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세월호’ 막는 스마트한 대안
‘제2의 세월호’ 막는 스마트한 대안
  •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
  • 승인 2018.11.0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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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선주협회 조봉기 상무
▲ 한국선주협회 조봉기 상무

[현대해양] 세월호 사건을 통해 부각된 복원성에 대한 선원들의 의식수준은 여전히 낮다. 여전히 상습적인 어선 불법 건조 사례가 적발되고 있고 최근 바닷모래를 채취하면서 평형수를 배출하지 않는 작업선 때문에 해경이 집중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선원들이 복원성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이유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체감하기도 쉽지 않은 복원성의 특성 때문이다. 선박 현장에서 복원성 관리의 현 실태는 어떤 수준이고 개선방안은 무엇일까?


지금껏 복원성 측정은 전부 예상치

충돌이나 좌초처럼 외부적인 충격 없이 배가 스스로 침몰하는 경우는 세 가지다.

첫째, 배가 점점 무거워지면서 (짐을 많이 싣거나 사람이 많이 타면서) 건현(Freeboard)도 따라 점차 줄어들고 급기야는 건현이 없어지면서 배가 물속으로 들어가는 경우이다. 유원지에서 노 젓는 배를 빌려 2명이 타야 되는데 10명 쯤 타면 벌어질 일이다.

둘째, 배 (배에 실려 있는 모든 것을 다 포함해서)의 무게중심이 배가 좌우로 기울어질 때의 고정점으로 작용하는 경사중심보다 위에 있을 경우 중력으로 배가 뒤집히면서 물속으로 들어가는 경우이다. 유원지 놀잇배를 타면서 자리에 앉지 않고 벌떡 일어섰을 때 일어날 일이다. 오뚝이를 거꾸로 세우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무거운 쪽이 밑으로 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온 국민을 멘붕에 빠트린 세월호도 이런 유형의 사고인 것이다.

셋째, 배 가운데 부분이 절단되면서 물속으로 들어가는 경우인데 배의 길이가 폭에 비해 과도하게 길어진 상태에서 화물이 고르게 실리지 않고 앞과 뒤에 심하게 집중될 경우, 가운데 부분이 견디지 못하고 부러져 버리는 것이다. 폭이 좁고 길이가 10미터쯤 되는 긴 놀잇배 앞과 뒷자리에 여러 명이 탄다면 가운데 부분이 부러져버릴 것이다.

복원성은 선박 자체와 선적되는 모든 화물, 연료, 여객, 식수, 기타 부속물의 무게와 위치를 종합한 무게중심(G)과 선박이 기울어질 때의 경사중심(M)과의 차이에서 도출된다. GM간격이 넓을수록 복원력이 좋고, GM간격이 짧을수록복원성이 나쁜 것이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선원들은 복원성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복원성은 어떤 선원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선박의 복원성을 담당하는 일등항해사는 상시적으로 각종 탱크에 실려 있는 물이나 기름의 양을 확인하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는 화물의 대략적인 무게와 위치를 파악한다.

자동차운반선에 근무하는 일등항해사는 화물 선적업체들이 준 대략적인 화물 선적량과 위치가 나온 자료를 토대로 선박의 복원력을 만들고 있다. 최소 복원력은 정확하게 확인할 방법이 없고 그마저도 적당히 넘어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채택한 국제협약인 ‘해상인명안전협약(SOLAS)’ 부속규정인 IS코드에 최소 복원성이 최소 15cm로 규정돼 있는데, 일등항해사는 물, 평형수 등을 이동, 배출 등을 통해 복원성을 맞추는 것이 현장의 관행이다. 이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화물의 무게라든가 계산상의 착오 등이 개입될 확률은 부지기수이다.

실제로 세월호에서도 평형수를 370톤 적재했다고 서류상 작성했는데 실제 조사에서 761톤으로 밝혀졌다. 일등항해사와 선장이 정확한 GM값을 도출하지 않고 경험치에 의해 여객 400여 명의 생명을 담보했다는 것에서 안전불감증이 여실히 드러났다.


가시화될 수 있는 복원성

▲ 자동차 운반선 내부
▲ 자동차 운반선 내부

시시각각 변하는 선박의 무게중심과 무게의 분포를 실시간으로 정확한 측량하는 방법을 사물인터넷 기술에서 착안 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IoT)이라고 하면 외부에서 스마트폰으로 거실의 보일러, TV, 에어컨 등을 작동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획득하고 사물끼리 공유한다는 개념인 IoT는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마시는 물병에 센서가 달려 언제 얼마나 물을 마셨는지 스마트폰이 알려주는가 하며 스크린 골프장에서 공이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회전하면서, 얼마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지 나아가 공의 예상 비행궤적을 보여주는 사례는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주차장에 가면 빈공간을 표시해주는 장치를 선박에 적용시키는 시스템이 있다. 주차장 입구에서 차번호를 인식하고 본인 차가 몇 층, 몇 번째 구역에 있는지 알려준다. 선박에 적용해 자동차운반선에 차량이 몇 번 갑판, 어느 구역에 정차되는지 또한 차량 무게를 측정하는 계량기를 설치하고 자동으로 차량의 무게를 측정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취합하면 무게중심을 정확하게 구할 수 있다. 본선에서는 실시간으로 취합된 무게중심을 계산하고 GM을 구해 정확한 복원성을 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컨테이너 선박도 적용 가능하다. 크레인이 들고 내릴 때 컨테이너의 무게를 재고 가로, 세로 몇 번째 칸에 실리는지 본선에 실시간 전달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IoT를 활용해 인간이 인지하기 어려운 분야를 정확히 정량화함으로써 관행적인 안전불감증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혁신적인 해상안전관리 구현

IoT로 디지털화 된 정보들을 활용하면 해상안전 관리체계가 괄목할 만큼 개선된다. 산출된 선내 복원성 결과를 일등항해사가 스마트폰으로, 선장은 AIS 등 항해통신장비를 통해 해경 관제실로 전달할 수 있다. 원한다면 선내 승객들에게도 전송 할 수 있다.

세월호 사고에서 보듯이 시시각각 변하는 선박 경사 정보의 기록은 사고 상황의 이해나 사고원인의 분석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지금껏 경사 기록 등 선박 정보들은 비행기의 블랙박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선박의 항해기록장치(VDR)에 자동 저장되는 형태였다.

IoT를 이용해 이 정보들을 클라우드를 통해 해수부, 해경 등 유관기관 실시간으로 전송될 수 있어 해상안전 관리 체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전 세계에 운항 중인 수 많은 또 다른 세월호를 위해 반드시 누군가 현실화해 줄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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