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파 이주홍과 해양인문학이야기 07 물고기를 의인화한 동화의 세계
향파 이주홍과 해양인문학이야기 07 물고기를 의인화한 동화의 세계
  • 남송우 부경대학교 교수
  • 승인 2019.01.1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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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향파 이주홍은 오래 전부터 유래되어 오던 이야기를 기본으로 해서 창작 동화 작업을 많이 시도했다. 이를 일명 전래 동화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래된 이야기를 그대로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으로 또 다른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낸다는 점에서,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작업의 결과물이다.

재미있고, 익살스러우면서도 교훈적인 옛이야기들을 현재화하는 작업을 시도한 것이다. 향파는 동물이나 곤충, 그리고 식물을 대상으로 동화 작업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물고기를 대상으로 동화작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 이야기의 하나가 ‘가자미와 복장이’, ‘청어 빽따귀’등이다. 이 중 ‘가자미와 복장이’를 먼저 살펴보자.

가자미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 가자미와 넙치는 불같은 성격 때문에 아웅다웅 서로 다투는 일이 많았다. 어느 날 아름다운 유리구슬이 가자미와 넙치 집의 중간에 떨어지자 유리구슬을 값진 것으로 생각하고 가자미는 오른쪽으로, 넙치는 왼쪽 자기집 방향으로 힘껏 당겼다. 너무 힘을 쓰다 보니 오기가 생겨 눈에까지 힘이 들어갔다. 이때 문어가 무슨 일인가 구경하러 와보니 가자미와 넙치사이에 자신의 동생이 있는 것을 보고 화를 내며 동생(유리구슬)을 안고 갔다. 가자미와 넙치는 문어에게 유리구슬을 뺏긴 후 신경질이 나서 서로의 집에 들어가 며칠을 앓아 누웠다. 가자미가 외출준비 하려고 거울을 보니 자기 눈이 오른쪽으로 몰려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밖에 나가 넙치를 만나 보니 넙치의 눈도 왼쪽으로 몰려 있는 것을 알았다. 따라서 다른 물고기들은 눈이 한쪽으로 몰려 자신들을 노려보는 가자미와 넙치를 싫어해 같이 놀아 줄 친구가 없어서 가자미와 넙치는 서로를 위로하며 사는 사이좋은 사촌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옛날 우리 조상들은 가자미의 여러 가지 설화와 해학 등을 재미있게 표현했고, 그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이러한 가자미에 대한 이야기를 향파 이주홍은 ‘가자미와 복장이’에서 적절하게 원용하고 있다. 말 그대로 전래되는 이야기를 단순히 재구성하는 선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으로 창조해내고 있다. 그 이야기의 대강은 다음과 같다.

누군가 어깨를 툭치기에 돌아다봤더니 아침밥 때 까먹어 줬던 작은 새우들이 양편에서 칠우를 호위하듯 떠오고 있는 것이었다. 두부 장사를 하는 가자미와 기름 장사를 하는 복장이는 앞뒷집에 사는 친구이다. 그러나 이름만 친구이지 실제는그렇지 않다. 서로의 집에서 상대방의 물건을 외상으로 갖고 와서는 절대로 갚지 않는 욕심쟁이들이다. 어떻게 하면 상대에게 더 큰 손해를 입힐 수 있을까 고민하는 자들이다. 그런 중 물난리가 나서 사고를 당했다. 그 바람에 가자미는몸이 납작해지고, 복장이는 몸이 뚱뚱하게 불어버렸다. 그리고 바다로 흘러간 둘이는, 영영 원수가 된 채로 바다에서 살았다. 지금도 생선 가게에 가 볼라치면, 가자미와 복장이는 늘상 서로 흘겨만 보고 있는 것이다.

“여어, 한 쪽으로 두 눈을 몰아붙인 병신 납작이?”

“여어, 배불뚝이 영감, 안녕하신가?”

그러다가 나중엔 꼬옹한 눈을 노려보면서 이를 악문다.

“너 이놈, 내 집에 와서 깨 훔쳐 먹었지!”

“너 이놈, 두고보자, 내 집에 와서 콩 훔쳐 먹은 도둑노움!”

지나친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은 파멸에 이르렀지만, 반성은커녕 상대를 서로 원망만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끝까지 자신들의 입장을 고집하는 모습을 견지하고 있다. 이런 가자미와 복장이의 모습을 통해서 어린 아이들에게 분명한 교훈의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단순히 아이들을 향한 이야기를 넘어서서, 가자미와 복장이의 이야기를 통해서, 욕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모든 인간들의 본성을 익살과 해학으로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두 물고기가 보여주는 욕심으로 인한 우수광스러운 언행들을 바라보는 독자는 입가에 웃음을 짓게 된다. 이러한 풍자가 물고기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향파의 바다에 대한 관심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바다 속에 생존하고 있는 수많은 어족들 중 의인화할 수 있는 대상들을 선정하여 이야기로 꾸밈으로써 아이들에게는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향파는 아동들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기도 했지만, ‘배암새끼의 무도’, ‘호랑이 이야기’, ‘청개구리’, ‘개구리와 뚜꺼비’등 동물을 대상으로 한 작품을 많이 창작했다. 이렇게 육지에 서식하는 동물뿐만 아니라, 바다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에 대한 이야기를 의인화함으로써, 인간 삶의 본질적인 방향을 돌아보게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의인화를 통해 익살과 해학, 풍자가 자연스럽게 표출되게 한다는 점에서 향파 동화의 특징이 있다. 이러한 향파 창작 동화의 특징은 어린이들에게 웃음을 제공함과 동시에 해학과 재치, 삶의 지혜를 불어넣어 주려고 한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 1979년 월간 현대해양 신년호 휘호
▲ 1979년 월간 현대해양 신년호 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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