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라이프 문화 포토뉴스
김준의 어촌정담 漁村情談 ⑧ 죽방렴, 멸치 들어간다경남 남해군 지족마을
  • 김준 박사
  • 승인 2018.10.11 08:52
  • 호수 582
  • 댓글 0

[현대해양] 지족마을은 경상남도 남해군 삼동면에 속한 어촌마을이다. 가장 먼저 생긴 본마을(지족마을)과 애목(와현) 등 세개의 자연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이 마을의 상징은 죽방렴이다. 우리나라에 모두 44개의 죽방렴이 있으며, 그중 23개가 지족마을 손도에 있다. 손도는 창선도와 남해도 사이 좁은 해협을 말하며 지족해협이라고 한다. 이곳 죽방렴은 가장 오래된 현존하는 정치망이다. 비록 외형은 조금씩 성형을 하고 진화했지만 그 뿌리는 변함없다.

죽방렴은 2010년 ‘명승’으로 문화재로 지정받았고, 2016년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지족마을은 죽방렴 외에 바지락, 굴, 개불 그리고 자연산 미역까지 수산물이 풍부한 곳이다.

최근에는 낚시, 갯벌체험과 여름철에는 피서객까지 찾아오는 남해 최고의 관광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농산물로 해풍속에 자란 마늘과 유자가 유명하다.


죽방렴, 역사를 바로 알자

죽방렴이라는 명칭은 해방 후에 등장한다. 오래된 기록에는 ‘방렴’이라 했다. 갯벌이 발달하지 않아 기둥을 세우기 어려운 남해안 좁은 물목이나 섬과 섬 사이 빠른 조류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어법이다. 서해안처럼 갯벌이 발달해 있지 않으니 기둥을 박을 수 없어 기둥에 무거운 돌이나 돌을 담은 가마니를 묶어 닻처럼 가라 앉혀 발을 묶었다.

이를 방렴이라 했다. 죽방렴이라는 말은 방렴으로 멸치를 잡기 위해 대나무 발(竹簾)을 이용하면서 생겨났다. 개항 후 멸치를 많이 소비하는 일본인들 수요가 한몫했다. 방렴으로는 어떤 물고기를 잡았을까. 조선 후기 자료를 보면 청어, 대구 등을 잡았다. 멸치에 큰 관심이 없었다. 큰 고기를 잡기에 어울리는 발로 싸리나무나 대나무 가지를 성기게 엮어 사용했다.

이를 ‘섶’이라고도 했다. 『경상도 속찬지리지』 <남해현조>에는 ‘방전(防箭)’이라 했다. 방은 ‘막다’는 말이고 전은 ‘살’을 의미한다. 방렴을 어살이나 ‘어사리’라고 한 이유다. 주민들은 죽방렴이라 하지 않고 ‘발’이라 하고, 그 일을 하는 사람을 ‘발쟁이’라고 한다. 멸치를 삶는 막을 ‘발막’이라 했다.

같은 기록에 ‘방전에서 석수어, 홍어, 문어가 산출된다’고 했다. 어살은 살, 독살(돌발, 돌살), 방렴, 죽방렴을 포괄한다.

죽방렴은 우리나라에 44기가 있다. 그 중 23기는 경남 남해군 삼동면과 창선면 사이 ‘손도’라 부르는 지족해협에 위치해 있다. 나머지 21기는 사천시 실안해안과 마도 늑도 사이에 있다. 죽방렴이 남해와 사천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불과 몇 십년 전까지 여수, 진도에서도 확인되었다.

죽방렴의 원조 격인 방렴은 서남해는 물론 서해에서도 확인되며, 건간망이나 개막이도 같은 어법이었다.

▲지족해협에는 모두 20여 개의 죽방렴이 있다.

죽방렴은 과학이다

죽방렴은 과학이다. 우선 발통을 보자. 둥글게 만든 발통 안쪽에는 대나무를 쪼개 미끄러운 겉대가 통 안쪽을 향하도록 촘촘하게 덧댔다. 물이 빠져나가지만 물고기는 비늘이 상하지 않고 빠져나갈 수 없도록 만들었다. 게다가 ‘쐐발’은 자동으로 썰물에 열리고 밀물에 닫히도록 만들었다.

양쪽 날개 기둥(고정목), 발통 근처 고기를 유도하는 사목, 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활목(띠목) 사이로 바닷물이 빠르게 흐르면서 수막이 형성되어 크게 벌린 날개 안으로 들어 온 고기는 발통으로 빨려들어갈 수 밖에 없다.

더 감탄할 수밖에 없는 것은 날개 기둥은 80cm 간격으로 설치를 하지만 발통 부근 사목에는 30cm 간격으로 좁혀 박아 조류흐름을 더욱 빠르게 하면서 들어온 물고기가 날개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블랙홀에 빨려가듯 발통에 갇히도록 했다. 또 구멍을 뚫어 기둥을 세운 다음 주변에 돌과 사석을 쌓아 놓으면 모래가 흘러와 사이에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기둥을 고정시켜 준다.

또 발통 안은 돌을 넣어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고 썰물에 수심이 어른 키를 넘지 않도록 해 안에서 그물로 고기를 떠낼 수 있도록 했다.

▲ 봄부터 가을까지 하루 두 번 발통에 들어 온 고기를 건져낸다.


