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적 휴어제’를 아십니까?
‘자율적 휴어제’를 아십니까?
  • 변인수 기자
  • 승인 2018.10.04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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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자협약 체결로 어업인 스스로 능동적 참여

[현대해양 변인수 기자] 지금 우리 바다는 어업자원 고갈로 황폐화됐다. 동해안의 오징어는 말할 것도 없고, 남서해안의 갈치, 고등어, 참조기 등의 대중성 어종들의 어획량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2000년대 들어 6만 톤 이상의 어획고를 유지하던 갈치는 2010년 8만 톤을 웃돌기도 했지만, 이후 꾸준한 하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일시적으로 풍년을 이루면서 어업자원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는 듯 했으나, 업계 및 학계에서는 중국정부가 시행 중인 자원보호정책의 반사효과가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참조기도 2010년까지 3만3,000톤 이상의 안정적 어획고를 기록했고, 2011년 5만9,000톤으로 급증하기도 했지만, 최근 5년간 감소추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2만톤 미만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능동적 어업자원관리의 필요성

지금까지 우리나라 어업자원관리는 정부주도로 이뤄져왔다. 정부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에 들면서 수산자원의 감소세는 급격해졌고,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면서 2016년 이후로는 연근해 어업생산량이 100만 톤 미만을 기록하게 됐다.

2016년 5월, 해양수산부는 어획량의 감소원인을 혼획으로 보고, 미성어의 어획비율을 낮추는데 주력, 개정된 수산자원관리법을 전면 시행하기에 이른다.

정책의 주요 내용은 금어기 어종 확대와 포획금지 체장 및 체중 설정이다. 단, 수산자원 관리를 위한 자체적인 제한 등을 내용으로 어업인들이 ‘어업자협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2019년 4월 30일까지 법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다.

대상이 되는 업종은 대형선망수협, 대형기선저인망수협, 근해안강망수협 등 3개 업종별수협과 안강망어업을 주로 하는 충남근해안강망어업자협약위원회, 목포수협이 추가돼 총 5개 업종별 단체가 된다.

소위 ‘자율적 휴어제’ 또는 ‘자율적 협동관리’라 명명돼 온 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2016년 대형선망수협 등 5개 단체는 자체적으로 어업자협약을 체결하고 정부의 승인을 각각 받았다. 어업자협약의 내용은 일정기간 조업을 중단하는 ‘휴어’가 기반이며, 추가적으로 어구제한, 어업인 교육, 수산자원 방류 등을 골자로 한다.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혼획률을 20%까지 저감하겠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각 단체에서 어업인들을 설득하는 일은 매우 지난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일부 어업인들은 “왜, 우리 업종에만 따라야 하는가? 당장 조업을 나가면 현금이 들어오는데 그것을 포기하란 말인가?”하고 불만을 털어 놓기도 했다.

조합장 및 직원들, 업계 대표들은 어업인들에게 지속적인 교육과 설득을 펼친 끝에 어업자협약을 체결, 해양수산부의 승인을 얻어낼 수 있었다.

 

어업인 스스로의 자구책

업계의 노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대형선망수협은 이미 2005년부터 지켜오던 연중 1개월의 휴어기를 올해에는 2개월로 확대했다. 어업경영주는 찬성했으나 선원노조 및 공동어시장의 중도매인들은 부정적이었다. 이에 대형선망수협은 선원노조와 협상, 추가 1개월간 임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협상을 이끌어 냈다. 이에 따른 결과로 고등어 평균 크기가 지난해 동기간 26cm와 비교해 올해 7월에는 30.2cm로 확연히 커졌다.

대형기선저인망수협에는 트롤어업, 외끌이기선저인망어업, 쌍끌이기선저인망어업 등 총 3개의 개별 업종이 존재한다. 이들은 상호간 경영상태 등이 달라 수산자원관리의 필요성을 인식한다고 해도 ‘휴어제’와 같은 자체 규제를 공통적으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적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단체들은 서로의 이해를 절충해 업계의 의견을 통일시켰다.

가장 눈에 띄는 단체는 충남근해안강망어업자협약위원회다. 이들은 보령 55명, 태안 35명, 서천 20명, 군산 5명, 장항 7명 등 총 122명의 회원으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어업자원보호를 위한 강력한 준수조항을 만들어 시행해 왔다.

이들은 자율적 포획·채취금지기간 설정은 물론, 미성어 혼획 비율을 조정하기 위한 항차별 관리시스템으로 미성어 포획량을 기록·관리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시 3차에 걸친 벌칙 부과를 거쳐 최종 조업금지 조치까지 취할 수 있게 했다. 또, 매년 1억원 이상의 금액을 투자해 방류사업을 실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상우 위원장은 “어업인들 스스로도 자원이 고갈됐다는 인식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이대로라면 자멸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자구책”이라고 밝혔다.

특히, 올해부터는 정부의 승인과는 별개로 어업자협약을 맺어 자치적으로 어업을 운영하고 있다. 회원들은 올해 1월 1일 부로 법정 틀(어구의 단위) 수 이내의 어구사용을 준수할 것을 서약했다. 준수사항을 어기게 되면 그에 따른 강한 벌칙과 범칙금이 주어진다. 각 회원들은 이행보증금을 위원회에 납부하고 조업이 끝나는 연말 환급을 조건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어업자원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소 이창수 전문연구원은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에는 아직은 이른 감이 있지만, 어업인은 스스로의 노력과 설득으로 자원관리를 주체적으로 해 나간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강력한 정부정책이 시행되더라도 어업인이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 한 수산자원관리는 요원한 문제로 남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래서 자율적 휴어제가 부각되는 것이다.

자율적 휴어제는 여타 어업의 지속 조업에 대해 상대적 피해로 인식될 수 있으며, 휴어기간 동안의 고정비 발생으로 인한 경영난 가중을 감수할 수 있어야만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고난이도의 이행 협약에 속한다 할 수 있다.

자율적 휴어제는 정부 정책이 단초가 되긴 했지만, 어업인들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코자 했던 시점에서 정부와 어업인 간 의지가 부합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어업관리 정책에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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