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수산업 르네상스 이끄는 전남해양수산기술원
전남 수산업 르네상스 이끄는 전남해양수산기술원
  • 변인수 기자
  • 승인 2018.12.12 1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라남도 수산업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일등공신 [기관탐방]
전라남도 해양수산기술원 해남지원 전경

[현대해양] 전라남도를 빼놓고 우리나라 수산업을 이야기할 수 없다. 수산업 일등 지자체 전라남도가 생산하는 연간 수산물 생산액은 2조원대에 이른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수산물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다.

전라남도가 대한민국 수산업계의 효자 지자체가 되기까지 물심양면 전폭적 지지를 아끼지 않은 든든한 지원군이자 일등공신이 있다. 바로 전라남도 해양수산기술원이다.

 

전라남도 수산업의 든든한 지원군

전라남도 해양수산기술원은 1977년 수산청 산하 국립수산진흥원 목포·여수지원으로 출발했다. 2009년 5월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라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사무소가 전라남도로 이관되면서 흡수·통합됐고, 2011년 전라남도 해양수산과학원으로 본격 출범했다.

기술원은 기후변화에 대비한 미래수산 연구, 지역 전략품종 양식기술 개발 등 다양한 연구개발과 수산전문인력 양성 및 조기정착 지원을 통해 바다의 무한한 가치와 혜택을 도민과 어업인인 누릴 수 있도록 앞장서 왔다.

조직은 완도에 위치하는 본원을 포함, 동·남·서부의 3지부 체제 하에 9개의 지원, 연구소 3개소, 전시시설 1관, 27개의 팀으로 구성됐다.

각 지부는 완도·강진·해남지원 및 수산종자연구소를 관할하는 남부지부(김일용), 목포·영광·진도 및 자원조성연구소를 관할하는 서부지부(오광남), 여수·고흥·장흥 및 민물고기연구소·해양수산과학관을 관할하는 동부지부(신영호)로 구성된다. 현재 정원 158명에 현원 145명의 직원이 전라남도의 해양수산 발전을 위해 노력을 쏟고 있다.

 

새로운 업무에 도전하라

최연수 원장

조직을 이끄는 최연수 원장은 어항·항만업무, 어촌관광, 수산자원조성, 어선관리, 해양환경관리 등의 업무를 두루 거치며, 전라남도에서만 3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해온 해양수산 베테랑 행정인이다. 2016년 원장직을 맡기 전에는 도 수산자원과장을 역임했다.

첫인상은 엘리트 코스만 걸어온 유능한 행정관료의 느낌이다. 그러나 그는 주무관부터 공직을 시작해 국장급 원장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지난 공직 생활을 뒤돌아보면, 모든 새로운 사업은 모두 그의 몫이었다고 한다.

“새 업무를 두려워하지 않고 수행했더니, 이후 새로운 분야가 나타날 때마다 계속 맡겨졌습니다. 새로운 업무는 도전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래야만 자신도 발전하고, 조직도 발전합니다. 새로움을 외면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자기 안에 가두는 것입니다.”

최 원장은 직원들로부터도 좋은 평판을 얻고 있다. 직원들은 그를 향해 개개인의 능력과 개성을 존중해주고, 권한과 재량을 인정해 주는 최고의 리더라고 입을 모은다.

“일이란 직원들이 스스로 해야지 시켜서 하면 창의성이 떨어집니다. 권한과 책임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테두리 안에서 책임을 갖고 스스로 결정하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2011년 기술원 출범 이후 재임한 원장들 중에서 최 원장의 임기가 4년으로 가장 길다. 그는 효율적, 합리적, 실질적인 업무 스타일을 추구한다.

최 원장이 부임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각 지원장 정례회의를 비롯한 부서별 회의를 없애는 일이었다. 불필요한 회의가 마치 ‘갑질’처럼 여겨졌다는 최 원장.

'해풍 1호' 민간보급 이후 전라남도 지역 김생산량은 괄목할 정도로 늘었다.

“전남 수산업의 르네상스 실현”

전라남도 해양수산기술원의 비전은 ‘어업인과 함께하는 전남 수산업의 르네상스 실현’이다. 이에 따라 기술원은 수산자원의 체계적인 관리와 양식기술 개발을 통해 어업인 소득증대를 추구하고 있다.

그동안 기술원은 부단한 연구개발을 통해 수많은 수산 신품종을 개발하고 어업인들에게 보급해 왔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최근 가장 각광받는 품목으로는 김을 빼놓을 수 없다. 김은 전 세계적으로도 100개국에 넘게 수출되고, 단일품목으로도 농수산물 통틀어 담배 다음으로 수출액이 많은 수산업의 효자 품목이다.

슈퍼 김 ‘해풍 1호’는 지난 2011년부터 기술원이 연구개발해 온 가장 대표적인 품종이다.

해풍 1호는 해남 지역 김 양식어장의 우량한 어미 엽체를 새로운 방법으로 성숙시켜 만든 품종이다. 엽체 성장이 빠른 다수확성이며, 다른 김 품종에 비해 생식능력도 뛰어나 갯병 피해 조기 회복과 생산기간 연장이 탁월하다. 해풍 1호 민간보급 이후 전라남도 지역 김생산량은 괄목할 정도로 늘었다.

