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월을 말로 하자믄 끝이 없당께~”
“지난 세월을 말로 하자믄 끝이 없당께~”
  • 현대해양
  • 승인 2008.12.2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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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내 최고령 여객선장(‘제3득량호’ 김춘성 선장)

 

 

 

 전남 고흥의 14톤급 여객선 ‘제3득량호’에는 오늘도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지난 30여년을 한 결 같이 운항해 왔던 것처럼 오늘도 녹동항과 득량도 사이의 다리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12살적부터 배를 타기 시작해 어느 덧 70년의 세월이 흘렀다. 올해로 82세가 된 김춘성 선장하면 고흥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이다. 전남도내 최고령 여객선장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아직도 여느 젊은이 못지않은 힘과 열정이 넘친다.

 “지난 세월을 말로 하자믄 끝이 없당께~, 그래도 이 나이에 아직도 도선타고 댕길 수 있어서 내 볼일 알아서 봉께 그게 좋제. 허기는 오래 했구만…”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말문을 연 김 선장은 지난 세월 얘기를 해달라는 기자의 부탁에 오늘 하루로는 부족하다고 손사레를 치며 금세 말문을 닫아버린다.

 70여 년 전 12살의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집안의 가장 몫을 감당해야 했던 그는 어선어업에 종사하시던 큰아버지 밑에서 배를 타며 바다와의 인연을 시작하게 된다. 이후 득량도에서 어촌계장(17년), 수협대의원(4년), 마을이장(2년)직까지 역임해온 그에게 마을 주민들은 득량도에서 녹동까지 교통수단이 없어 불편함을 호소하며 배를 운항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저 두고 볼 수만 없었던 김 선장은 직접 노를 저으며 마을 주민들의 발이 되어 주었고 그 일이 지금까지 여객선 운항을 해 온 시발점이 되었다. “노를 저으며 운항하던 시절에는 바람만 조금불어도 배가 움직이질 않아 속 꽤나 태웠다”며 당시를 회상하는 그는 “그 때의 서러움과 고생스러움은 말로 다 할 수 없다”며 애먼 바다만 쳐다본다.

 녹동항에서 40여분 거리의 득량도를 운행하는 ‘제3득량호’는 요즘 빈 몸으로 운항하기가 일수다. 예전 150여 가구가 넘던 마을이 이제는 겨우 60여 가구도 채 남지 않고 그나마 고령화로 예전과 같은 활기는 찾아 볼 수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김 선장은 “배 운항하는 재미가 예전 같지 않다”며 아쉬운 기색을 내비친다.

 바다에 몸을 맡긴 채 살아온 세월이 70년이다. 세월만큼이나 굳은살이 박이고 검버섯이 피어오른 그의 손길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그가 이미 바다와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리라.

                                                                                             < 전남 고흥 = 양설 기자>

200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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