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혁신과 점진적 혁신, 그리고 선거
창조적 혁신과 점진적 혁신, 그리고 선거
  • 이준후/시인, 산업은행 압구정지점장
  • 승인 2012.10.10 11: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위축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IMF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율 전망을 기존 3.5%에서 3.0%로 수정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상반기 성장률 2.8%에 하반기 3.2%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올해 3.0% 성장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IMF는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은 3.9%로, 지난 4월에 예상했던 4.0%보다 0.1% 포인트 낮췄습니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2.8%, 내년에는 3.2%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니 실질성장은 거의 없는 거나 같습니다.

위기입니다. 그리고 위기가 점차 심화되고 있습니다. 또 세계적입니다. 미국의 2/4분기 경제성장률 1.5%, 최근 1년내 최저라 합니다. 중국도 올해 8%미만으로 추락할 게 확실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는지요. 위기가 혁신의 촉매제라는 거 말입니다.

많은 혁신이 위기 시에 이루어졌습니다. 대표적으로 전기면도기, TV, 수퍼마켓, 복사기 등이 대공황 시기에 개발되었습니다. 

비누나 물 없이 면도를 하는 것은 수 세기 동안 남자의 희망이었습니다. 1928년 미국의 발명가 제이콥 쉬크(1878~1937)는 전기면도기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습니다. 최초의 성공적인 전기면도기는 1931년에 등장했습니다. 출시된 쉬크 신제품은 디자인이 개선되면서 매출액도 늘어났습니다.

1930년 미국 대공황의 한파로 얼어붙은 뉴욕시 롱 아일랜드의 거리. 번잡한 쇼핑가를 벗어난 한적한 이곳에 엊그제까지 헌 車庫였던 낡은 건물엔 '킹 컬렌'이란 빨강 글씨 간판이 드높이 매달렸습니다. 넓은 매장은 골목골목 선반이 줄을 이뤘고 그 위엔 통조림과 빵, 과일 등 식품이 넘쳐났고 손님들은 점원의 안내 없이 스스로 필요한 물건을 찾아 바구니에 담았습니다. 미국 최초이자 세계 최초의 '슈퍼마켓'이었습니다. 창업자 마이클 컬렌은 18살부터 상점 점원으로 일해 온 사람이었습니다. 창업 2년만에 ‘킹 켈런’은 미국 최대 슈퍼마켓으로 성장했습니다.

 TV는 1931년 미국에서 첫 시험방송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실제방송은 1937년 영국의 BBC 방송국이 최초로 흑백텔레비전 방송을 시작하였습니다. 우리나라는 1956년 5월 12일 세계에서 15번째로 TV전파를 발사하였답니다.

복사기(copying machine)의 기원은 1837년 프랑스의 다게르가 은판(銀版) 위에 물체의 모습을 고정시키는 사진술을 발명한 때부터 시작됩니다. 그 뒤, 1938년 미국의 C. 칼슨이 정전식(靜電式) 복사기를 발명하였으며, 복사기의 상품화는 할로이드가 1950년에 제록스 1호기를 생산하면서부터입니다.

위의 새로운 발명들은 모두 대혁신의 사례들입니다.

산업의 발전에는 주기적인 패턴이 있습니다. 대혁신(breakthrough)으로 새로운 발명이나 新패러다임이 등장하고 이것이 산업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합니다. 나아가 점진적인 변화와 개량을 이어오다가, 다시 위기와 정체를 겪게 되면서 대혁신의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혁신에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大혁신, 개선과 개량 정도를 일컫는 小혁신이 있습니다. 소혁신은 다양하게 어느 곳에서나 거의 항상적으로 일어납니다. 이를 점진적 혁신이라고도 합니다. 이에 반해 대혁신은 창조적 혁신입니다. 그런데 점진적 혁신이 잘 되는 기업이나 산업에서는 대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고 합니다. 기업차원에서 품질인증(ISO9000 등)이 많을수록 새로운 지식을 활용한 기술혁신에는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개량으로 안심하고 작은 성공에 안주하는 것입니다.

 대혁신의 요소는 한마디로 창조, 창조는 외부로부터의 지식흡수, 다양한 異種결합, convergence(융합)의 과정을 통해 드러납니다. 전자산업의 혁신과정을 보면, 진공관발명은 전자공학의 도입결과였습니다. 트랜지스터 도입에는 고체물리학의 도움이 있었고, IC의 발명은 재료공학과 화학의 공헌이 있었기에 가능하였으며, PC의 등장은 전산학 발달의 결과였습니다.

선거과정도 혁신의 과정이라 하겠습니다.

점진적인 개량을 추구하는 정당이 있고 창조적인 혁신을 도입하는 정당도 있습니다. 외부로부터 새로운 인사의 대거 영입도 있고 서로 성격이 다른 정당과의 통합도 있었습니다. 보수적인 정당이라고 점진적 혁신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진보적이라고 해서 꼭 창조적 혁신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방어적 정당은 개량적이고 도전적 정당은 보다 혁신적이라고 하겠습니다.
건곤일척의 선거가 다가옵니다.

누가 성공할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승자는 혁신하는 쪽이 것이란 것, 그리고 위기일수록 혁신하기 좋은 환경이란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