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성장산업으로서의 미래 수산업을 열자
새로운 성장산업으로서의 미래 수산업을 열자
  • 김영섭 부경대학교 총장
  • 승인 2019.01.0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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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섭 부경대학교 총장
▲ 김영섭 부경대학교 총장

[현대해양] 지난 한 해도 수산업은 힘든 한 해였다. 2016년 이후 100만 톤 아래로 떨어진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아직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어획량 비중이 높은 오징어의 경우 기후변화의 영향과 중국의 과잉조업으로 인해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다른 주요 어종들의 경우에도 어획량이 크게 감소하고 있어 어업생산성이 저하되고 있다. 이러한 어획량 감소에 따라 업체가 도산하는 등 어업경영 역시 크게 악화되고 있다. 더욱이 어선원 구인난과 어업인 노령화가 더욱 심화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향후 어업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기가 실로 어려운 실정이다.

양식업 생산량은 전체 수산업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품종별로 살펴보면, 해조류 양식생산에 힘입어 전체 양식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시장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어류와 패류 양식의 경우에는 생산량이 정체 혹은 감소추세에 있다. 이는 양식업 구조가 여전히 과거부터 지적되어 온 양식경영의 영세성, 양식시설의 노후화, 불법적인 양식시설, 밀식 등의 문제가 여전히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장환경의 악화와 폐사율 증가 등으로 양식경영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고,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의 빈번한 발생으로 양식업의 지속성에 불안정성이 큰 실정이다. 

수산물 가공업도 영세 규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수출보다는 대부분 내수 시장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여전히 가공원료를 확보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시설노후화와 해외 판로 미확보로 인해 더 이상 규모를 확대하지 못하는 실정에 놓여 있다. 수산물 교역에 있어서도 수출량은 감소하고 있고, 냉동품 위주의 단순가공품 중심으로 수출 규모를 확대하는데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수산물 수입은 이미 연간 5조원 이상 큰 폭으로 증가하여 국내 수산물과의 시장경쟁이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 

지금까지 수산분야별로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 수산업은 소규모 영세 구조에 머물러 있으며, 동일한 문제점들이 수십 년간 되풀이되고 있다. 이미 어업제도를 과감히 개혁하여 새로운 어업정책을 추진하거나, 대규모 자본과 기술을 투자하여 양식업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수산선진국들의 상황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수산선진국들에 있어 어업의 경우 수산자원은 무주물(無主物)이 아닌 국민 전체의 공유재산이라는 명확한 인식 아래 정부 및 어업인들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있다. IQ(개별할당량제도) 혹은 ITQ(개별양도성할당량제도) 등과 같은 시장적 어업관리제도 도입을 통해 국가는 자원상황을 고려한 전체 어획할당량을 설정하고, 어획량과 조업활동에 대한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어획량을 할당받은 어업인들은 조업효율성과 수익성 증대를 위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할당량 거래를 통해 조업경쟁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 국가는 수산자원관리에 집중하고, 어업인들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여 자율적인 조업을 행함으로써 어업의 지속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양식업과 동일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던 노르웨이의 경우 1990년대 중반 양식관련법 개정을 통해 어병관리와 어장환경 오염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양식업에 대한 자본진입장벽을 완화하여 양식업의 대규모화와 기업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양식어가들에 대한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보다는 생존율 향상, 비용 절감 등을 위한 양식기술개발에 국가적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양식업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그 결과 비교적 단기간 내에 세계 최고의 수산양식 강대국이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 수산업의 위기는 곧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기회이다. 현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단기적이고 소극적인 정책의 변화보다는 정책의 방향성을 과감히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즉, 현재와 같은 정부주도 그리고 정부지원 중심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정부와 업계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수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들은 과감히 철폐하고,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어업인들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창의적 수산경영이 가능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어업에 있어서는 연안어장과 근해어장을 명확히 구분하여 연안어업을 보호하면서 근해어업은 주어진 할당량 하에 기업가적 경영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함으로써 조업경쟁력과 수익성을 확보해 가도록 해야 한다.

양식업에 있어서도 진입 및 투자 환경을 개선하여 대규모 기업적 양식이 가능하도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국제적인 수산자원 확보 및 수산식품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 하에서 가공용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양식이 해면과 내수면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풍부한 가공원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고부가가치 수산식품이 개발되어 수출을 포함한 글로벌 수산식품시장을 개척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기업적 수산경영 하에서 산․학․연 민간 중심의 수산기술개발이 활성화되도록 하고, 수산환경 변화에 맞추어 업계의 현안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다양한 기술개발이 실효성 있게 도모되어야 할 것이다.

과감한 수산업 구조 변화와 제도 개혁을 통해 더 이상 과거의 동일한 문제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신규 참입자들이 대거 유입되어 어업, 양식, 가공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창의적 경영이 이루어질 수 있는 새로운 성장산업으로서의 미래 수산업 발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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