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强小) 수협, 제3·4구 잠수기수산업협동조합
강소(强小) 수협, 제3·4구 잠수기수산업협동조합
  • 변인수 기자
  • 승인 2018.12.07 0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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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탐방] “내실 경영과 어업인 권익보호에 앞장설 것”

[현대해양] 잠수기수협은 규모는 작지만 내실을 갖춘 수협이다. 수산업이 침체의 일로를 걷고 있는 환경에서 잠수기수협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조합원과 임직원들은 악조건을 딛고, 난관을 극복해 가며 경영정상화를 이뤄냈다. 

 

‘잠수기어업’을 아십니까?

“잠수하면 해녀나 다이버를 떠올리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잠수기어업은 해저에 잠수해서 패류 등 수산동식물을 수작업으로 채취해 오는 어업입니다. 해녀들이 하는 나잠어업과 다른 점은 어선에서 다이버에게 공기를 공급한다는 것이지요.”

예전 조업구역이 네 구역으로 설정됐던 시절, 제1·2구역은 강원도에서 부산·경상도 까지, 제3·4구역는 전라·충청·경기도를 아우르는 바다였다. 현재 5구역 체제로 변경됐지만, 예전부터 사용하던 명칭은 그대로 두었다.

충청도와 경기도를 관할하던 제4구 잠수기수협의 경영이 어려워지자 여수를 중심으로 전라도 지역에 바탕을 두었던 제3구 잠수기수협이 이를 흡수 합병해 지금의 제3·4구 잠수기수협이 됐다.

잠수기수협은 해양오염, 어족자원 고갈, 조업구역 축소, 조업인력 감소로 어려운 상황이다. 수협은 한 때 정부로부터 최하위 경영등급을 받아 흡수합병의 일로에 처하기도 했다.

“조합의 규모도 작고 조건도 열악했지만, 상임이사를 중심으로 한 임직원들이 단결해서 10년 만에 27억의 미처리결손금도 없애고, 자기자본잠식도 해결했습니다. 2년 전부터는 조합원에 대한 출자배당도 가능해졌습니다.”

이러한 성과조차도 자꾸만 상임이사와 직원들의 공으로 돌리는 이 조합장이다.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듯 그는 눈썹마저 하얗다. 백미(白眉)가 됐다.

이원목 조합장

정통 수산행정가, 협동조합 역사의 산증인

1946년 생 이원목 조합장은 수산업계에서도 손꼽히는 브레인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현재 잠수기어업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그는 전형적인 수산 행정가의 길을 걸어온 인물이다. 수협중앙회 비상임이사, 신용사업 사회이사 역임은 물론 여수수협, 전남정치망수협, 장흥수협, 안강망수협 등 각종 지구별, 업종별 수협에서 임직원으로 재직하면서 협동조합의 역사와 함께한 산 증인이다. 

“협동조합의 이념은 ‘만인을 위한 한사람, 한사람을 위한 만인’이 아니던가요. 조합장 자리는 봉사하는 자리고, 심부름꾼의 자리입니다.”

잠수기수협의 감사직을 맡았던 시절이었다. 잠수기수협이 경영악화로 무너져가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늘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었던 그는 주변의 권유로 조합장에 출마했다. 선뜻 자신이 서지는 않았으나 우선 조합을 살려야겠다는 의지가 컸다. 그 역시 이 직종에 종사하는 어업인이고, 그동안 쌓아왔던 행정에 관한 전문지식을 펼친다면 가능할 것이란 집념이 작용했던 것이다. 그 동안 쌓아온 실무경험을 십분 활용해 경영등급 최하위 5등급 조합은 매년 흑자를 기록하며 경영정상화를 이뤄냈다.

잠수 준비 중인 다이버

잠수기어업인도 갈 곳을 달라

제3·4구 잠수기수협은 현재 여수 본점와 보령 지소의 위판장 체제로 운영된다. 전체 89명의 조합원 중 52명은 여수 국동항에서, 37명의 서해 어업인들은 보령시 오천항으로 옮겨진 서해 지소에서 허가를 내고 조업 및 위판을 하고 있다.

전남 쪽 어선은 은 5톤부터 8톤까지 다양하고, 서해는 모두 7.95톤 배를 사용한다. 조업 지역은 연안이지만 잠수기어업은 근해어업으로 분류된다. 어업의 허가권자가 해양수산부장관이기 때문이다. 

과거 잠수기어업은 어선어업 중 호황을 누리던 직종이었다. 조합경영도 좋았고 조합원당 출자금도 높았다. 그러나 정부의 기르는 어업에 대한 지원이 확대하면서 조업장소가 축소됐다. 마을어장 또는 양식장, 수산자원관리수면에서의 분쟁을 겪어 온 잠수기어업인들은 이들에게 침해가 되지 않도록 공유수면으로 물러났다. 

