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선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원가구조개선과 환경변화에 맞는 정책지원으로 해운 역량 강화할 것 ”
황호선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원가구조개선과 환경변화에 맞는 정책지원으로 해운 역량 강화할 것 ”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01.0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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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국가전략산업 인식 전환 시급”

[현대해양] 한국해양진흥공사 출범 반년이 지났다. 국내 해운 역사상 최초로 해운업만 지원하기 위한 금융기관 설립에 여전히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실추된 국내 해운 역량을 재정립하겠다는 해운재건 사업이 공사 설립으로 급물살을 타게 되면서 초대 사령탑을 맡은 황호선 사장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황 사장은 1952년 출생, 부산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졸업, 미시간대학교대학원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부경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꾸준히 글로벌 무역거래를 연구해 온 그는 대통령자문 동북아경제중심 추진위원회, 해수부 정책자문위원회,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특별위원회 등 해운·항만정책과 관련된 정책입안에 관여하면서 다방면의 활동을 해왔다.


올해는 2020년까지 초대형 선박 20척 발주, 친환경 선박 전환 등의 굵직굵직한 목표달성을 위한 전초적인 해로 평가되고 있다. <현대해양>이 황 사장을 만나 신년 업무추진방향에 대해 들었다.


설립 반년이 흘렀다. 공사의 성과는?

신생 금융기관인 공사는 지난 6개월간 사업 환경 구축과 조직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금융기관은 대외적으로 신뢰성을 입증하는게 핵심인데 우리 공사는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로부터 최고 수준인 AAA를 받았고, 선박금융 관련 투자, 보증사업을 위해 외국환업무 취급기관으로 등록을 마쳤습니다. 또한, 정부 출자금 1조4,800억 원을 출자 받고 통합기관인 한국해양보증보험, 한국선박해양으로부터 총 1조3,200억 원의 자산을 승계 완료해 자본금을 2조 8,000억원으로 확충했습니다.

또한, 공사 출범 당시 경영혁신본부, 해양투자본부, 해양보증본부 3본부 체제로 운영되었던 조직체계를 국적원양선사의 구조조정, 한국해운연합(KSP) 등 정부의 위탁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정책지원본부를 신설하고 투자본부와 보증본부의 통합하여 투자보증본부로 일원화 하는 등 조직을 기능과 역할 중심으로 개편했습니다.

지난 6개월간 설립 초기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해운재건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사업기반 구축을 최대한 앞당겼고, 짧은 시간 동안 총 10개 중소선사에 선박 16척에 대해 보증과 S&LB 방식으로 해운선사의 안정적인 선박도입과 유동성을 지원하였습니다. 국적 원양선사의 경쟁력 강화라는 정부 정책에 부응하여 ‘HMM 경영정상화 이행을 위한 약정서’를 체결하고 초대형 컨테이너선 도입, 항만 터미널 확보 등에 참여하여 경쟁력 회복을 위한 초석을 다졌습니다.

 

국내 해운업이 장기간 침체 늪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해운업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선복량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제 침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우선 2009년 이후 주요 선사들의 선대 대형화를 통한 운임 원가를 낮추는 과정에서 선복량이 급속하게 증가한 반면 해운 수요, 물동량의 증가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해외 경쟁 선사의 인수합병(M&A)과 초대형선 발주로 인해 해운업 경쟁 양상이 달라진 가운데 국내 해운업은 자금조달여건 악화와 높은 금융비용으로 인해 시장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었다고 봅니다.

더욱이 전반적인 해운업 경기가 침체되자 해운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지원은 급속하게 축소되었고, 2008년 금융위기 이전 4조원에 이르던 민간 금융기관의 선박금융이 금융위기 이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어 민간 금융권의 선박금융은 거의 실종된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적 선사의 매출액, 영업이익 등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가운데 선박금융시장까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자 선박, 터미널 등 영업 핵심자산을 매각하여 유동성을 확보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봅니다.


올해 해운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사의 주요 지원 방향은 무엇인가?

우선 선사들의 원가구조개선에 역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할 생각입입니다.

원양선사의 경우 초대형 친환경 선박의 확충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갖추는데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9월 현대상선은 20척의 초대형 친환경 컨테이너선을 발주했습니다.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입되면 고정비 원가가 현저히 낮아지고, 선대 규모가 100만TEU로 커져 규모의 경제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선박 뿐 아니라 국․내외 거점 항로의 항만터미널에 대한 지분을 점차 확대하여 규모의 경제뿐만 아니라 범위의 경제효과도 확보하고 컨테이너 박스, 선박 기자재 확보 등에도 관심을 가질 계획입니다.

중소선사의 경우 해운업 장기 불황의 여파로 재무구조가 급격하게 나빠져 우수한 영업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원을 못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공사가 선사의 신용을 보강해 제1금융권에서 금융을 조달받고, 높은 금융비용 체계를 개선시켜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처럼 해운업 전반에 걸쳐 산재된 비효율적 비용요소를 찾아내 적절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국적선사의 원가경쟁력 제고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둘째,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맞는 정책지원을 통한 해운업 역량 강화입니다.