김 뿐만이 아니다. 기술원에서 최초로 양식에 성공한 참조기는 자원고갈로 명성을 잃어가는 영광지역 굴비산업 활성화에도 크게 공헌하고 있다.

조기 치어 방류

영광군 내에 위치한 굴비 가공공장은 1,000여개에 이르며, 법성포에만 500개가 분포한다. 그러나 참조기 어획량이 대폭 감소하면서 영광지역 굴비산업은 원료 가격 상승과 원물 확보의 어려움으로 수입산 조기에 의존해 명성을 이어가야 했다.

국내 유일의 참조기 양식 전문연구기관인 전라남도 해양수산기술원은 2005년 세계 최초 참조기 인공종자 생산에 성공했고, 대량 생산기술 개발 등을 통해 2014년부터는 양식어가에 종자를 분양하고 참조기 양식 산업화에 앞장서 왔다. 양식산 참조기는 고수온에도 강한 품종이다.

그러나 이처럼 훌륭한 양식 참조기임에도 가공업체들은 ‘영광굴비’의 자연산 이미지를 훼손한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1월 이낙연 전 지사(현 국무총리)는 영광지역에서 간담회를 가지고 국내산 양식 참조기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에 지난해 11월 양식산 참조기가 영광군수협에서 처음 위판 되면서 가공업체들의 의식이 변해갔고, 양식어가의 주문도 폭주하고 있다. 내년에는 수정란 공급 외에도 치어를 100만미 가량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최 원장은 내다봤다.

낙지목장 조성사업으로 어업인의 소득증대는 물론 수입수산물 대체효과도 커졌다.

낙지목장 조성으로 자원회복

국내 낙지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6,067톤, 1,478억 원 규모다. 전남지역에선 4,036톤이 잡혀 전국의 67%를 담당하고 있다. 국내 낙지 생산량은 한 해 수입량 3만6,265톤, 2만4,300만 달러에 비하면 턱없이 공급이 부족한 실정으로 자원 회복이 시급하다 할 수 있다.

기술원은 지난 2014년부터 순천, 무안, 신안, 함평지역의 16개 어촌계에 어미낙지 1만여 마리를 교접·방사해 100ha의 낙지목장을 조성했다. 낙지는 생태계 교란 품목이 아니다. 산란기에는 바지락을 잡아먹기도 하지만, 낙지가 있는 지역에서는 패류 해적 생물인 쏙도 감소시킬 수 있다.

최근 낙지목장에 대한 조사 결과 낙지 서식굴이 4~10배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어업인의 소득증대에 크게 기여함은 물론 수입수산물 대체효과도 커 어업인과 소비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기술원은 연구개발, 기술보급 분야 외에도 어업인 교육, 수산전문인력 육성을 통한 지역 수산업 발전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월 전라남도 해양수산기술원은 경남, 충남에 이어 세 번째 귀어학교로 선정됐다.

기술원은 ‘소득 높은 수산업으로 청년이 돌아오는 어촌 실현’을 목표로 오랜 기간 동안 수산 관련 교육을 수행해왔다. 또, 그간 축적한 연구기술과 풍부한 실습시설, 전문인력을 두루 갖추어 귀어학교 운영에 최적화된 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달 완도에서는 전국에서 18번째로 어업정보통신국이 개국했다. 이전까지 전라남도 지역에는 6개의 통신국이 있었으나 네 곳이 사라지고 목포, 여수 두 군데 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최 원장은 사라진 완도통신국 부활에 힘을 쏟았다. 전라남도의 수산세를 생각해보면 통신국 수요가 절실하고, 이는 어업인에 대한 서비스와도 직결되는 것이라 판단해서다. 내년에는 고흥 지역에 통신국이 또 하나 개설될 예정이다. 최 원장은 거문도나 흑산도에도 통신국이 부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술원 산하 전남해양수산과학관에서 어린이들이 바다생물을 관찰하고 있다. (전라남도 여수시 돌산로 2867 소재)

수산계 직군 ‘제한경쟁채용제도’ 도입 절실

수산업과 해양에 대한 최 원장의 열정은 누구보다 뜨겁다. 그런 그에게요즘 조금 서운한 고민이 있다.

최 원장은 원내에 근무하는 직원들 중 해양수산 비 전공자들의 비중이 큰 폭으로 늘고 있는 현실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현상은 비단 기술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해양수산 공직 전반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바다에 대한 이해, 어종의 특성 등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해양수산이란 전문 분야가 자칫 도외시될 수 있고, 이것은 어업인에 대한 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연결된다는 우려다. 그래서 그는 도에 수산계 직군에 대한 제한경쟁채용 제도를 도입해 줄 것을 지속 건의 하고 있다.

어업인들에게 하고픈 말을 물어봤다.

“전복 등은 어장관리를 잘해야 하는 양식품종들입니다. 법적으로도 3년에 한 번 씩은 자기어장을 청소하게 돼있는데, 이를 지키는 어업업인 거의 없습니다. 논도 밭도 관리 잘하고 유기농비료 쓰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바다를 함부로 이용하고 버리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