어렵게 발견한 자원인데도 양식면허에 밀려 양보해야 할 때도 많았다. 바지락이나 키조개가 발견돼 잠수기가 조업하던 구역에 양식면허가 떨어지면, 더 먼 공유수면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또, 해삼, 전복, 멍게 등의 취급품목도 겹쳐 분쟁의 소지가 됐다. 한때 이 품목들은 잠수기어업인들에게 호황을 선물했던 품목이었다. 지금은 이들을 잡지 못하고, 양식 품목이 아닌 키조개, 개조개, 왕우럭조개, 바지락 등을 어획한다.

“행정이란 다수의 입장에서 결정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소수인 우리들이 더욱 힘이 드는 것입니다.” 

잠수기어업인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조업환경을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는 것도 조합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합 경영이 적자로 돌아섰고, 미처리 결손금이 증가했다. 모든 조합이 어려웠던 시절, 당시 조합 경영개선 지원자금으로 살아나는 수협들이 많았다. 타 조합들은 2등급, 3등급이어도 몇 십억씩 많게는 몇 백억씩 지원을 받았으나 잠수기수협은 10여억원 밖에 지원 받지 못했다. 

잠수기수협의 배들은 다이버의 안전을 위해 하단부에 노란 칠을 한다.

경영개선을 위한 모두의 노력

이 조합장 취임 이후, 조합은 우선 신규 어장개척에 주력했다. 주 조업구역이었던 여수 바다 중심에서 눈을 넓혀 완도·해남 어장까지, 더 넓게는 영광 안마도 해역까지 신규어장을 확대해 나갔다. 

또, 신규 양식면허 등 공유수면 점용이나 수산자원관리수면 지정에 있어서도 분쟁의 소지가 있는 지역은 잠수기수협의 동의를 얻어 지정토록 했다. 이 같은 조치로 잠수기어업인들의 조업구역이 줄어드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수협의 근간은 경제 사업이지만, 현실적인 대안은 상호금융 활성화였다. 상호금융 서비스의 질을 높여 잉여도 창출해나갔다. 내부적으로도 경비와 인건비도 절감해 나갔다. 적은 급여로 인해 신규 직원들이 한두달 버티다가 나가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지금은 우수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고, 좋은 직장으로 평이 났다.

한때, 취급 품목은 아니었지만, 낙지 위판을 유치해 활성화 한 것이 경영정상화에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조합장은 당시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 장화를 신고 뛰어다녔던 직원들에게 더없는 고마움을 가지고 있다. 

잠수기수협 위판장 모습

강한 수협으로 이끌 차기 조합장

재임기간 조합장이 가장 경계했던 것은 ‘독단적 결정’이었다. 조직에서는 자칫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좀 더 공격적인 경영을 해보지 못한 것이 조합장에게는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차기 조합장은 이를 교훈삼아 조합을 이끌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남기는 그다.

우선, 수익사업 확장에 대한 바람이다. 금융시장의 변화에 대응한 상호금융 점포를 수도권에 신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어려웠던 시절에는 중앙회의 승인을 받아내지 못했으나, 최근 규제가 풀려 가능하다. 

조합의 경영과 더불어 외부의 힘도 끌어와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현재 잠수기수협이 당면한 문제 중 인적자원 감소가 가장 절실한 과제다. 젊은 층이 어려운 일을 기피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방향을 몰라서 지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잠수기어업을 특수한 직업군으로 분류해 정부에서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어업인들이 추진하기에는 재정적, 물리적 어려움이 많습니다. 어렵고, 위험하지만 소중하고, 귀한 직종입니다. 우리가 취급하는 품목들은 식탁에 올라가는 동물성 단백질 수산물 중 고급 어종들입니다. 누군가는 공급해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업종을 사양길로 몰 수 만은 없는 것입니다.”  

최근에도 한 어업인이 잠수병으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우리나라도 복지국가에 진입할 정도로 국민소득이 증가했고, 국가예산도 늘어났습니다. 어두운 부분, 힘없는 직종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정부의 지원이 이뤄지면 수협이 자금을 보태서 양성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또, 잠수기어업만의 고유 어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수산업법상 업종별수협은 어업면허를 취득할 수 없게 돼 있는데, 패류를 취급 및 포획하는 잠수기어업만은 일반어업인들처럼 안심하고 조업할 수 있는 어장 면허를 할당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장을 보호해가면서 종자를 방류해 키워서 잡을 수도 있다.

물류를 전공한 이 조합장은 임기 후 대학원에 다닐 느지막하지만 기쁜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서 잠수기 업종이 잘 존속 돼 갈 수 있게 밖에서 적은 힘이지만 물심양면으로 돕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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