최근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와 국제사회 및 화주의 요구사항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해운업의 지속적 불황으로 영업환경은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2020년부터 발효되는 환경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친환경설비 장착에 따른 해운업계의 자금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정책지원에 앞장설 계획입니다. 올해 초 해양수산부에서 추진하는 친환경설비 이차보전사업과 연계한 특별보증상품을 신설하고 지원 효과를 극대화할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예정입니다. 해운업계에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환경규제를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재도약의 기회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그 발판을 마련할 것입니다.

또한 K2 통합법인, 한국해운연합(KSP) 등 해운업계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입니다. 상호경쟁과 과다출혈보다 선사 간 자발적인 선복교환, 항로개척 등을 통해 선사 간 상생과 경쟁력이 제고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할 것입니다.

 

최근 중소선사 제2차 경영지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사 후속 지원방안은?

지난 12월 중소선사를 대상으로 경영지원 수요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번 수요조사는 올해 중소선사의 선박 확보 계획을 파악함과 동시에 공사의 중소선사 지원 방향성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 진행되었습니다. 수요조사 결과, 32개 선사에서 총 3조 5,636억 원 규모의 선박 신조, 중고선 매입, S&LB 등의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중소선사 수요조사 결과에 발맞춰 공사는 지원규모를 대폭 확대해 운영할 방침입니다.

우선 선박도입에 필요한 선박금융조달을 원활히 하고 금융비용 절감을 위해 올해 3,000억원 규모의 보증을 공급하고, 중소선사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S&LB지원 사업을 1,000억원 수준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미 S&LB지원 사업은 1차 지원접수 중에 있으며 선사의 편의를 위해 상시 접수할 수 있도록 운영 체계를 변경했습니다.


국내 선박금융시장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최근 글로벌 금융사들은 부동산,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자산의 투자 수익률에 안주하지 않고 대체투자 영역인 선박, 항공기, 에너지, 사회간접자본(SOC), 환경 등 전방위로 투자를 확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일부 금융사들은 여전히 부동산 투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국내 자본시장의 흐름이 비생산적인 부동산에 집중되면서 투기를 조장하고 생산적인 산업에 자금이 흐르지 못해 산업경쟁력이 저하되는 등 상당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초래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사업을 직접 발굴할 역량과 전문 인력이 부족해지고 결국 선박금융 분야도 선진국에 비해 수준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 민간은행인 ‘이요은행’은 올해 세계해운시황을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지난 2017년 대비 6.8% 증가한 7,235억엔(7조원 가량)을 2019년 선박금융 대출액으로 확정했습니다. 일본 또한 장기적인 해운불황 국면에 처해 있지만 금융기관이 해운업을 단순한 금융 논리의 잣대를 대지 않고 국가전략산업으로 보고 적극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 덴마크,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우리나라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해운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공사 설립 이후 해운업에 투자하고자 하는 민간 금융기관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공사는 금융기기관의 리스크 부담을 덜어주고 민간 금융기관의 선박금융시장 참여를 유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KEB하나은행, Sh수협은행, BNK부산은행과 업무협약을 갖고 해운업과 중소선사에 대한 금융지원에 협력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올해에도 민간 금융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해운과 금융이 상생하는 생태계가 구축되도록 하겠습니다.


자본금이 부족하다는 여론이 많은데...

초기 납입 자본금 2조 8,000억원에 머물고 있어 일각에서는 10조 이상으로 확충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선박이 대형화, 고품질화 되면서 1척에 2,000억원 가까운 비용이 발생하고 공사 출범 이후 추진되는 지원 사업이 산적해 있어 당초 책정된 자본금으로는 원활한 사업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현재 공사 시재금이 잔존해 있어 자본금을 활용한 보증·투자 사업 진행함에 있어 문제는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조만간 정책지원 사업이 확대될 예정이고 아울러 안정적인 공사 사업의 운영을 위해서 중장기적으로 자본금이 확충, 특히 현금성 자금의 확보는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중장기적인 사업계획과 추진 사업의 진행상황에 맞게 자본금 확충을 요청하고 필요하다면 법안에 명시된 자본금 5조원도 확대할 수 있도록 법안개정 작업도 정부와 국회에 요청할 예정입니다.

 

해운의 산업적 가치에 대한 소회는?

“대한민국 해운재건의 5개년 계획”의 성공적인 달성을 위한 최우선 조건은 국민적 공감대 확보입니다. 해운업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견인해 온 핵심 기간산업으로 지금까지도 수출입 물동량의 99%를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비상시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국가전략산업입니다. 우리는 이미 지난 한진해운 사태 때 물류가 마비되고 국가적 대혼란을 겪는 과정을 통해 해운업의 중요성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많은 국민들이 해운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듯합니다. 해운을 포함한 항만, 물류 산업이 국민의 삶과 매우 밀접한 산업이고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기반산업임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경제가 연 성장률이 3%를 넘지 않고 고용의 양과 질이 정체되어 있습니다. 해운업의 경쟁력 강화는 해운 연관 산업인 항만․물류․조선․금융산업으로 그 효과가 확대되어 고용을 증대시키고 국민경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공사는 앞으로 해운사업의 경쟁력을 복원하는 노력과 함께 해운의 산업적 가치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넓혀나가는데 적극적으로 앞장서도록 하겠습니다.

올해는 우리나라 해운 경쟁력을 한층 강화시키는 중요한 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국민들이 해운업의 재건과 공사의 역할에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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