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R&D 사업으로 퇴색된 10대 수산물 수출전략품목
뻔한 R&D 사업으로 퇴색된 10대 수산물 수출전략품목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8.11.02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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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무리한 계획’ 비판받아

[현대해양] 수산물 품목을 지정, 집중 육성해 100억 달러 수출을 달성하겠다던 10대 수출전략품목 대책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 2011년 12월 ‘세계 수산시장 변화에 대응한 수산분야 10대 전략품목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2013년부터 1조 7,000억 원을 투입해 2020년까지 수산물 100억 달러 수출을 달성하겠다는 당찬 계획이었다. 언론에서는 해양수산부(당시 농림수산식품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라 ‘수산물 수출 100억불 시대가 도래한다’고 대서특필했다.

당시 이 계획(대책)은 10대 수산물 전략품목 육성을 통해 양식산업을 미래 식량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한편, 우리 수산업을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미래 성장동력 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계획은 이웃나라 중국의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2000년 11kg에서 2009년 30kg으로 증가하고, 2020년에는 40.8kg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과 중국인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1kg 증가할 경우 130만 톤(우리나라 수산물 생산량의 40%)의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에 근거한 것이라고 해수부는 설명했다.

▲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 민물장어, 참다랑어, 참굴
▲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 민물장어, 참다랑어, 참굴

10대 수출전략품목은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는 품목 △신개념 양식방법이 개발되는 품목 △세계시장에서 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한 품목 등 세계시장이 확대되고 기술개발 잠재력이 큰 품목 기준으로 선정됐다. 이런 선정기준에 따라 넙치, 전복, 참다랑어, 해조류, 해삼, 갯벌참굴, 새우, 민물장어, 관상어, 능성어가 10대 전략품목에 지정됐다.

먼저 △갯벌참굴은 2010년 기준 수출 0억 달러에서 10억2,000만 달러(12만5,000톤)로 △해삼은 1,200만 달러에서 30억 달러(4만 6,000톤) △전복은 3,700만 달러에서 2억5,000만 달러(3만 5,000톤) △광어(넙치)는 3,700만 달러에서 8억 1,000만 달러(8만8,000톤) △참치(참다랑어)는 3억7,000만 달러에서 13억3,000달러(32만5,000톤) △해조류(김, 미역)는 1억2,400만 달러에서 7억 4,000만 달러(8만 1,000톤) △새우 0억 달러에서 5억 달러(4만 6,000톤) △뱀장어 16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1만 1,000톤) △능성어 0억 달러에서 2억 7,000만 달러(1만 2,000톤) △관상어 수출 44만 달러에서 1억 달러(1,000톤)로 각각 목표를 잡았다.

 

100억 달러를 수출한다?

10대 수출전략품목 선정이유를 보면, △갯벌참굴은 굴의 10배 가격(개당 800원)의 고가품목으로 주산지인 프랑스 어장 노후화 등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 

△해삼은 중국 해삼 잠재 수요가 50~60만 톤(10조 원)으로 추정되고, 잘 말린 건해삼은 100배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품목이라는 것. 

△전복 또한 중화권에서 선호하는 고급수산물 중의 하나이며, 대형 전복일수록 부가가치 상승한다는 이유에서다. 

△광어(넙치)는 대구, 헐리벗(대서양 넙치) 등 흰살생선 어획 둔화 추세로 향후, 미국, EU 등에 생선 스테이크용 수요 증대 예상된다는 것. 

△참치는 원양어업으로 생산하는 농수산물 최대 수출품목 중의 하나이나, 참치 자원감소와 국제규제 강화로 생산량 증대에 한계가 있어 참치 양식 추진을 통해 고부가가치 참치 생산을 추진한다는 것. 

△해조류는 최근 국내산 김·미역 수출폭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지속 확대될 전망에서다. 

△새우는 세계 제1위의 수산물 교역 품목으로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거래량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이라는이유에서다. 

△뱀장어는 전통적인 시장인 일본을 비롯하여 중국 등 신흥시장 확대로 소비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능성어는 중화권에서 고가로 거래되는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최근 중국이 연간 3조 1,000억 원 규모의 로 급부상했다는 것. 

△마지막으로 관상어의 세계시장 규모는 약 23조원(FAO, 생물 30%, 용품 70%)으로 식용어류에 비해 높은 부가가치 창출 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양식수산물 전략품목 육성사업으로 중도 변경

10대 수산물 수출전략품목 육성계획 사업 첫 해인 2013년부터는 정책연구비 166억 원으로 본격적인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 등의 사업이 추진됐다. 사업 중심은 국립수신과학원이 맡았다. 이듬해부터 매년 국립수산과학원을 중심으로 성과 보고대회와 관련 워크숍이 열렸다.

10대 수산물 수출전략품목 육성계획은 ‘인공생산-양성-대량생산-수출지원’ 의 전 단계를 아우르는 육성전략을 수립, 시행하는 프로젝트다. 그런데 2016년부터 수산물 수출전략품목 육성사업’에서 ‘양식수산물 전략품목 육성사업’으로 사업 명칭이 바뀌었다.

그리고 양식수산물 수출을 위한 전 주기(종자-양식-가공-수출) 지원에서 시장 기반의 주요 품목 양식 생산량 확대(종자-양식)로 정책 목표가 변경됐다. 수산물 품목은 △수입대체(새우, 연어) △수출증대(전복, 해삼, 김, 넙치) △양식기술 개발(참치, 뱀장어, 참굴)로 분류, 재편됐다.

