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환경 변화와 수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바다환경 변화와 수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 임추성 후포수산업협동조합장
  • 승인 2019.01.0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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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추성 후포수산업협동조합장
▲ 임추성 후포수산업협동조합장

[현대해양] 어자원이 줄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자원의 고갈 원인 중 하나로 해양환경변화 즉, 고수온을 이유로 든다. 환경 변화를 가장 잘 대변하는 대표 어종으로는 오징어와 멍게를 꼽을 수 있다. 공교롭게도 본인은 과거에 오징어채낚기어업, 최근에는 멍게양식업을 하는 수산인이다.

 

오징어는 줄어든 것인가, 돌아오지 못하는 것인가

우리나라에서 어획되는 오징어의 주어종인 살오징어는 단년생이며 회유하는 특징이 있다. 살오징어는 가을철 동중국해와 일본 쪽 연안에서 산란 후 대마난류를 타고 동해로 유입되면서 점차 성장하고, 산란기가 되면 태어나 자란 곳으로 되돌아가 산란 후 일생을 마친다고 한다.

살오징어는 섭씨 5도에서 27도의 광범위한 수온대에 걸쳐 서식하지만, 섭씨 12도에서 18도 사이가 어군 형성 수온대로 알려져 있다. 또, 한류와 난류의 교차에 따른 수온전선의 위치, 수심에 따라 수온이 급격히 변화하는 수심대인 수온약층의 깊이 등 해양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 어종이다. 2000년대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을철 최고 오징어 어장은 울릉도와 독도 주변에 형성돼 왔다.

그러나 최근 지구온난화 등 해양환경변화에 의해 남쪽으로부터 고온의 해류가 강하게 유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을철 울릉도 주변에 형성되었던 오징어 어군이 대화퇴 해역까지 북상하면서 예년에 비해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징어 어군 형성도 시기가 점차 늦춰지면서 예전 가을 오징어에서 겨울 오징어철을 맞고 있다. 이렇다할지라도 어획량이 늘어 어업인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면 좋으련만, 이에 대한 예측 또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중국어선의 동해 쌍끌이 오징어 남획에 의한 피해도 심각하다.

북·중어로협정에 의해 2004년부터 동해 북한 수역에서 많게는 수천척의 중국쌍끌이어선들이 오징어 조업을 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오징어는 회유성 어종이다. 동해 우리수역으로 남하하는 오징어를 북한 수역에서 먼저 쌍끌이 해버리니 우리나라 동해에까지 내려오는 오징어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9일,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은 동해 NLL 남쪽 해상에서 불법조업 후 도주 중인 중국어선 2척을 나포했다. 동해에서의 중국어선 나포는 처음 이뤄진 것으로 그동안 어업인들이 주장해온 동해해역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이 사실로 드러났다. 나포 당시 중국어선에는 45톤의 오징어가 실려 있었다고 한다. 북한 수역에서 조업 중인 중국어선을 1,000여척이라 가정하면 그 오징어 어획량은 실로 엄청나다.

최근 남북한 어로한계선의 특정해역에서 오징어 어군이 형성됐다. 이는 자칫 우리 어선과 중국어선의 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정부의 철저한 감시와 우리어선의 보호가 시급한 실정이다. 아울러, 최근 남북 화해모드에 발맞추어 남북공동 어로수역 설정 등 신어장 개척을 통해 우리어선의 조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일본산 수입멍게로 양식어업인 이중고, 삼중고

바다향 물씬 풍기는 멍게는 우리나라 동해와 남해 연안수심 5~10M에 서식하며, 상큼하면서도 쌉싸래한 맛과 향이 독특한 어종으로 신진대사와 당뇨병 및 심혈관 질환에 효과가 크다. 국내 양식멍게 생산은 통영을 중심으로 한 경남에 이어 강원, 경북 순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멍게양식 생산자들은 고수온에 의한 폐사 등 수많은 질병과의 사투는 물론, 일본산 수입으로 인한 가격하락까지 이중고, 삼중고를 겪고 있다. 양식멍게는 유달리 수온에 민감한 품종이다. 멍게 양식의 적정 수온은 10~24도 정도로 이를 벗어난 환경에서는 멍게가 먹이 섭취 등 생리현상을 중단해 심한 경우 껍질까지 물렁해지면서 녹아내린다. 일반적으로 멍게 양식어가의 여름철 자연폐사율은 10~20% 정도다.

하지만 2016년 여름 이후부터는 이상 고온 현상이 발생하면서 입식량의 절반 이상이 녹아내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30도에 육박하는 고수온이 장시간 지속되다보니 해결 방법을 찾기가 요원한 현실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양식어가에서는 비교적 수온이 낮은 저층에서 양식을 시도해 보기도 하지만, 저층에는 멍게에게 치명적인 빈산소 수괴가 빈번히 발생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힘들게 멍게를 키웠더라도 일본산 멍게가 수입되면서 양식어가는 한 번 더 깊은 한숨을 내쉬게 된다. 일본산 멍게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으나 또 다시 증가하는 상황이다. 일본 멍게 양식시설이 복구되고 멍게 생산량이 대지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기 때문이다.

2013년 정부는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에서 생산되는 모든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했다. 수입 금지 지역에는 일본 멍게생산량의 80%이상을 생산하는 미야기 현도 포함됐다. 그러나 정부의 수산물 수입 금지조치 후에도 해당지역이 아닌 홋카이도 지역의 멍게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점차 수입량이 증가, 대지진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수입량이 2배 이상 늘고 이로 인해 단가까지 하락해 국내산 멍게가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이제는 우리 멍게 양식업계가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최근, 국립수산과학원은 고수온 등 자연재해를 대비하고 기존 멍게양식장이 가진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외해에서멍게를 양식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이 결과, 외해 양식 멍게는 내만의 멍게와 비교해 성장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며, 생존율은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이와같이 멍게양식 방법의 다변화, 우량 멍게 종자의 연구개발 등 해양환경변화에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여러 방안이 모색되어야한다. 아울러, 생산과 소비의 시장경제활동에 있어서도 수입물량 조절 등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시각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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