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한진해운은 없다. 각국 해사도산 전문가 ‘머리 맞대’
제2의 한진해운은 없다. 각국 해사도산 전문가 ‘머리 맞대’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8.12.27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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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ABL 국제해사도산 세미나
▲ 지난 11월 29일 ‘제5회 ABL 세미나’가 ‘국제해사도산’을 주제로 고려대 CJ 법학관에서 개최됐다.
▲ 지난 11월 29일 ‘제5회 ABL 세미나’가 ‘국제해사도산’을 주제로 고려대 CJ 법학관에서 개최됐다.

[현대해양] 한진해운 파산 과정이 전 세계에 적나라하게 노출되면서 당시 정부의 미흡한 대응이 ‘뭇매’를 맞았다. 이에 국적 선사 파산시 회생과 관련해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각국의 선진 해사도산 관련 제도·금융기법을 공유하고 평가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1월 29일 ‘제5회 ABL 세미나’가 ‘국제해사도산’을 주제로 고려대 CJ 법학관에서 개최됐다. ‘ABL’은 지난 2008년부터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1년에 2회씩 발간하는 국제저널로 김인현 교수(현,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장)가 편집장을 맡고 있다.

이번 행사에 미국의 Richard Singleton 법무법인 BlankRome 변호사, 일본의 Abe 변호사, 중국의 James Hu 상해해사대학 교수, 싱가폴의 Kah Wah Leung 법무법인 Rajah&Tann 변호사 등 각국 전문가들과 국내 임치용 법무법인 김&장 변호사, 이종덕 삼성 SDS 부장 등 산·학 60여명의 전문가가 참석했다.

제1부에서는 ‘각국 해사도산법’을 주제로 정병석 법무법인 김&장 변호사가 사회를 맡은 주제발표와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은 지정토론이 진행됐다. 제2부에서는 ‘한진해운 사태’와 관련된 주제로 사회에 Felix Chan 홍콩대 교수, 지정토론에 이재복 법무법인 김&장 변호사가 맡았다.

 

한진해운 사태로 겪은 진통

한진해운 사태로 인해 화주나 포워더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종덕 삼성 SDS 부장은 “컨테이너 재적부, 운송인 교체, 재선적을 위한 육상 트럭, 항공편 이용대금 등을 수많은 포워더가 배상할 수밖에 없었다”며, “특히, 한진해운이 직접 빈 컨테이너 박스를 처리해야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화주들이 이를 보관하기 위해 공간확보, 컨테이너 샤시 대여 등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러한 비용이 회생채권인지 공익채권인지 기준이 정립되지 않고 불분명해 화주, 포워더와 한진해운 간 신경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원칙적으로 회생절차 개시 후의 원인에 기해 발생한 청구권이 공익채권에 포함되는데 공익채권은 신고하지 않아도 되므로 회생절차의 범위 밖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해외 화주들은 한진해운의 해당 국가업체와 계약이 체결되었지만, 손해배상 청구도 각국이 아닌 우리나라 한진해운 회생법원에 청구됐으며 환율의 적용 문제로 확대되기도 했다.

한진해운 회생절차 과정에서 채권자들이 공평하게 채권을 회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인현 교수는 “국내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물품을 공급한 자는 보호받고 서비스를 제공한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며, “우리나라도 도선사, 예선업자와 같은 사람도 보호받도록 회생절차 신청 40일 전에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한 자는 모두 공익채권의 대상이 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교수는 당시 국취부선체용선(BBCHP)선박이 압류의 대상이 되었지만, 싱가포르와 미국처럼 우리나라의 채무자회생법에 회생절차시 국취부선체용선선박이 압류되지 않도록 성문화하여 선사의 회생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외국 채권자들이 국내채권자들과 동시에 회생절차에 돌입하는 만큼 관련 서류를 영어로 작성하는 등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Richard Singleton 법무법인 BlankRome 변호사가 미국 기업도산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 Richard Singleton 법무법인 BlankRome 변호사가 미국 기업도산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미국, DIP로 회생 지원사격

그렇다면 선진국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선사를 포함한 기업 도산 대응에 나서는 것일까? Richard Singleton 변호사는 미국 도산법의 DIP파이낸싱(Debt In Possession Financing)과 자동금지명령(automatic stay)에 대해 소개했다.

미국은 연방도산법 제11절에 따라 회생과정의 기업에 DIP를 지원하고, 채무자가 관리인이 돼 선사는 회생과정에서도 영업관리가 가능해진다. 이와 같이 한진해운 사태를 겪은 이후 회생절차에 돌입한 선사에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면서 최근 우리나라도 DIP파이낸싱 금융기법을 주목하고 있다.

