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 철 농사, 황태만들기
겨울 한 철 농사, 황태만들기
  • 윤성도 자유기고가
  • 승인 2008.12.29 23: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성도의 바닷가 이야기>

 

 매년 이맘 때 쯤 강원도 ‘황태촌’에는 수많은 덕장에 명태가 줄줄이 걸리고 덕장에 걸린 명태는
한 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황태로 변해간다. 강원도 인제에서 거진으로 이어지는 46번 도로.
백담사 입구를 지나 진부령과 미시령으로 갈라지는 3거리 부근이 바로 인제군 용대3리, ‘황태촌’이다.
한 겨울에는 눈이 소복히 쌓인 황태덕장의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고
그 황태를 재료로한 황태 전문 음식점들이 길가 곳곳에서 사람들의 발길을 재촉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황태덕장이 생긴 것은 지금부터 40여 년 전.
함경도 원산, 함흥 등지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거진, 속초 등지에 삶의 터전을 잡으면서 부터다. 이들이 고향의 황태 덕장과 비슷한 조건을 가진 장소로 처음 택한 곳이 대관령 아래 횡계리 일대였는데 이 보다 더 좋은 곳으로 찾아 낸 곳이 지금의 용대3리다.

 용대리는 황태의 품질을 좌우하는 기후가 덕장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황태는 기온이 낮고 바람이 많아야 하고 명태의 언 상태가 15~20일은 유지되어야 한다. 용대리는 한겨울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크고 ‘풍대리’로 부를 만큼 진부령에서 내려오는 골바람이 세다. 겨울밤은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 명태가 순식간에 얼어붙고 낮에는 따뜻한 햇볕에 얼었던 명태가 다시 녹는다. 이렇게 서너 달을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 몸체가 통통하게 부풀어 오르는 황태가 된다.

 황태 작업은 12월 중순까지 통나무를 엮어 덕장을 만들고 하순부터 이듬해 1월까지 명태를 거는 상덕 작업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명태를 덕장에 걸고 나면 그 후 일은 하늘에 맡긴다. 그래서 덕장작업은 ‘하느님과 동업하는 일’이라하고 황태는 ‘하늘이 내려준 맛’이라 한다.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만들어진 황태는 노란 살이 푸실푸실하고 구수한 맛을 내는데 그 모양이 더덕 같다 하여 황태를 ‘더덕북어’라 부르기도 한다.

 한 겨울 찬 냇물에 활복한 명태를 씻어 덕장에 거는 작업은 이제 찾아 보기 어렵다. 한겨울에 해오던 황태 작업이 5~6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한 여름 할복한 명태를 종이상자에 넣어 냉동실에서 얼었다 녹았다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한 겨울 노지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 냉동실에서 이루어지는 셈이다. 이 과정을 ‘박스작업’ 이라 하는데 이제 이 박스작업으로 날씨에 큰 구애받지 않고 황태를 만들어 낼 수가 있다.

 냉동실 명태가 덕장에 걸리는 시기는 12월말 크리스마스나 소한, 대한 때가 되고 거두어들이는 시기는 이듬해 4월 쯤이 된다. 이 명태가 완전한 황태가 되기 위해서는 창고에서 1년 정도 더 숙성이 되어야 한다.

 용대리의 황태 생산 물량은 연간 1,500만 마리. 전국 황태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황태는 크기별로 골라 20마리씩 꿰는 관태작업을 하거나 뼈를 추리고 껍질을 벗겨 먹기 쉽게 가공해서 출하하기도 하는데 여기에 매달리는 인원이 연간 600여명을 넘어 황태가 지역민들의 고용창출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명태덕장으로 유명한 용대3리는 황태 맛골목으로도 이름나 있다. 이곳 황태로 황태구이, 황태국 등 황태를 이용한 음식을 만들어 동해안이나 스키장을 오가는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에서 매년 2월말에서 3월초에 열리는 ‘황태축제’도 인기. 금년에는 3월 1일부터 4일까지 용대3리 삼거리에서 열린다. 금년으로 9회가 되는 ‘황태축제’는 이제 이곳 황태를 전국으로 알리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글·사진 / 윤성도 자유기고가>

2007년 3월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