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공간계획 제대로 준비해야한다
해양공간계획 제대로 준비해야한다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01.0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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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이해관계 참여한 T/F 구축돼야

 

[현대해양] 지난해 4월 해양에서 발생하는 분쟁 조정을 위해 ‘해양공간계획법’이 제정된 이후 정부는 ‘해양공간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하지만 계획수립 초기단계부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성공적인 적용이 가능할지 우려를 낳고 있다.


세계는 해양공간계획 구축에 발 빠른 대응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바다에서 찾고 있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비정부기구인 세계자연기금(WWF)이 지난 201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해양의 자산가치는 24조 달러(2경5,000조원)로 추산되고 있다. 이와 같은 해양공간에서 미래산업으로 각광받는 양식, 어업, 해상물류, 석유·가스 시추, 골재채취, 에너지, 레저·관광, 해양바이오, 극지개발, 해저케이블·해양기지, 군사안보 등 해양개발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과학적인 분석과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해양개발 초기 단계부터 난개발을 배제하고 바다를 최고 수준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각국은 ‘해양공간계획(Marine Spatial Planning)’ 수립에 나서고 있다. 현재 전 세계 65개국이 해양공간계획을 이미 도입했거나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EU)는 지난 2014년부터 해양공간계획과 관련된 지침 마련을 시작해 2021년까지 회원국들의 계획 수립을 강제화했다. 독일, 네델란드, 벨기에 등은 이미 해양공간계획 추진을 위한 법률을 제정했을 뿐만 아니라 △국가 간계획 수립 △해양공간계획과 혁신성장 관계 연구 △시행효과 분석을 위한 지표 개발 등 제도 안정화 단계에 도달했다.

영국은 해양공간관리에 관한 법률과 더불어 행정 거버넌스를 통해 해양공간계획을 완료했으며 중국은 지난 2015년 구축한 ‘국가 해양주체기능구 계획’에 따라 오는 2020년까지 ‘해양공간개발을 위한 해양주체기능 구조’를 형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유네스코(UNESCO)가 지난 2017년 3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배타적경제수역(EEZ)의 3분의 1 이상이 해양공간계획 안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해양공간계획 설계 ‘시동’

전통적인 어업인 간 분쟁이 대부분을 이루었던 우리나라의 바다 공간도 최근 해상풍력-어업, 바닷모래채취와 관련해 건설업-수산업 등 다른 산업 분야 간 분쟁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는 우리나라는 해양공간 이용을 위해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을 준용해 왔다. 하지만 이와 같은 법규들은 EEZ 등 전 해역을 포괄하지 못하고 해양개발의 현대화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육지 면적의 4.5배에 달하는 해양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해양개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는 바다 공간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교통정리하기 위한 ‘해양공간계획’ 수립에 나섰다.

지난 2016년부터 경기만 일부 해역을 대상으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실시한 해양공간계획 수립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4월 17일 ‘해양공간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해양공간계획법)’이 제정, 공포됐다. 오는 4월 19일 시행 예정인 이 법률에 따라 지자체는 영해 구역,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는 EEZ와 대륙붕에 대해 해양공간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5년 단위로 각각 변경된다.

▲ 지난 2016년 경기만 일부 해역을 대상으로 KMI는 해양공간계획 시범사업을 수립했다
▲ 지난 2016년 경기만 일부 해역을 대상으로 KMI는 해양공간계획 시범사업을 수립했다

하지만 용도설정의 기준 문제, 지자체의 과학적 평가 역량, 재원 문제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해 제1차 해양공간계획(안)에 한하여 계획수립연구용역기관인 KMI가 계획수립에 나섰다. 해수부는 지난해 경남·부산을 시작으로 올해 전남·제주·남해EEZ 2020년 경기·인천·충청·전북·서해EEZ 2021년 강원·경북·울산·동해EEZ를 순차적으로 수립, 종합하여 오는 2021년에 전 해역을 아우르는 최종 해양공간계획을 구축할 계획이다. 더불어 해수부는 오는 4월까지 시행령(안) 및 시행규칙(안)을 제정하기 위해속도를 내고 있다.

해양공간의 현황, 이용 및 개발 수요 등을 고려해 9개의 해양용도구역으로 구분된다. 즉, 어업활동보호구역, 골재·광물자원개발구역, 에너지개발구역, 해양관광구역, 환경·생태계관리구역, 연구·교육보전구역, 항만항행구역, 군사활동구역, 안전관리구역으로 나눠지고 용도별 관리방향이 해양공간계획 안에 포함된다.


