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태계 독성평가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해양생태계 독성평가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 황운기 국립수산과학원 선임연구사
  • 승인 2018.12.0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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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운기 국립수산과학원 선임연구사
▲ 황운기 국립수산과학원 선임연구사

[현대해양] 현재 지구상에는 2만 여종의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매년 새롭게 개발되는 물질도 400여 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만든 제품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제품으로, 2016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은 98kg 정도에 이른다.

우리가 사용하는 화학물질 중에는 독성으로 인해 규제와 감시가 매우 엄격하게 이루어지는 물질도 있으며, 이런 화학물질의 해양생태계 유입은 서식생물의 생리·생태학적 조절 기능을 파괴하여, 생태계 이상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생물 농축으로 이들을 섭취하는 인류의 보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산생물 6종 생태독성시험법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바다에 유입될 수 있는 이들 화학물질들이 수산생물에게 미치는 독성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2007년부터 다양한 시험법을 개발해 왔으며, 이들 시험법을 활용하여 유류, 유화제, 방염제, 신방오도료, 무단방류수, 어장환경 개선원료물질, 인공어초 재료물질, 오염퇴적물 등의 독성평가를 실시하여왔다.

이들 생태독성(생물에게 영향을 미치는 독성) 시헙법 중에서 2018년 해양환경공정시험법(해양환경 상태를 조사·평가함에 있어서 그 정확성과 통일성 확보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시험법)으로 처음 고시된 해산규조류, 로티퍼, 미역, 다시마, 성게 및 참굴 6개 실험법을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해산규조류(Skeletonema costatum)는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80% 이상을 점하고 있는 식물플랑크톤으로써, 오염물질을 첨가하여 96시간 배양한 뒤 세포밀도를 측정하여 오염물질의 독성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해산로티퍼(Brachionus plicatilis)는 어류양식을 위한 치어기 먹이생물로 널리 이용되는 동물성플랑크톤으로, 오염물질을 첨가하여 24시간 배양한 뒤 생존율을, 72시간 후에는 전체 개체수를 측정하여 독성을 판단하게 된다.

미역(Undaria pinnatifida)은 성숙한 미역귀에서 포자를 채취하여, 오염물질을 첨가한 후, 72시간 배양한 포자의 발아율과 포자를 21일간 배양한 뒤에는 아포체(수정 후, 실험실에서 배양 가능한 크기의 미역 개체)의 길이를 측정한 성장률로 오염물질의 독성을 판단한다.

다시마(Saccharina japonica)는 표면의 자낭반(포자가 들어있는 주머니 모양의 생식기관으로 다시마 표면에 짙은 얼룩으로 나타남)에서 포자를 채취하여, 오염물질을 첨가하고 24시간 배양한 뒤의 포자 발아율과 포자를 7일간 배양한 뒤 배우체(수정 후, 실험실에서 배양 가능한 크기의 다시마 개체)의 길이를 측정하여 오염물질의 독성영향을 판단하게 된다.

참굴(Crassostrea gigas)은 우리나라 대표 이매패류 양식 종으로, 절개법으로 정자와 난자를 채취하고 정자를 오염물질에 30분간 노출시킨 후 난자와의 수정을 통해서 극체(참굴 난자가 성숙하고 분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고 방출되는 작은 세포) 방출 유·무를 확인한 수정률과 수정란을 30시간 배양한 뒤 D형 유생의 발생 유·무로 독성을 평가하게 된다.

성게(Hemicentrotus pulcherrimus)의 경우는 우리나라 조간대 및 바위틈에 서식하는 무척추동물로써, KCl로 방난·방정을 유도하여 얻어진 정자를 오염물질에 30분간 노출 후에 수정을 통해서, 수정막의 형성 유·무로 확인한 수정률과 64시간 배양한 수정란의 정상 발생 유·무를 확인하여, 오염물질의 독성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소개된 6개 생태독성 시험법은 전문가 의견 수렴, 공청회 과정 등을 거쳐, 필요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아서 국내 최초로 해양환경 공정시험법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이들 시험법은 바다에 유입되는 화학물질뿐만 아니라 바다에서 인위적으로 사용하는 각종 물질들에 대한 생태독성을 평가할 수 있고, 해수 및 퇴적물에 포함되어 있는 다양한 물질들의 통합독성을 평가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통합독성평가 기술 확대해야

바다는 육상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물질들이 유입·정화되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삶을 영위하기 위한 다양한 공간으로도 활용되는 곳이다. 2013년을 기준으로 우리 국민 한 명당 연간 수산물 소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간 58kg 정도로 알려지고 있으며, 수산물 소비가 증가한 가장 큰 원인은 양식 산업 활성화와 수산물은 건강하고 안전한 식품이라는 국민의식이 널리 확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청정한 바다에서 건강하고 안전한 수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어장환경을 보전하고 가꾸기 위해, 다양한 조사·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 조사의 대부분은 수질 및 퇴적물에 포함되어 있는 오염물질 각각의 단일농도를 파악하여 기준치와 비교해서 오염정도를 평가하는 전통적 화학분석 방법에 의존하고 있었다.

하지만, 화학분석 방법은 어장환경 내에 포함되어 있는 다양한 물질들을 분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질들이 공존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통합독성을 판단할 수 없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이런 화학분석 방법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환경부에서는 산업폐수 및 방류수의 통합독성을 파악하기 위하여, 2006년부터 담수산 물벼룩의 사망률을 이용한 생태독성 평가 결과를 기준으로 사용해 왔다.

해양환경공정시험법으로 사용되는 6개 생태독성 평가방법은 시험생물의 사육과 관리가 필요하나, 고가의 장비와 시약이 필요하지 않으며 실험을 위한 전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 등이 없어, 경제적으로도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다. 바다환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지금에 생태독성 시험법의 제도화는 바다에 유입·사용하는 각종 물질들에 대한 독성평가와 해수 및 퇴적물의 통합독성을 평가하는 조사·연구를 더욱 확대 시킬 것이며, 이로 인해 새로운 인력수요도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이들 시험법을 배우고자 하는 대학, 연구소, 민간기업 등에 무료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향후 교육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빈번하게 발생하는 유류유출사고와 바다 쓰레기, 육상 오염수 유입 등과 같이, 바다 환경을 악화시키는 다양한 문제로부터 지속적인 도전을 받고 있다. 건강하고 안전한 수산물을 생산하고, 수산물은 안전하다는 국민 의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청정한 바다 환경을 지키고 가꾸는 일에 국립수산과학원의 역량을 좀 더 결집시킬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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