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파의 바다를 향한 관심은 노래가사로 번져
향파의 바다를 향한 관심은 노래가사로 번져
  • 남송우 부경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승인 2018.11.0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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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향파의 바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근원적으로 당시 수산대학에서 바다로 나아갈 학생들을 가르쳤다는 점에서 비롯됨을 무시할 수 없다. 주로 교양국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을 만났다. 수업 시간마다 딱딱한 이론 강의보다는 고전을 통해서 인간의 본질과 삶의 근원적인 사유를 학생들에게 안내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바다를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아가야 할 학생들에게, 어떻게 바다에 대한 꿈과 미래에 대한 도전 정신을 키워줄 것인가가 향파 선생의 주 관심사였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수대 전체 학생들의 수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 학생들을 하나로 묶어줄 매개가 많지 않았다. 운동회나 축제는 있었지만, 이때 함께 부를 노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향파 선생은 학생들이 전체로 모여 함께 행사를 할 때, 함께 할 행진곡의 필요성을 느끼고 이를 작시하고, 이상근 작곡자에게 의뢰하여 1966년 개교 25주년을 맞아 행진곡 ‘바다의 아들’을 창작했다. 1966년 5월 25일자 수대학보(제 72호)에는 악보와 함께 이 행진곡이 갖는 의미를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행진곡 ‘바다의 아들’ 제정에 부치는 말

개교 이십오 년만에 본 대학 행진곡 ‘바다의 아들’이 제정됨은 대학기풍 설립 및 대학생활 개선에 있어 획기적인 모멘트가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학생자치회 예산 중 삼 만원의 경비로 그 동안의 준비를 거쳐 십오일 개교기념식 전에 발표됨으로 인하여 경사스러운 축제를 더욱 호화롭게 장식했는데 앞으로 남은 과제는 보급문제 뿐이다. 본 대학 동창회 및 재학생 전원이 함께 입 모두어 행진곡을 부르면서 발맞출 때의 켐퍼스를 생각하며 본사에서는 새로 제정된 행진곡의 곡과 가사를 전재한다. 아무쪼록 모두가 함께 부를 수 있는 행진곡이 산과 땅을 울려
바다에 메아리쳐 나갈 수 있기를 빈다.

 

바다의 아들
         이주홍 작시/이상근곡(수대학보 72호,1966.5.25)

1. 하늘 끝 닿은 수평선 저쪽 아스라이 날 오라 손짓하는 곳 거기가 내 가는데 불튐길 무대 파도 따위 덤벼온다 겁낼 것이냐

2. 꿈부푼 젊음을 노래에 싣고 갈매기로 길벗해 떠나는 아침바다야 소리쳐라 발갛게 타라 청춘은 사를수록 더욱 피너니

후렴
달려라 앞으로 앞으로 세계의 바다로 날려라 펄럭펄럭펄럭 수산대학 깃발을 물에서 물에서 솟아 물에서 지는 태양과 같이 우리는 뱃사나이 바다의 아들

 

‘바다의 아들’은 행진곡답게 가사 내용이나 분위기가 힘차고 역동적이다. 무엇보다 젊은 학생들에게 바다는 자신들이 개척해 나가야 할 세상이기에 용기를 가지고 힘차게 나아가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특별히 뱃사나이면서 바다의 아들이라는 점을 노래의 마지막에 강렬하게 강조함으로써 수대학생들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밝혀주고 있다.

그래서 이들이 젊은이로서 희망의 나래를 펴고 바다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북돋우고 있다. 지금은 이 행진곡을 기억하는 학생들이 거의 없다. 그러나 60년대 당시의 수대학생들의 기상을 엿볼 수 있는 행진곡이라 생각한다면, 이런 정신으로 배우고 바다로 향했기에 그들은 바다에서 산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의 한국 수산업이 그 시절에 이 행진곡으로 가슴을 불태웠던 학생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는 한 편의 노래가 젊은이들의 가슴에 바다를 향한 남다른 열정을 심어 주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향파 선생은 학생들에게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을 위한 바다 노래도 작사를 했다. 이것이 1984년 작인 ‘갈매기 처녀’이다. 이 가사에 박춘석이 곡을 붙여 가수 이미자의 노래로 불려졌다. 정감어린 대중가사로서 서민들의 일상적인 삶의 애환을 서정화하고 있다.

 

 

갈매기 처녀
         이주홍 작사, 박춘석 작곡/이미자 노래(1984)

1. 높고 낮은 파도따라 사연들도 많은데
비에 젖은 선창가를 서성대는 저 사람
인생이 그런 건 줄 처음부터 몰랐던가
아 - 아 - 처음부터 몰랐던가
또 한 사연 풀어놓고
갈매기는 떠나네

2. 오고가는 뱃길따라 사연들은 많은데
밤이 깊은 부둣가를 홀로 가는 저 사람
인생이 슬픈 건줄 처음부터 몰랐던가
아 - 아 - 처음부터 몰랐던가
또 한 사연 풀어놓고
갈매기는 떠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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