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찜으로 내는 대게의 참 맛
전통 찜으로 내는 대게의 참 맛
  • 윤성도 자유기고가
  • 승인 2008.12.29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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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도의 바닷가 이야기> 영덕대게 유통 - 안수찬 사장

 

대게는 찬바람이 불어야 제 맛이 난다. 지금이 한창 맛이 있을 때.
대게는 예로부터 경북 영덕 강구항을 통해서 대량 출하되면서 영덕게로 많이 알려지고 있는데
잡히는 해역에 따라 울진대게라 부르기도 한다. 최근에는 포항, 울산연안에서도 적지않게 잡혀 대게의 산지가 경북 영덕, 울진에 이어 울산과 포항연안까지 넓어지고 있다.
이러다가는 포항대게, 울산대게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지구 온난화 등 해양생태계의 변화가 그렇게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덕, 울진에 이어 포항, 울산연안에서도 잡히는 대게

 꽃게, 털게, 대게를 일러 바닷게의 ‘3대 진미’라 한다.
게는 특유의 맛과 향이 뛰어나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고급 수산 식품. 그 중에서도 크기나 맛으로 단연 으뜸인 것이 대게다.

 대게는 육질이 푸짐하면서도 그 맛이 특히 뛰어나 일찍이 궁중 진상품으로 알려져 왔고 비싼 값으로 팔리는 수산물이다. 최근에는 웰빙식품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더욱 그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늘어나는 수요에 따라 사할린 등지에서 수입산 대게도 적지 않게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역시 우리 연안에서 잡히는 국내산 대게 맛을 따르지는 못한다.

 영덕게는 6월부터 10월말까지가 금어기다. 따라서 11월초부터 이듬해 5월말까지 어획작업이 이루어지는데 11월이나 12월에 잡히는 놈은 살이 많이 차지 않는다. 음력 1, 2월쯤이 되어야 살이 차고 맛도 좋아진다. 일부 어업인들은 그래서 영덕게의 효율적인 자원보존을 위해서는 금어기가 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대게도 회나 샤브샤브를 해먹기도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대게는 찜으로 먹는 것이 제일이다. 전통적으로 대게는 가마솥에 쪄 먹었다. 그러나 수요가 크게 늘면서 시간과 경비절감을 위해 고압 증기 찜통을 이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아직도 전통적인 가마솥 찜 방법을 고집하는 사람이 있다.

 영덕에서 20년 가까이 영덕게 판매업을 하면서 최근에는 인터넷(완전게판 : www.anscrab.com)을 통해서도 많이 알려진 영덕군 영덕읍 남석3리의 안수찬(38) 씨가 그 주인공. 증기를 이용하여 간편하게 할 수 있는 것을 굳이 시간 걸리고 손이 많이 가는 가마솥 찜을 고집하는 까닭은 대게 맛이 월등하게 좋아 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그는 이 전통적 대게 찜 방법에 대해 특허까지 출원해 놓고 있다.

 특허 출원한 전통대게 찜 방법

 안 씨의 전통적인 찜 방법은 가마솥을 이용하고 여기에 솔잎과 숯을 넣는 것이 특징.
먼저 대게를 미지근한 민물에 10~15분 쯤 담가 자연사를 시킨다. 산게를 그대로 찌면 몸통을 비틀어 다리가 떨어져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게는 죽을 때 입에서 간장색의 물이 나오는데 이것을 빼지 않고 찌면 장에서 쓴 맛이 난다.

 가마솥에 적당하게 물을 붓고 나무를 걸친 다음 솔잎을 아래에 깔고 게를 넣고 마지막에 참숯을 위에 얹어 찐다. 이때 게는 반드시 배가 위로 향하도록 해야 뜨거운 김이 들어가도 게장이 흘러나오지 않는다.

 솔잎을 넣는 것은 은은한 솔향이 갑각류 특유의 냄새를 없애고 맛을 북돋아 줄 뿐 아니라 먹고 난 후에도 손에서 비린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솔잎의 피톤치드 성분이 대게에 배어 긴 시간 보관을 해도 쉽게 상하지 않는다. 숯은 정화능력이 뛰어나 찔 때 들어간 물이나 대게의 잡냄새를 없애주어 대게 맛을 더욱 담백하고 상큼하게 해준다. 이렇게 쪄낸 대개는 겉보기에도 반들반들 윤이 나며 속이 차 무게도 많이 나간다.

 생 솔잎과 참숯이 빚어내는 상큼한 맛

 대게를 더욱 맛있게 찌기 위해서는 크기에 따라 찌는 시간을 잘 조절해야 하고 특히 뜸을 잘 들여야 한다. 뜸을 너무 많이 들이면 살이 퍼져서 맛이 없어진다. 그래서 게 맛은 뜸들이기에 달렸다는 말이 전해오는 것이다.

