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어선사고, 대책은?
끊이지 않는 어선사고, 대책은?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8.12.03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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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실있는 항법교육, 전담기구 설립해야

 

 

[현대해양] 세월호 사고 이후 해양사고 안전관리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어선사고는 오히려 증가해 어선 안전관리 정책에 구멍이 난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10월 해수부 및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국회 농림식품축산해양위원회 오영훈(더불어민주당, 제주시을), 손금주(민주평화당, 전남 나주, 화순), 경대수(자유한국당, 충북 증평, 진전, 음성) 국회의원이 정부 정책이 무색할 만큼 꾸준히 늘고 있는 어선사고 실태를 강력하게 질타했다. 정부가 나서서 해양사고 포럼, 세미나, 캠패인 등을 펼치고 있지만 사고원인을 인적요인으로 귀속시키는데만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선사고 관리의 현실은 어떤 수준이고 대책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여전히 증가하는 어선사고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3년 ‘어업관리 역량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2020년까지 어선사고를 전년 대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2012년부터 2013년도까지 어선사고는 소폭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연도별로 2013년 1,093건, 2014년 1,330건, 2015년 2,101건, 2016년 2,307건, 2017년 2,582건으로 해양사고는 꾸준히 증가했다.

 

또한 최근 5년간 발생한 해양사고 총 9,413건 중 어선사고가 총 6,508건으로 해양사고의 69%를 차지했다. 지난 2013년 727건에 비해 2015년 1,461건으로 2배 이상 급증한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어선감척사업에 나서 척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오히려 사고는 더 늘어난 것이다.


인적과실로만 치부하기엔 사방이 위험
 
해수부 자료에 따르면 해양사고의 주원인은 경계소홀이 52.7%, 항행법규 위반이 13.3%, 선내작업안전수칙 미준수가 10.6%로 대부분이 운항과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선박자체 고장이나 기상요소와 같은 외부적인 요소가 아닌 인적과실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선원이 해양사고의 주범이라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어선 현장을 들여다보면 어업 현장 자체가 안전한 운항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는 가장 위험한 직군 부류로 어업을 손꼽았다. 좌초, 전복, 충돌, 실종, 질병 등의 재해로부터 자유롭지못한 환경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산정하는 산업재해율을 기준으로도 전체 산업 평균과 비교해 어선원 재해율이 19배 높고, 사망만인율(死亡萬人率, 근로자 만명 당 사망자 수 비율)은 평균 29배에 달하는 등 어선원은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열악한 공간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어선 대부분은 총톤수 5톤 미만의 소형선박이 전체 등록선 수 중 85%를 넘어설 정도로 영세한 실정이다. 최근 수산자원 고갈 수위가 위험 수준에 이른 가운데 이들은 생계를 위해 무리한 조업에 나서고 있어 사고율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하다. 어선조업시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무시하고 작업을 감행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의무를 준수함으로 인해 오는 경제적 불이익이 불법을 감행할 때 얻는 실익보다 적기 때문이다.

또한 다중작업과 과도한 노동에 방치돼 어선원은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과 목포해양대가 2012년에 발표한 ‘선종별 피로유형 분류 및 원인요소 보고서’에 따르면 어선원의 경우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근무를 하며 4~6시간 정도의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고 조사됐다.

다국적 선원의 증가 추세도 사고율을 높이는 이유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어업인 인구가 감소하면서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메우고 있는 가운데 수산물 선별, 기자재 정리 등 어선 작업 중 언어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중 안전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것이다.

 

어항은 무법지대?

어선사고는 지난 2015년 추자도 돌고래호 낚시어선 침몰사고, 올해 3월 근룡호 낚시어선 사고 등과 같이 해역에서 발생하는 사고보다 어항 부근에서 발생하는 비중이 높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어선사고 관련 수협중앙회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충돌사고 126건 중 정박지 부근 정선 및 어항 내에서 발생한 사건이 33건(28%)으로 가장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서 후진 중, 방파제 입·출항시가 뒤를 이었다.

문제는 선박 간의 항법을 규정한 해사안전법과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COLREG)을 어항에서는 적용할 수 없어 제도적으로 어항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 항법 관련 규정들은 소규모 어항이 아닌 무역항이 기준이기 때문이다.

COLREG 제18조에 ‘어로작업 중인 선박은 일반동력선에 비해 조종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반동력선이 어로작업 중인 어선을 피하여야 한다’고 명시됐을 뿐 어항 내 항법을 규정한 내용은 없다. 어선 항법에 관한 규정이 없다는 것은 수상레저기구에 적용되는 항법이나 유선 및 도선에 적용되는 항법이 특정돼있는 것과 대비된다.

이렇게 어항에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적용할 규정이 없어 선원의 상무규정이 적용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선원의 상무규정이란 항해 중인 선박의 상황을 전부 규정할 수 없기 때문에 주어진 상황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통념들을 전부 포함시킨 것이다.