형식적인 지역의견 수렴

오는 4월 법이 시행되면 해양공간계획법 제9조에 따라 해양공간관리지역위원회(이하 지역위원회)와 해양공간관리지역협의회(이하 지역협의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지역위원회는 지자체에서 자문사항에 대해 조언하거나 기타 안건을 검토하는 역할을 하며 지역협의회는 계획 수립 초기 단계에서부터 계획 수립과정에 참여해 관리계획의 효율적인 변경·이행을 도모하는 역할을 한다. 공청회, 현장설명회 등을 통해 지역 공동체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계획 수립과정에서부터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겠다는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경남·부산권 계획 수립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지고 있다는 비판이흘러 나오고 있다. 경남도 해양수산과 소속 해양공간계획 담당자는 “지난 1년 동안 KMI 주관으로 항만, 양식장 등 현장답사, 간담회 등에 4차례 정도 참석했다”며, “지역 전문가나 주민이 참여한 간담회는 언제, 어디에서 진행됐는지 모르고 참석한 적도 없다. KMI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했다고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KMI에 지역전문가들을 추천하는 정도의 수준에서 협조했다고 덧붙였다.

시작부터 지자체 업무 담당자와의 정책 공감대 형성과 인식 증진이 선행되지 않은 채 업무 공백이 생길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현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 채 완성된 계획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2006년 연안 이용행위와 환경보전을 통합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수립된 연안관리법에 근거한 연안관리지역계획 및 연안정비기본계획도 서둘러 해수부와 지자체가 각각 수립했지만 현실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부에서 동의나 이해가 없이 서둘러 수립됐기 때문이다.

채동렬 경남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수부가 해양공간계획을 시급하게 구축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서둘러 만들게 되면 바다가 가진 생태적, 사회 경제적 가치가 과소평가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러한 해양공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과연 실효성있는 것인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 연도별 해양공간계획(안) 수립 계획
▲ 연도별 해양공간계획(안) 수립 계획

 

지역 이해 없이 ‘속도’

해양공간계획 설계 초기부터 지역의 담당 공무원, 전문가, 주민의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못하고 있다는 양상은 간담회마다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29일 창원 도청에서 열린 ‘해양공간계획 지역간담회’에 환경운동연합, 수협, 남동발전, 마리나 연구기관, 각 지자체 담당 공무원 등 관련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용호 해양소년단 경남남부연맹 국장은 “총 3시간 정도 행사 중 환영사 등 30분, 1시간 30분 정도를 해양공간계획에 대한 설명을 했고 진작 참석자들이 논의할 수 있었던 시간은 나머지 1시간 가량이었다”며, “이날 참석자들은 해양공간계획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였고 준비도 안 돼 경남지역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이 안 된 채 정책소개를 듣는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9개의 용도구역을 나누는 과정에서 상당한 기간을 통한 연구와 현지조사가 결여된 채 지역의 특성이 해양공간계획(안)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해양공간계획 수립과 관련해 우리나라 해역 전체를 대상으로 용도해역을 구분하는 것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김 국장은 “통영, 마산, 사천 바다의 현안 쟁점들이 제각기 다르고 지역별로 해양공간 면적이 상당한데 경남도 바다 전체를 대상으로 한 용도구역이 설정됐다”며, “국토공간계획에서도 창원을 대상으로 산업지구, 주거지구, 공업지구를 구분하는데 전 국토를 대상으로 구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의 해양공간계획 사례를 보더라도 이용행위가 집중되는 ‘만’을 중심으로 공간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용도해역을 지정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한 국가의 전 해역을 해양공간계획 대상으로 하고, 각각의 용도구역을 지정한 사례는 찾을 수 없다는 것.

채 연구위원은 “해상에 용도구역을 설정하는 것은 여러 행위간의 상충이 발생할 경우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가 우선하도록 순서를 정하는 것이지, 상충되지 않는 해역에 용도를 지정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한편, 선진국 사례를 보면 해양공간계획의 대부분은 해양보호구역 60% 이상 차지하는데 이 면적은 경계 설정만 해주고 특수한 장소만 보호한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특히, 유학시절 영국의 데프라(Defra, 환경ㆍ식품ㆍ농어촌)가 추진한 ‘Invest in Fish Programme’사업에 참여한 채 연구위원은 특히 ‘어업활동보호구역’에 대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선진국들과 정반대로 가는 정책이라는 반응이다.