사업 책임은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개발원(KMI) 등 양식분야 주요 유관기관을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KIMST)은 외부 위탁 과제 책임을 맡았다.

이처럼 사업 명칭이 바뀌면서 수출 목표치가 사라졌다. 2017년에는 품목도 일부 변경됐다. 능성어는 난류성 어종으로 우리나라 수온에서는 성장하기 부적합하고 동남아시아에서 대량생산되고 있어 성장이 느린 국내산이 중화권에서 가격 경쟁력이 없다는 판정을 받아 2016년에 제외됐다. 

관상어도 빠졌다. 관상어는 ‘관상어산업육성법’의 제정에 따라 별도로 분류됐다. 그 자리에 연어가 추가됐다.

한편, 능성어는 골든시드프로젝트(GSP) 품목에도 포함돼 중복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처음에 수출 전략품목이다 보니 대량생산에 포커스가 맞혀져 있었는데 중간에 수출전략품목에서 수산물양식전략품목 육성사업으로 바뀌었다. 수출이라는 것이 빠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장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현안이 있는데 현안을 해결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적이라 해서 수출이란 용어가 빠졌다”고 덧붙였다.

또 해수부 관계자는 “2015년에 해수부에 수출가공진흥과가 생겼기 때문에 수출 가공은 그쪽에서 하고 우리는 수출 이전의 산업화, 대량생산까지 초점을 맞춰보자 해서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수출전략 품목이 조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있었다. 2015년 1월 당시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실 관계자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수산물 가공 수출에 관심이 많다”며 “전략품목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10개 품목은 너무 많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품목 3~4개 정도로 줄여 집중하도록 재조정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2015년 5월 당시 강준석 국립수산과학원장은 현대해양과의 인터뷰에서 “품목의 다양성보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며 “해수부는 10대 품목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산물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수산물 수출전략품목 육성사업의 중장기 전략을 재수립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품목 나열 과했다

문제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제에서 벗어나 사업명에서 ‘수출’을 빼면서 수출 목표치가 사라지며 단순 R&D사업으로 변했다는 것. 애초부터 100억이라는 목표는 허황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수산물 전체 수출액은 23억달러이며 올해 목표치는 27억 달러이다. 역대 수산물 수출은 지난 2012년에 기록한 23억 6,000만 달러가 최대치였다. 이런 냉혹한 현실을 볼 때 당초 100억 달러 수출 목표는 너무 현실과 거리가 먼 목표였다는 것이 사업 일몰을 2년 앞둔 시점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수부 입장도 달라지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100억 달러를 수출하자 해서 하는 건 아니다. 양식을 육성시켜보자 해서 하는 거다”라면서도 “수출가공과가 그런(수출) 수치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사업명과 기조가 달라지다 보니 관련 예산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14년 279억(양식섬 조성 예산 포함)것이 2015년 169억, 2016년 163억, 지난해 116억으로 갈수록 삭감되고 있다. 올해는 예년보다 대폭 삭감된 92억 원으로 줄었다. 내년엔 더 삭감돼 72억 원으로 집행될 예정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계속 삭감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해수부 관계자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뭐가 나와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보니 국가적 차원에 서 R&D 예산이 줄어들고 있다. 아쉽다”고 밝혔다.

총예산은 사업 첫해인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893억 원이 투입됐다. 여기에는 본래 취지와 다른 용도로 집행된 것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수부 관계자는 “2017년까지 893억 원의 예산이 지출됐는데 여기에는 박람회 비용도 있다. 실제 사업비는 777억 원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그럼 사업 종료를 앞둔 이 계획에 대한 종합평가는 어떨까? 당초 계획대로 2013년부터 8년간 1조 7,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면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수출 100억 달러를 얘기하지만 어획까지 합쳐도 (목표의) 반이 안 된다. 어렵다고 봐야 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현장의 요구사항을 보고 수출이 목표가 아니라 현장에서 필요한 걸 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9개 품목 평가 극과 극

해수부는 지난해 외부용역기관에 양식수산물 전략품목 육성사업 성과평가를 의뢰했다. 하지만 결과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해수부 측은 용역비 1억 원을 들인 용역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확한 수치는 제공되지 않았지만 경제성 평가 결과 9개 품목 모두 100억 원 경제적 가치를 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 측에 따르면 9개 품목 중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은 전복으로 297억 원의 기여를 했다고 평가됐다. 반대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품목은 참다랑어로 100억 원이 조금 넘는다는 평가다. 참다랑어가 가장 낮게 경제성이 평가된 것은 산업화가 되지 않았고, 양식업체가 3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경제성 평가에는 매출액(추정치), 기술가치. 특허 취득 여부 등의 여러 평가항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수부 관계자는 “B/C(Cost-Benefit Analysis; 비용-편익 분석)는 모두 1이 넘는다. 9개 품목 평균 B/C는 1에서 2사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낮은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R&D(연구 개발)는 보통 B/C가 높게 나오지 않는다. 손익은 넘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수부의 태도를 대하는 수산전문가들의 평가는 냉혹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거창한 10대 수출 전략품목 계획이 나올 때부터 과연 저게 성공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며 “결국 해수부가 오락가락 갈피를 못 잡다가 많은 기관에서 시행하는 뻔한 R&D 사업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수산계 중진인사는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선택과 집중을 하라했는데 결국 막판까지 와서 별 수확 없이 막대한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됐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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