수협중앙회 자료에 의하면 총 사고 126건 중 52건인 41%가 선원의 상무규정 위반과 관련됐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원의 상무’가 적용된다는 것은 몇 가지 전형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전에 정확한 항법이 무엇인지 어선 선장들이 모른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라며, “어선항법제도 자체가 불안정한 상태 하에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렇다 할 항법규정이 없으니 항법의 예측가능성을 저하시켜 사고발생빈도를 높일 수 있다”며, “일반 선박입출항법 항법과 선원의 상무규정 적용을 준용하는 복잡하고 모호한 상태보다는 어항에 적용할 수 있는 항법규정을 해사안전법에 추가해 명확하게 항법을 정해주는 것이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항 내 어선사고는 해양안전심판을 거치지 않고 선주들끼리 합의로 끝내거나 수협공제에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써 제대로 된 사고원인이 없어 피드백(Feedback)이 부족해지고 결국 사고재발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효과 미진한 교육 개선돼야

어선안전교육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박안전 조업규칙 제29조 ‘해상조업 질서유지 및 안전에 관한 교육’에 따라 어선 선장 및 간부선원은 수협중앙회가 주관하는 ‘어업인 안전조업지도교육’을 이수해야하는데 매년 1회 4시간에 그치는 실정이다. 사고예방 등 직무와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 비중이 적고 수산시책 전달이나 안보교육에 치중됐으며 어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 선원들은 선장으로부터 간접적으로 교육을 받아야하는 현실이다.

이와 같이 어선원들은 체계적인 교육 없이 단편적인 지식의 습득과 관행적인 노하우에 의존하여 어선을 운행하고 있는 것이다.

김인현 교수는 “어선원들도 COLREG, 해사안전법, 선박입출항법 등의 항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항법은 도로교통법상 자동차 운전과 같지 않다. 4시간에 어선원들이 항법을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또한 교육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교육을 주관하는 수협중앙회 관계자에 따르면 “1인당 평균 2,000척 넘게 관리해야하고 금어기, 휴어기 때 일시적으로 많은 수요가 몰려 한정된 교육자가 심도있는 교육을 시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밝혔다.

이론 강의보다 소화기 사용, 심폐소생술(CPR) 등 현장교육을 강화해야 하지만 평균 5만명 이상에 달하는 교육생들이 휴어기, 금어기때 교육에 집중적으로 몰리기 때문에 1회 교육자 수는 50~100명에 이른다. 제대로 된 실습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내실있는 교육을 위해서는 예산확보가 가장 시급하다고 교육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수협중앙회 어업정보통신본부 교육팀 관계자는 “현재 예산으로는 1인당 8,000원도 배정되기 힘들다. 소수정예 실습위주의 현장교육이 되려면 강사비와 기자재, 교재 비용이 더 필요한데 지금 예산으로 불가능하다”며, “이에 반해 낚시전문교육은 예산만 1인당 10만원 가까이 책정됐고 교육자 수도 어선원의 1/10인 5,000명이어서 교육 효과 면에서 비교될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낚시전문교육은 낚시 관리 및 육성법 제47조 ‘교육·홍보’를 근거로 하기 때문에 시행규칙을 근거로 한 어선안전교육보다 상위법에 기반한다. 따라서 낚시전문교육이 국고 100%를 지급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지난 2012년 9월 법 시행부터 한국어촌어항공단과 선박안전기술공단으로 이원화됐던 교육 주관기관을 지난 2016년 11월 한국어촌어항공단으로 일원화함으로써 △ 교육일정 정례화 △ 수강편의 도모 △ 내용 중복을 배제시킨 표준교재 개발 △ 강사진 전부 전문교수로 전환 등 전문성과 신뢰도을 높였다. 또한 미이수자에 한해 1차, 2차, 3차에 나눠 총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이에 낚시어선사고는 최근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낚시 성수기인 지난 9월 17일부터 10월 14일까지 34건의 낚시어선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전년 동기 43건보다 9건(21%) 감소한 수치이다. 사망사고나 실종자도 없었다고 전했다.

 

흩어져 있는 어선사고 안전관리

정부가 나서서 다방면으로 해양사고 예방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담당기관이 흩어져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황상호 대한교통학회 센터장은 “해양수산분야 안전관리체계를 살펴보면 일반선과 어선검사는 선박안전기술공단, 한국선급, 프랑스선급, 낚시어선은 해경이, 수상레저기구는 한국수상레저안전연합회, 위험물 검사는 해사위험물검사원이 하는 등 조직이 산만하게 분산돼 있다”며, “해양사고관련 정부정책에 대해 정책적·기술적이고 일관되게 지원받을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야한다”고 진단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의 경우 해양사고 조사·분석을 위한 독립적인 전문기관을 두고 조사·분석 시스템을 활용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원인분석과 현장 데이터를 활용해 시나리오를 재구성하는 등 해양사고 재발 방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은방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 교수는 “해양교통안전을 전담하는 독립기관은 독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고 자격있는 해양전문인을 통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해양안전 체계의 확립이 가능하다”고 피력했다.

또한 교육과 홍보기능은 같이 운용해야 시너지 효과가 큰데 해양사고전담기구가 통합된 교육홍보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해양안전기술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증가하는 어선사고의 변곡점 마련이 시급한 이 때에 어선안전의 사각지대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해양안전전담기관이 조속히 나와야하는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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