다.

 

인력은 부족해도

항해장의 항해 지시에 따라 다시 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날은 더 거칠어져있다. 오늘은 전날보다 배가 심하게 흔들린다. 출항하자마자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다. 항해장이 레이더에 손을 가리키며 선박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배는 북상해 갔다. 그러는 사이 통신실이 소란스럽다. 어선 충돌사고가 있었단다. VHS와 어선의 교신, 사고 선박을 알리는 교신이 계속 이어진다. 항해장이 선박과의 거리를 측정한다. 너무 멀다. 구조를 위해 달려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지만 주의는 늦추지 않는다. 풍랑에 주의하라는 방송도 계속 나온다.

오후 2시. 어선 한 척이 레이더에 잡혔다. 일기가 고르지 않은데 걱정이다. 항해장이 단정 하강 지시를 내린다. 다시 선실 곳곳에서 직원들이 단속복으로 갈아입고 갑판으로 뛰어나온다. 비장감이 돈다. 단정이 다시 물살을 가르며 달린다. 단정이 흔들려 배에 오르기도 쉽지 않다.

지도대상 어선은 16톤급 근해자망어선이다. 대구 40상자 (5만원/15kg상자)를 잡았다고 한다. 먼저 어구실명제 위반여부를 살핀다. 좁은 선장실 화기가 위험해 보인다. 단속팀장은 동해단 업무 홍보물을 건네고 안전항해하라고 당부하고 단정에 다시 오른다.

본선 복귀 후 ‘이젠 출동이 없겠지’ 하고 있을 때 방송이 나온다. 다시 출동준비하란다, 단정을 내리겠다고. 이번엔 다급해 보인다. 항해장에게 이유를 물으니 대게조업금지구역에서 연안자망어선이 조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불법조업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승선조사
승선조사

 

달리는 어선에 뛰어오르다

단정을 내리고 지도감독관들을 태운 단정이 달리는 어선을 향해 정선 방송을 하지만 어선이 멈추지 않는다. 종종 듣지 못한 듯 계속 달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불법조업이 더욱 의심스러워 보인다. 멈추지 않는 배를 어렵게 따라잡은 단정에서 감독관 두 명이 어선으로 뛰어오른다. 그리고 선장실로 들어가 배를 멈추라 한다.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

정선 명령에 응하지 않는 어선은 지도 단속에도 비협조적인게 일반적이다. 단속팀장은 사진부터 찍으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한다. 불법어구 등을 훼손하거나 바다에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어창마다 고둥과 대게가 가득하다. 자망으로 대게를 잡을 수 없는 곳. 선장은 통발로 잡았다고 한다. 자망 양망기는 있는데 그물은 없다. 단속팀장은 노련하게 일반적인 사항을 묻고 조사하고 확인한 뒤 안전조업과 안전귀항을 당부한다.

어업관리단의 존재는 우리 어업인의 안전조업을 위해 필요하다.
어업관리단의 존재는 우리 어업인의 안전조업을 위해 필요하다.

 

선상에서 팀장이 본선에 보고한다, 의심은 가지만 물증이 없다고. 당연히 물증이 없으면 기소할 수 없다. 본선을 맞는 항해장이 선명을 기록해두라 한다. 요주의 어선으로 기록한다는 뜻이다.

하루 2회 연속 승선조사를 마친 동해단 직원들이 복귀했다. 피곤해 보인다. 다시 바다가 어두워진다. 포항에 묘박하겠다는 방송이 나온다. 오늘도 정박할 곳이 없다.

무궁화 26호는 정원 16명에 현원 13명이 근무한다. 계속된 항해와 수색, 지도 단속의 연속이다. 인원 부족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보인다. 한 번 출항하면 8박9일이 보통이다. 해경의 근무조건과 비교하면 상당히 열악하다. 해경이 3교대인 반면 어업관리단은 2교대. 인원이 적으니 당직순번도 자주 돌아온다.

빠른 승선조사를 위해 고속단정을 올리고 내리는 일도 중요한 일이다.
빠른 승선조사를 위해 고속단정을 올리고 내리는 일도 중요한 일이다.

 

항해장과 직원들에게 애로사항을 물었다. 최 항해장은 “오징어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불법공조조업 단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다양한 수산자원회복 대책을 강구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중국어선 이동시기에는 이동구간에서 검문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홍일점인 우수윤 서기보(항해사)는 “어업단 일이 재밌다”고 했다. 그리고 “수산자원 보호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위해 힘든 줄도 모르고 수산자원, 어업질서, 어업인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헌신하는 동해어업관리단원들이 있어 대한민국 동해는 안전한 바다, 생명의 바다가 될 것이라 믿는다.

무궁화 26호 직원들
무궁화 26호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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