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파 이주홍과 해양인문학이야기 06 향파가 생각하는 문학 정신이란?
향파 이주홍과 해양인문학이야기 06 향파가 생각하는 문학 정신이란?
  • 남송우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 승인 2018.12.1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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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향파 이주홍은 평생 150여권이 넘는 작품집을 남겼다. 평생 작품과 더불어 산 셈이다. 그러면 그에게 있어 문학이란 무엇이었을까? 이런 질문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그가 남긴 문학론이 많지만, 수대학보에 실린 ‘참된 문학정신이란 -문학과 생활’을 통해 향파 선생이 부여잡고 있었던 문학에 대한 관점을 살펴볼 수가 있다.

“적어도 보다 나아지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모든 문학은 필요했다.

한 말로 말해서 문(文)은 보다 나아지기를 원하는 맘에 만족을 주는 그 어떤 것 중의 한가지다.

사람은 누구나 오늘의 것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나아질 것을 내일에다 건다.

소설 또는 일반문학은 곧 내일에의 꿈을 미리 구체적으로 보이고 또 보증해 주는 거울의 하나이다.“

향파 선생이 생각하는 문학의 본질 중 하나는 우선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의 꿈을 그리는 작업임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이 사는 현실은 언제나 부조리와 불만족이 넘쳐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 현실을 초극하려는 노력을 부단히 계속할 수밖에 없다. 문학 역시 작가가 이 부조리한 현실을 넘어서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나간다는 것이다. 그것이 향파에게는 문학이었다.

그러나 이 꿈을 제대로 그려나기기 위해서는 작가가 다루려는 사물과 현실을 참 되게 표현해야 하는 과제가 있음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표현에 진실성을 갖추어야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편성을 지녀야 그 작품이 독자로부터 공감력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물을 바르게 보고 참되게 표현하는 것은 문학인들의 둘도 없는 사명이다. 필경 문학이란, 언어 및 문자에 의해서 모든 사물의 실상에서 최선의 표현을 하는 것을 임무로 한다. 그 표현된 실상에는 반드시 진실성이 있는 것이면 있는 것일수록 그것은 보편성을 갖는다. 이 보편성의 기반이 없어서는 문학의 가치를 얘기할 수가 없다. 때문에 가장 좋은 문학은 가장 참된 보편성 위에서만이 찾아 볼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사실의 표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학은 상상하는 꿈을 그린다는 점이다. 이 상상력은 현실의 부조리를 넘어설 수 있는 근원적 힘이 된다는 점에서 문학의 특징이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힘이 상상력이기 때문이다.

“문학은 역사와 같이 있어온 실재사실을 그리는 게 아니라 작자가 머리 속에서 상상하는 꿈을 그리는 것이다. 문학의 세계란 곧 이 어떠한 개인이 머리 속에서 상상한 꿈의 세상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상상력을 가장 강조한 장르가 향파에게는 아동문학이었다. 일상의 작은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이들에게 상상의 세계를 제시했다. 그의 데뷔 작품이 동화였고, 소설, 시, 희곡, 수필 등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했지만, 동화를 끝까지 부여잡고 있었다.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 문학교육의 궁극적 목적이며, 어린이들에게는 이런 문학 교육의 매개로서 동화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바다를 소재로 한 동화 중 ‘아침새우’도 그 중의 하나이다.

“아침 밥상에 새우 지진 것이 올라 있었다. 칠우가 이걸 먹어 보는 건 처음이었다. 남비 뚜껑을 열어 봤을 때 칠우는 놀라움과 함께 반가움이 왔었다. 등이 고부라진 빨간 새우들이 짠 국물하고 함께 담겨 있었다.”

아침 밥상에 반찬으로 올라온 새우를 소재로 시작되는 동화이다. 밥상에 오른 현실적 새우는 결국 상상하는 바다 세계로 이끄는 매개가 되고 있다. 칠우란 아동을 현실 세계에서 상상의 공간으로 인도하고 있다.

“그날 밤에 칠우는 둥둥 바다 속을 헤엄쳐 떠다니고 있었다. 기분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다. 여러 종류의 물고기들과 함께 무성한 미역숲 다시마숲을 벗어나니까 이번엔 사슴뿔같이 생긴 빨간 산호숲이 앞으로 앞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누군가 어깨를 툭치기에 돌아다봤더니 아침밥 때 까먹어 줬던 작은 새우들이 양편에서 칠우를 호위하듯 떠오고 있는 것이었다. 칠우는 그들을 만난 게 무척이나 반가왔지만 우선 뭣보다도 어리둥절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니 그런데 내가 왜 여길 와서 있는거지”

“제가 원해 와 놓고선 되레 누구더러 뭘 묻고 있는 거지? 네가 이 고장 서울구경을 하재서 우리가 이렇게 안내해 가고 있는 게 아니니?”

온통 진주와 보석으로 이루어진 대궐이 가까워올수록 그 근처에는 여러 가지의 물고기들과 같이 초밥집에서 본 그 박제 새우같은 크고 붉은 새우들이 점잖게 떠다니며 놀고 있었다.“

향파는 아침 밥상에 반찬으로 올라온 새우를 통해 칠우를 바다 속 꿈 속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 그곳은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바다 생물들이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살고 있는 별 세계이다.

아침 밥상의 작은 새우를 통해 현실을 넘어서는 바다 속의 세계를 상상하게 하는 힘은 향파가 말한 문학의 힘이 창조한 세계이다. 이 세계는 아동들이 현실적으로 경험할 수 없는 세계라는 점에서 문학이 가진 힘의 결과이다. 특히 아동들에게 필요한 것이 상상력의 발휘라는 점에서 향파는 이점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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