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 생명자원 보존과 관리대책 시급하다
극지 생명자원 보존과 관리대책 시급하다
  • 이홍금 전 극지연구소장
  • 승인 2018.11.0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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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금 전 극지연구소장
▲ 이홍금 전 극지연구소장

[현대해양] 미생물은 지구 생물량의 약 60%를 차지하며 지구상의 어떤 환경에서도 존재한다. 지구의 양 끝에 위치한 큰 바다인 북극해와 남극해는 해수의 평균 온도가 다른 바다보다 훨씬 낮은 추운 바다다. 얼음에 닿아 있는 해수의 온도는 겨울에는 결빙점인 섭씨 영하 1.8도까지 내려가고 여름에도 영상 4℃에서 5℃ 아래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극한의 환경에도 우리의 맨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미생물들이 왕성하게 살고 있다.

식물이나 동물에 비해 미생물은 외부와 접촉하고 있는 세포 표면의 면적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외부 환경에 빨리 적응하면서 진화해 왔다. 따라서 미생물의 유전적 변이가 식물이나 동물에 비해 큰 것은 미생물의 환경에 대한 적응력과 가까운 관계가 있다.

해수나 퇴적물, 구조물이나 생체의 표면에 부착해서 살아가는 해양 미생물의 가장 큰 특징은 저온에서도 잘 자라고 나트륨과 같은 염분을 필요로 하는 호염성이라는 생리적 특징을 갖고 있다. 산소가 없는 환경의 해양퇴적물에서 메탄을 생성하는 메탄 생성균이나 높은 온도의 열수구에서 자라는 초고온성 미생물은 높은 염도에서 자라는 호염성 미생물과 함께 극한미생물의 대표적인 그룹인 고세균에 속한다. 이는 35억 년 전의 지구환경처럼 고온에 산소도 없는 환경에서 탄생한 원시생물이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해 왔는가를 밝혀줄 열쇠를 가진 생명체이기도 하다.

 

미생물은 1차 생산자

총면적 2,600만㎢, 지구 면적의 5%를 차지하는 북극은 일반적으로 7월 평균 기온이 10℃ 이하인 지역으로 정의되며, 북위 66.5° 이북으로 대부분 나무의 성장 한계선과 일치한다. 유라시아 대륙과 북미대륙, 그리고 그린란드로 둘러싸인 북극해는 면적이 1,400만㎢로 남극 대륙과 비슷하며 전 지구 해양면적의 약 3.9%를 차지하는 지중해 모양의 작은 대양이다.

북극해는 그린란드와 스발바르 군도 사이에 있는 프람해협과 바렌츠 해의 대륙붕을 통해 북대서양과 연결되고 북태평양과는 알래스카와 동시베리아 사이의 베링 해협을 통해 연결된다.

남극은 남극조약에 따라 남위 60° 이남의 바다와 대륙을 포함하는 공간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춥고 건조하며 바람이 강한 지역이다. 남극해는 남극대륙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로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과 접해 있는데 온도와 염분 등물질적 성질이 뚜렷하게 차이를 보이는 자연적인 경계인 남극 수렴선을 기준으로 남극 수렴선 이남의 남극권과 수렴선 이북의 아남극권으로 구분되고 있다.

극지 바다에서 미생물의 역할은 지구상 다른 곳에 살고 있는 해양미생물과 기본적인 특징은 같다. 해양생태계에서 미생물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는 1차 생산자로서의 역할이다.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고정해 유기물을 생산하는데, 1차로 생산된 미생물 생체는 먹이사슬을 거쳐 어류와 같은 형태로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극지는 1년 중 겨울에는 빛이 전혀 없거나 아주 적은 양의 빛만 쪼일 수 있다. 봄이 돼 빛이 증가하게 되면 갈색 또는 녹색을 띠는 미세조류가 해빙 아래에서 성장하고 있는 것을볼 수 있다. 여름이 되어 해빙이 녹으면서 식물플랑크톤 대번성이 일어나는데, 이로써 크릴을 포함한 동물플랑크톤의 산란과 번식, 더 나아가서는 펭귄과 물개, 저서동물 번식에 필요한 먹이가 공급된다.

미생물의 중요한 또 하나의 해양생태계에서의 역할은 분해자로서의 역할이다. 1차로 생산된 유기물은 다양한 경로를 거쳐 해수 속에 녹아 있는데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세포 생장에 쓰이거나 이산화탄소로 분해돼 탄소의 전 지구순환에 기여하고 있다.

저온의 극지바다에 사는 미생물들은 일반 미생물과는 다른 염도, 온도 등의 환경조건 때문에 세포 구조나 물질대사 경로, 그리고 방어기작을 갖고 있다. 저온 활성 효소는 낮은 온도에서도 생화학 반응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며, 세포막의 불포화지방산의 함유량이 높은 것은 저온에서도 세포구조의 유연성과 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극지의 어류와 미세조류 그리고 세균은 낮은 온도에 적응하기 위해서 다당류나 단백질 형태의 결빙 방지 물질을 만들어 낸다. 결빙 방지 단백질은 얼음결정을 에워싸서 얼음이 더 이상 크지 못하게 하거나 얼음을 둥글게 만들어 세포가 해동이 될 때 얼음 결정이 세포조직을 상하지 못하게 한다. 로스해에서 분리한 미생물에서 개발한 다당체는 혈액보존 기능이 현재 사용 중인 글리세린보다 우수한 효능으로 기술 이전됐다.


극지에서 미생물 역할 밝히는 연구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기지 주변과 아라온 탐사해역에서 채취한 시료를 대상으로 극지에서 새로운 해양미생물을 발견하고, 어떻게 극지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해 왔으며, 현재의 지구환경 변화에 반응하는 생리학적 기작, 전 지구적 규모의 물질 순화에 관련된 미생물의 역할을 밝히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에 개발된 차세대 시컨싱기술(NGS)을 사용해 다양한 극지 해역에서 채취한 해양미생물을 대상으로 유전체 해독과 분석 연구를 수행하고, 미생물을 배양하지 않고 유전자만을 분리하고 그 염기서열을 분석해 그 기능을 밝히는 메타게놈 연구도 하고 있다.

또한 베링해나 로스해 등 북극해와 남극해를 누비면서 극지 미생물의 다양한 역할 에 대한 연구가 계속될 것이다. 수집된 다양한 극지 미생물은 보물 같은 생명자원으로 국내 연구진에게도 극지 미생물의 기능과 바이오 연구의 대상으로 활용돼야 한다. 나고야 의정서가 채택되고 국가적 차원의 생물주권이 강화됐으나 남극과 북극해의 생물자원은 자원주권 개념이 아닌 공익 차원 개념으로 국제사회가 정의하고 있다.

북극 공해나 심해는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서 남극은 남극조약에 따라 국가관할권 이원지역(ABNJ)의 생물자원으로 국제사회가 별도 규정하고 있다. 북극 다산과학기지가 위치한 노르웨이령의 스발바르 군도는 스발바르 조약에 따라 자원문제를 다루고 있다. 극지에서는 해양미생물뿐만 아니라 연안이나 내륙의 육상미생물도 큰 관심의 대상이다.

국가과학기술법 상의 ‘해양생물자원’ 관리가 아닌 국제적 이슈에 따른 극지생명자원 보존과 관리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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