왜 죽방멸치가 최고인가

죽방렴은 적당한 수심과 조수간만의 차이와 빠른 물살 등이 갖춰져야 설치할 수 있다. 지족 해협은 간만의 차이가 3.6m, 조류 속도 평균 1.2노트(약 15km), 수심 10m 물길이 좁고 조류가 빠르다. 죽방렴으로 멸치를 잡는 원리는 간단하다. 우선 죽방렴은 조류가 흐르는 방향으로 설치하되 썰물이 날개로 들어오도록 설치한다. 밀물을 따라 몰려온 멸치, 전갱이, 병어 등 고기들이 썰물에 죽방렴 날개에 막혀 발통으로 들어와 빠져나가지 못한다. 발쟁이는 봄부터 가을까지 하루에 두 번씩 발통에 들어온 고기를 쪽바가지나 그물로 건져낸다.

죽방렴과 멸치 삶는 막까지는 멀어도 10분이 되지 않는다. 그만큼 신선한 멸치를 삶아 내놓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다. 멸치가 상처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은백색 원형 그대로 잡히기 때문에 품질이 좋다. 멸치를 잡는 방법은 권현망, 유자망, 낭장망, 정치망, 죽방렴 등이 있다. 그 중 죽방렴 멸치가 가장 비싸고 맛이 좋다.

죽방렴의 조업시기는 사리 물때에 이루어진다. 물이 불어나고 조류가 세지기 시작하는 너물부터다. 이때를 ‘산물’이라 한다. 그리고 물이 가장 많은 일곱물 ‘한시’와 여덟물, 아홉물, 열물인 ‘사리’가 가장 좋다. 봄에 잡는 대멸은 젓갈용으로, 오뉴월에 잡히는 소멸, 칠월 이후 잡히는 중멸
이 값이 좋다.

▲에코뮤지엄 죽방렴의 가치를 공유하고 지속해야한다.


박씨가 멸치어부로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몇 해 전 가을이다. 지족 큰 마을을 어슬렁거리다 아주 운좋게 죽방렴에 물을 보러가는 마음씨 좋은 박씨 배를 얻어 탔다. 그는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하다 노후에 보험 삼아 퇴직금을 털어 죽방렴을 구입을 했다. 10년이 훨씬 지났으니 원조 귀어자인 셈이다.

지금처럼 귀어자를 위한 지원금도, 교육을 시켜주는 프로그램도 없었다. 어떻게 그물을 관리해야 하는지 언제 그물을 털러 가야하는지 어떻게 멸치를 삶아야 하는지 몰랐다. 이 모든 것을 주민들에게 묻고 눈치로 따라 해야 했다. 경험자를 월급을 주고 채용을 하기도했다.

몇 년 후 다시 찾았을 때 이젠 어엿한 어부로 거듭나 있었다. 교육보다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이 경험이다. 바다에서 하는 일은, 갯벌에서 하는 일은 교육으로 부족하다. 농사보다 더 자연과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마을어업과 어촌이라는 공동체성에 대한이해다.

일찍 고향을 떠났지만 고향인 탓에 공동체성을 이해하고, 주민들은 그를 받아들였다. 귀어정책을 추진할 때, 기술과 정보보다 어촌의 이해를 중시해야 한다. 그래서 U턴하는 출향인사나 자식들을 우선 지원해야한다.

▲ 죽방멸치가 가장 비싸고 맛이 좋다

죽방렴, 유산가치를 공유하는 노력 절실

죽방렴은 날개부와 발통부로 나누고, 발통부는 발통, 쐐발, 사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고기를 유인하는 날개는 V자 형으로 썰물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열려 있다. 발통은 둥근 원통이거나 사각형이다. 발통에는 멸치만 드는 것이 아니라 온갖 부유물 쓰레기도 함께 들어온다. 평소에도 틈나는 대로 발통에 든 쓰레기를 제거해야 한다. 발통에는 별도로 주인이 드나 들 수 있는 출입구가 있다.

평소에는 자물쇠를 채워 놓는다. 쓰레기를 걷어 낸 후 후리그물로 멸치를 모은 다음 쪽대로 담아낸다. 사각 임통 중에는 그물이 설치되어 있어 들망처럼 걷어내기도 한다. 마을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옛날에는 후리그물 없이 그냥 쪽대를 퍼 올릴 정도로 멸치가 많이 들어, 한 물때에 세 차례씩 배로 운반할 정도로 양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그 양이 크게 줄었다. 멸치가 산란을 하기위해 들어오는 양이 줄고, 남해에만도 곳곳에 대형 정치망이 그물이 설치되었고, 대형선박이 먼바다까지 쫓아가 잡는 탓이다. 여기에 댐이 만들어지면서 지족해엽으로 들어오는 해수가 감소되어 조류 흐름이 약화된 것도 이유다. 제철소와
화력발전소 등 공장이 들어오고 수온상승과 오염도 또 다른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마을에서 죽방렴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운영이 어려운 죽방렴을 마을어촌계에서 구입
해 직접 발통 안으로 들어가 물고기를 잡는 체험을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된 죽방렴을 세계농업유산으로 지정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농업유산과 어업유산을 통합한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 우리나라 어업유산은 아직 없다. 농업유산 중에는 ‘청산도 구들장논’, ‘제주 밭담’, ‘금산 인삼농업’, ‘하동 전통차 농업’ 등 4곳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지족해협으로 드는 멸치는 줄고, 멸치잡이 주민들은 나이들고 있다. 지속가능한 어촌을 위해 바다자원 회복도 시급하지만 에코뮤지엄 죽방렴의 가치를 공유하고 지속할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당장 소득을 올리는 체험도 중요하지만 죽방렴의 유산 가치를 주민과 소비자 그리고 여행객이 공유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김준 박사  hdhy@hdhy.co.kr

<저작권자 © 현대해양,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준 박사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