임치용 변호사는 “우리나라도 1997년 채무자회생법을 제정하면서 채무자가 관리인이 되는 소위 DIP제도를 도입하면서 회생절차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Richard Singleton 변호사는 “미국에서 기업 도산시 가장 강력한 효력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자동금지명령(연방도산법 제15절)은 해외의 채무자가 자국에서 회생절차에 들어간 경우 미국의 재산에 대한 보호조치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이다”고 소개했다. 미국에서는 회생절차 신청과 동시에 자동금지명령이 진행돼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각종 법적 절차가 정지된다. 즉, 선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빚독촉, 고소하겠다는 국내외 채무자들의 강압들을이 모두 중단되는 것이다.

 

워크아웃 활용하는 일본

일본의 Abe Shin 변호사는 “일본에는 파산법, 민법 및 회사갱생법등 3가지 제도가 있지만, 선사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아도 대부분 '워크아웃'으로 처리된다”며, “선박을 담보로 삼는 은행은 워크아웃을 통해 채무자인 선박회사에게 자금을 지원하면서, 경기가 좋아질 때 선박을 더 비싼 가격으로 매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도발 가이운, 2015년 산코라인, 다이이찌 주오 기센 사건 등 최근 일본에서도 선사 회생절차가 여러 건 발생했다. Abe Shin 변호사는 산코라인 회생절차 사례에서 논란이 된 법적분쟁을 소개했다.

채권자들은 자국 법원의 경매에 의하면 회생절차시 선박 담보, 특히 선박우선특권도 소멸된다는 위험 때문에 산코의 선박 경매를 홍콩에서 진행했다. 당시 채무자인 산코라인는 용선료 채권이 공익채권이라고 주장하며 런던을 통해 중재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일본 회생법원은 공익채권여부는 법원이 결정할 사항이지 개인적인 약정을 통한 중재에서 결정할 사항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한편, 일본에서도 ‘도산해지조항’은 무효다. Abe Shin 변호사는 “회생절차에서 채무자가 ‘미이행쌍무계약’을 해제한 경우 손해배상청구권은 일반 회생채권이 돼 채무자가 보호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이날 행사에서 주제발표를 진행한 김인현 교수는 “국내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물품을 공급한 자는 보호받고 서비스를 제공한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며, “우리나라도 도선사, 예선업자와 같은 사람도 보호받도록 회생절차 신청 40일 전에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한 자는 모두 공익채권의 대상이 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날 행사에서 주제발표를 진행한 김인현 교수(오른쪽에서 두번째)는 “국내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물품을 공급한 자는 보호받고 서비스를 제공한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며, “우리나라도 도선사, 예선업자와 같은 사람도 보호받도록 회생절차 신청 40일 전에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한 자는 모두 공익채권의 대상이 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UNCITRAL 모델법 채택 않는 중국
한진해운 사태와 관련해 중국 상해 해사법원에 16개의 법적 분쟁이 발생했는데 중국 채권자는 거침없이 한진해운 선박을 가압류, 압류했다. James Hu 상해해사대학교 교수는 “중국은 해사도산에 관한 특별법을 가지고 있지 않고, 기업도산법이 있다”며,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채권자의 강제집행 등이 정지되고 압류된 선박도 풀어주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실제로 채권자들 사이에도 순위가 있어서 보호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은 서로 다른 법적, 사회적, 경제적 체계를 가진 나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국제무역법인 UNCITRAL(국제상사중재모델법, Model Law on International Commercial Arbitration)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외국의 회생절차효력의 인정은 상호보증에 따라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James Hu 교수는 “중국은 선사들이 국가가 경영하므로 도산될 이유가 없으므로, 실제로 외국에 압류금지명령을 신청할 이유가 없다”며, “만약, 중국이 국제 무역에서 UNCITRAL 모델법을 받아들이면 외국의 채무자에 대하여 중국 채권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중국에서 행사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때 중국 채무자들은 외국에서 그 수준의 보호를 받을 확률이 적어, 결국 손해가 상당하다는 판단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고 밝혔다.

 

지주회사까지 보호하는 싱가포르

Kah Wah Leung 변호사는 싱가포르가 최근 ‘회사법 제211조’를 도입하여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아주 폭넓은 부분까지 보호되도록 체계를 구축했다고 전했다. 즉, 선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지주회사까지 또한 용선 부분까지도 보호대상이 된다. 나아가 그 회사의 외국에 있는 재산도 보호의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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