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뉴딜, 100억원 vs 100년
어촌뉴딜, 100억원 vs 100년
  • 송영택 발행인
  • 승인 2018.11.0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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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택 발행인(수산해양정책학 박사)<br>
▲송영택 발행인(수산해양정책학 박사)

[현대해양] 몇 년 전 이탈리아 나폴리 만(灣)에 떠있는 세계적인 관광지 카프리 섬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선진국의 어촌·해양관광 노하우를 배워보고자 어업인 및 지방정부 공무원들과 함께한 자리였습니다.

 카프리는 아름다운 풍광과 온화한 기후에 최고급 호텔에서 농가 민박까지 다양한 숙박시설과 싱싱한 해산물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이 즐비해 있었습니다. 섬 보트투어, 리프트 탑승, 예술품 감상까지 즐길 거리도 다채롭고 세계적 명품 브랜드들이 골목 상점에 입점해 있기도 하였습니다.

 섬을 둘러보고 시청을 방문하여 시장과 관광위원회 회장, 호텔연합회 회장 등 섬 지도자들과 면담을 하였습니다.
이들은 서로 친구이거나 친지들이라 시골마을의 간담회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우리 일행은 섬을 세계적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주민들은 어떤 노력을 했는가하는 질문을 했습니다. 좀 난감한 표정을 짓던 그들은 한 참 동안 토의를 하였습니다. 마침내 시장이 대표로 답했습니다.

“별로 한 것이 없다”.  “100년 전엔 이곳도 어업을 주로 하던 평온한 어촌이었다. 그때부터 휴양객들이 방문하였으며 이후 입소문이 나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며 “유명 인사들의 방문으로 언론에 노출되어 효과를 본 것이 특별한 정도”라고 덧붙였습니다.

 특별한 노하우를 듣고 싶었던 우리로서는 허무한 답변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해양수산부에서는 내년부터 어촌뉴딜300 사업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에 걸맞게 어촌에 활력을 불어넣어 해양관광 활성화와 어촌의 혁신성장을 견인한다는 취지로 지역밀착형 소규모 SOC사업을 펼친다고 합니다. 이 사업은 지난 6월 경제장관회의에서 범정부 사업으로 승격되면서 현 정부 10대 과제로 선정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2022년까지 어촌·어항 300개소를 선정, 3조원(개소 당 평균 100억 원)을 투입하키로 한다고 합니다. 지금은 내년 사업 대상지 70개소를 선정중에 있습니다.
 해양수산부가 어촌에 이 만큼 대단위 사업을 펼치는 것은 처음 있는 일로 크게 기대가 되는 바입니다.

 그러나 취지는 동감하나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선정된 마을은 사업비를 2년 이내 소진해야 하고 그리해서 현 정부가 끝나는 2022년까지 사업을 완료한다는 대목입니다. 주민협의체를 만들어 주민이 주도하는 형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나 주민 스스로 단시간 내에 사업을 추진하기란 무리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어촌개발 사업은 효율성 보다는 주민의 행복을 우선해야 합니다. 그래서 차분히 주민들의 의사를 살피고 적절한 민주적 절차를 거쳐 추진할 사업을 결정 짓도록 시간을 주어야 비로소 그 사업은 생명력을 얻을 것이고 향후 유지도 수월할 것입니다. 소위 지속가능한 착한 커뮤니티 디자인이 필요한 것입니다.
 획일적으로 기간과 계량적 목표를 정해놓고 어촌의 혁신을 이끌겠다는 발상 자체가 넌센스 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100억 원이 이탈리아의 100년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라도 어촌뉴딜 사업의 개념과 방향을 새로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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