채 연구위원은 “바다의 특정 면적을 어업활동보호구역으로 설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바다의 대부분은 어업활동이 허용되는 곳이고, 따라서 어업활동을 보호하는 구역을 따로 지정할 필요가 없다”며, “일부 생태적으로 민감한 해역을 어업자원 보호구역을 지정하고 그 안에서 인간의 유해 행위를 금지하는 방향이 많은 나라들이 채택하는 방식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 담당자는 “중국, 영국,독일, 네델란드, 벨기에 등은 전 해역 대상으로 미국, 케나다 등이 특정해역 중심으로 계획 수립이 추진되는데 우리나라는 영해가 상대적으로 넓지 않고 해역별로 수요상충이 우려되는 다양한 현안들로 인해 전 해역을 대상으로 추진하지만, 모든 해역에 용도구역을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미지정구역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경남이 직면한 도서관광, 해양플랜트, 바다목장, 연안수산물 급감 대책 등과 같은 현안 문제를 반영한 구역 설정보다 해상풍력, 어업보호구역 등 몇몇 현안에 대한 찬반 논의가 대부분이었다고 알려졌다. 이와 같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경험을 축적한 주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개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영국의 해양공간계획 이용 사례
▲ 영국의 해양공간계획 이용 사례

 

강제조항 없어 유명무실한 제도 되나

해양공간계획법이 국토계획법(‘토지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비교해서 취약한 점은 강제사항이 아니라는 점이다.

채 연구위원은 “법적인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이용행위만을 규제한다면 강제성이 없이 허용범위는 모든 행위들이 될 것이고 해역을 이용하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김용호 국장은 “현실적으로 수산자원고갈로 어려움을 겪는 어업인의 경우 강제사항이 아니라면 군사구역에서 훈련이 없을 때 조업에 나설 것이 아닌가”라며, “강제화가 없다면 법이 실효성이 있겠냐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수부 해양생태과 해양공간계획 담당자는 “용도별로 중복이 되는 구역이 있을 것을 충분히 고려하겠다”며, “만약 군사구역이라고 해서 1년 내내 훈련하지 않기 때문에 어업과 양립 가능한 부분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든 부서가 참여한 T/F 구축돼야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해양공간계획(안)이 수립된다면 경남의 시급한 해양수산 현안인 수산자원관리, 바다목장사업, 도서관광, 진해항 확장, 해양플랜트 단지 구축 등이 제대로 반영될 수 없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해양공간계획(안) 수립을 담당하는 부서는 해수부 해양정책실 해양생태과 내 존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종합적인 계획수립이 진행되지 못하는 이유가 이와 같이 최고 지휘부에서부터 해양공간계획을 홀대 한다는데 있다고 꼬집는다.

해양공간계획평가 전문기관인 KMI 또한 지리학을 전공한 전문연구위원 1명이 용역을 지휘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해수부, KMI가 내실있는 해양공간계획 수립을 위해 항만, 어업, 양식, 환경, 레저 나아가 타 부처산업의 에너지, 건설 등 다양한 분야의 담당자들이 T/F를 구성해 종합적인 정책 결과물을 도출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수부, 아직 미확정 상태로 지속보완하여 실효성 확보하겠다는 입장

한편, 해수부는 현재 준비중인 해양공간계획안은 국가계획은 물론, 최근 3년간 지자체에서 수립한 이용계획 등과 지역협의회 의견 등을 고려, 기본적으로 지역 수요를 반영하고 있다고 하며, 법 시행 전 지속적으로 보완 절차를 거칠 계획이며, 법 시행 후에도 공청회 등 공식적인 의견 수렴과 법정 절차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지자체 담당자를 대상으로 별도 설명회를 2월에 개최한다는 입장이다.

또 해양공간계획법 제정 취지를 고려하여 갈등의 사전 예방을 위해 해사채취 등 현안이 있는 해역을 우선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전 해역의 해양공간계획은 지난 6년에 걸쳐 마련한 것으로 급하게 추진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기본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의 각각의 입장이 있어 하나로 모아 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그동안 합리적인 계획안을 마련하기 위해 나름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계획 확정 전까지 지속 보완하고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하였다.

아울러 해양공간계획은 국가별로 국가 및 해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추진되는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해양공간계획이 존재한다고 했다. 

또 강제조항 비미와 관련해서는 법에 따라 사전에 해수부와 해양공간 적합성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효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종합콘트롤 타워 부재에 대해서는 제도의 조기정착과 원활한 추진을 위해 인원 증원, 전담조직 신설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해양공간계획 첫삽을 뜬 시점에서 참여와 협력을 통한 내실있는 결실을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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