 대게는 찌는 도중 게살이나 내장이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게살은 찌고 난 후에도 액체로 있다가 식으면서 단단하게 굳어지기 때문이다. 또 찌는 도중에 솥뚜껑을 열면 몸통 속 게장이 다리 살 쪽으로 흘러 들어가 다리 살이 검게 변해 상품성이 떨어진다.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지만 대게는 같은 것이라도 ‘수게’와 ‘박달게’로 구분 된다. 수게와 박달게의 값 차이는 보통 3~5배 정도가 된다. 박달게는 비싼 만큼 살이 꽉 차고 맛이 좋다. 수게와 박달게를 구분하는 방법은 수게는 다리가 투명할 정도로 그 색깔이 엷은 반면 박달게는 짙게 보인다. 다리를 눌러보아 단단한 것은 박달게고 물렁물렁한 것이 수게다. 박달게는 살이 많고 수게는 살이 적고 수분이 많기 때문이다.

 또 게 몸통을 열었을 때 박달게의 내장은 엷은 연두색이고 수게는 짙은 녹색을 띈다. 박달게 살은 실하고 단맛이 많은데 비해 수게는 수분이 많고 짠 듯하여 단맛이 덜하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이 이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몇 년 전부터 강구항 위판장에서는 박달게에 ‘박달대게’ 표시를 붙여 수게나 수입산 등과 구분하도록 하고 있다.

 

 ‘수게’와 ‘박달게’로 구분되는 대게

 쪄낸 대게는 다리와 몸통을 떼어내고 다리 살을 발라내 먹는다. 대나무를 닮은 대게 다리는 살이 유난히 푸짐하다. 가위로 껍데기를 살짝 잘라내고 속살은 파먹는데 부드럽게 씹히는 게살 맛은 과히 일품이다.

쪄낸 대게는 다리와 몸통을 떼어내고 다리 살을 발라내 먹는다. 대나무를 닮은 대게 다리는 살이 유난히 푸짐하다. 가위로 껍데기를 살짝 잘라내고 속살은 파먹는데 부드럽게 씹히는 게살 맛은 과히 일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리와 몸통이 연결된 부분은 적당히 씹어 먹고 버리는데 실은 여기 살이 맛도 좋고 양도 많다. 영덕 사람들은 이를 ‘더급살’이라 하여 알뜰히 발라 먹는다. 마디를 떼어내고 속속들이 발라 먹는 일이 귀찮을 법도 하지만 차분하게 앉아 발라 먹어보면 그 맛과 재미가 쏠쏠하다.

 몸통의 내장은 대게 맛의 하이라이트. 밥을 넣고 참기름을 한 두 방울 떨어뜨려 비벼먹는 맛은 그야말로 천하일미. 게딱지에 밥 비벼 먹는 맛으로 게를 먹는다는 말은 이래서 나온 말이다.

 게살은 졸깃하게 씹히는 맛과 함께 한결같이 ‘단맛’을 내는데 이는 글루타민산을 중심으로 글리신(Glycine), 알기닌, 구아닌(Guanine) 등의 감미 성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지방이 적어 맛이 담백하며 소화도 잘돼 병후 회복기에 있는 사람이나 허약 체질인 사람 또 노인에게 좋은 건강식품이다.

  뿐만 아니라 저지방 고단백을 필요로 하는 비만증, 고혈압, 간장병 환자 등에도 좋다. 또 간장강화를 돕는 타우린이 100그램중 450밀리그램까지 함유되어 있어 동맥경화증, 심장병, 고혈압의 치료식으로도 대단히 효용이 크다 한다.

 우리가 먹는 대게는 수컷이다. 대게의 암컷은 ‘빵게’라 하여 크기가 작고 배 부분에 이중의 껍질을 가졌으며 그 사이에 약 2만개의 알을 품고 있다. 빵게는 연중 포획금지가 되어있으며 위반시 500만원의 벌금형을 받는다.

 대게를 고르다 보면 간혹 게딱지에 까만 점으로 생긴 더불살이 생물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것이 대체적으로 살이 차고 맛이 있다고 한다. 대게가 가장 맛이 있는 계절이다. 동해안 영덕이나 울진쯤에 갈 일이 있다면 가마솥에 솔잎과 숯을 넣고 쪄내는 재래식 대게 찜 맛을 한 번쯤은 볼 일이다. 입이 즐거우면 마음도 즐거운 법이다.          

 
■ 취재협조 : 영덕대게유통(054-734-3720)

200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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