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베트남과 한국
중산층, 베트남과 한국
  • 이준후/시인, 산업은행 팀장
  • 승인 2008.12.29 2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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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특히 증권가에는 베트남펀드가 인기의 초점이 되어 시장에 출시되자마자 매진되고 있다. 심지어 강남의 금융기관 VIP고객을 중심으로 부동산펀드도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왜 모두들 베트남, 베트남인가. 베트남의 경제성장은 가히 폭발적이다. 우리나라의 70년대를 꼭 닮았다. 현재 수년간 연 7%이상, 작년에는 8.4%의 성장을 기록하였다.

 작년 11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함께 ‘제2의 중국’으로 거론되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베트남에 이젠 중산층이 형성되어 소비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호찌민과 하노이 등 베트남 주요 도시에 거주하는 중산층을 주축으로 고급레스토랑에서의 식사를 즐기고 대형 고급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외신은 보도한다.

 그 외신은 “베트남 주민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부자”라면서 “베트남 도시의 중산층이 앞으로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경제가 중국 다음으로 세계 2위의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중산층의 대두 역시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노이에서 대학에 다니는 아들을 위해 오토바이를 사려고 혼다 매장에 들른 또빈씨는 “자전거를 사는 것이 희망이던 시대는 지났다”라면서 “이제 베트남에서는 농부들도 모터바이크를 탄다”고 말했다.

 미스 흐엉은 하노이 국립대학을 졸업하고 미국계 영어학원에서 일하는 미모의 아가씨다. 생김새가 한국인을 닮아 친구들은 물론 군인 남자친구까지 조상에 한국인이 없느냐고 놀린단다. 부친은 대학교수, 어머니는 초등학교 교사이다. 외동딸인 그녀의 단독주택에 가면 혼다오토바이가 3대가 번듯하게 서 있다.

 우리 돈으로 1억원이 넘는 단독주택 외에 그녀네는 부모가 그 동안의 소득을 꼬박 모아 3년전 외국인 거주지역에 아파트 1채를 은행 대출을 받아 구입했단다. 은행이자는 아파트 월세를 받아 지급하고 있는데 최근 하노이 부동산값이 대폭발하여 그녀는 먹지않아도 배가 부르다고 즐거워했다. 그녀는 이제 주말이면 빅C에 가 쇼핑을 즐기고 유행하는 한국영화를 보면서 한국여행을 계획한다고 말한다. 그녀 가족은 전형적인 신흥 중산층인 것 같다.

 하노이시 외곽에 있는 빅C라는 대형 수퍼마켓은 대단히 성업중이다. 한국 김치와 라면은 물론 중국산 전화기와 일제 털레비젼 등 없는 물건이 없다시피 하다. 시내 어디를 가도 건설현장을 볼 수 있고 아파트 타워가 늘어나고 쇼핑몰과 레스토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바야흐로 베트남의 소비시장이 본격적으로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의 인구는 우리의 두 배쯤 되는 8,400만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90년대 후반까지 우리나라에서 자신들이 소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80%에 달했다. 중산층은 명확한 기준이 없는 불안한 개념이기는 하다. 지배층이야 어떤 사람들인지 금방 알 수 있고, 노동자도 금방 알 수 있고, 하다못해 차상위계층까지 통계 범주로 잡기 시작했기 때문에 알 수 있지만 중산층은 불안한 심리적 개념이다. 도대체 누가 중산층이야? 우리나라에서는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중산층이다.

 이 80%에 달했던 중산층이 최근의 조사들에 의하면 50%로 줄었다. 반면 이 기간 동안에 국민소득은 8,000달러 근처에서 1만6,000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평균적 소득 기준으로만 하면 분명 국민들은 평균적으로 100% 이상 소득이 늘어났어야 한다. 자동차 보유 대수도 이 기간 동안에 1,000만대를 넘어섰다.

 그런데 이제는 30%의 사람들은 자신이 중산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90년대 후반에서 2007년도에 달하는 약 10년 동안에 어떤 일인가 생겨난 것이 분명하다. 이 변화가 모든 사람, 즉 부유층과 극빈층에게 골고루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한때는 80%에 달했던 특정계층에만 영향을 미쳤다는 추론이다.
 과연, 어디에서,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잘못되고 있는 것인가.

 여기서 다시 중산층의 개념이 무엇인지 담론 하나를 소개한다.
 첫째, 외국어를 하나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고 둘째,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어야 하고 셋째,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어야 하며 넷째, 남들과는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다섯째, ‘공분’에 의연히 참여할 것 등이다.

 프랑스의 방송토론에서 나온 결론이란다. 어려운 일이다. 물론 이 정도의 삶의 질을 향유하려면 상당한 재력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보다도 제일 중요한 건 사람들과 나누고 돕는 생활을 하되 그 행위가 지속적이고 규칙적이어야 한다는 것. 프랑스뿐만이 아니다. 영국이나 미국의 공립학교는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사회적인 약자를 도와야 하며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는 것을 중산층의 조건으로 정하고 가르친다는데...

  베트남과 한국의 중산층, 우리는 너무 물질적인 면에만 치우친 건 아닐까.

 

 200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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