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라! 원양산업협회
부활하라! 원양산업협회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8.10.0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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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10주년 맞았지만 변화 없어

[현대해양 박종면 기자] 원양산업협회가 설립 10주년을 맞았지만 침체된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2월 수장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바뀌고 반 년이 훌쩍 지났지만 기대했던 움직임이 부족하다는 업계의 반응이다.

한국원양산업협회(韓國遠洋産業協會; Korea Overseas Fisheries Association; KOFA)는 원양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공동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원양산업발전법’의 제정과 시행에 따라 지난 2008년 설립된 특수법인이다.

원양산업협회의 전신은 사단법인 한국원양어업협회이다. 따라서 정부와 원양업계는 한국원양산업협회가 단순히 잡는데 그쳤던 원양어업의 개념에서 벗어나 양식업을 포함한 원양어업과 관련된 전후방 사업을 모두 아우르며 국가 발전에 기여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아쉬움이 남는다. 연안국들의 자원자국화정책이 심해지고 조업 경쟁국들과의 치열한 경쟁과 견제에 맞서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국적선사의 어업형태를 문제 삼아 우리나라를 예비 불법(IUU)어업국으로 지정함에 따라 국가 명예 회복을 위한 조치 등으로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됐다.

IUU어업국 해제 과정에서 경쟁력이 약한 중소업체가 도산하거나 눈물의 감척을 감행해야 했다. 무엇보다 EU의 IUU어업국 예비지정 해제과정에서 아프리카 주변 어장과 인도네시아 어장 조업선 등 70여 척이 감척됐다. 이로 인한 연간 7만 톤에 이르는 생산 감소는 물론 많은 회사가 도산 또는 정리됐다. 이 과정에서 원양산업협회는 무엇을 했을까?

원양업계 관계자는 “IUU 때문에 서아프리카 대서양 트롤을 구조조정할 때 개별적으로 하고 있는 트롤을 그룹핑(Grouping)해서 산업화 주체로 묶어서 방향을 찾았으면 했는데 그 배를 그냥 없애버렸다. 이 과정에서 협회가 한 역할이 사실상 없다”고 꼬집었다.


홀대받는 원양어업인

지난 1957년 참치연승선 ‘지남호’의 시험조업 이후 60년의 역사를 맞은 원양어업. 1958년 우리 원양어선원들은 파도와 사투 끝에 남태평양 사모아 인근에서 잡은 참치를 팔아 달러를 벌어들였다. 최초의 외화획득이었던 것이다.

한국전쟁 후 배고픔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 최대 과제였던 대한민국 최대 수출 품목이 바로 원양어선원들이 목숨걸고 잡아 올린 참치 등 고부가가치 수출물이었고 명태, 오징어, 꽁치 등의 대중성 어종은 국민들의 배고픔을 잊게 해주었다.

지난해 6월 6일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맞는 현충일 추념식이 정부 주관으로 치러졌다. 이날 독립·호국·민주화 유공자, 순직 군인과 소방관을 비롯한 공무원 유족이 초대됐다. 그 외에 파독 광부· 간호사, 청계천 여성노동자 등도 초대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 경제발전에 온몸으로 기여한 분도 함께 모셨다”고 밝혔다. 그런데 우리나라 총수출액의 5%(1971년 기준) 안팎을 차지할 만큼 그 기여도가 컸던 원양어업인들은 초대받지 못했다.

원양어선원들이 벌어들인 외화는 파독 광부·간호사들의 송금 기간과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억 6,346만 6,000 달러로 파독 근로자의 6배에 달한다. 이역만리 해역에서 해외어장을 개척하다 순직한 원양 선원들 중 아직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영령 약 200기가 스페인 라스팔마스, 테네리페, 사모아, 수리남, 타이티, 피지, 앙골라, 세네갈 등 타국 땅에 여전히 묻혀 있다. 그럼에도 원양어업인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얼까?

원양업계에서는 협회를 원망했다. 한 원로는 “원양산업협회가 적극 나서지 않아 공적을 스스로 알리지도 못하고 인정도 못 받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굴러온 호박을 발로 찬 협회
지난해 원양산업협회는 원양어업 60주년 기념행사를 부산에서 거행했다. 당초 한국수산업총연합회(한수총, 회장 김임권)가 제안해 대형행사를 기획했다. 가장 큰 행사는 ‘원양어업 60주년 기념 KBS 열린음악회’ 중계방송이었다.

이 행사는 녹화 등의 명목으로 3억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했다. 한수총에서 2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대한민국 수산업을 총괄하는 단체인 한수총 입장에서는 연근해어업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를 경제대국으로 이끈 원양어업을 빼고는 수산업을 논할 수 없기에 전 원양어업 60주년을 수산인들의 잔치로 만들고 국민들과 함께 하는 축제로 승화시키자는 취지였다.

해수부에서도 지원을 약속했다. 실무회의도 여러 차례 열렸다. 녹화장소가 국립해양박물관 등 3군데서 1곳으로 압축, 확정되는 과정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구)도 적극 돕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원양산업협회가 음악회 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포기 선언을 했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다소 부담스러운 비용이 들더라도 공중파 방송으로 전국에 방영되는 인기 음악 프로그램을 서로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다. 그런데 원양산업협회는 굴러 들어온 호박을 발로 차버린 셈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원양산업협회 관계자는 “원양산업협회가 주도하지 못하기 때문에 안 하겠다고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게 가장 큰 행사가 빠지고 한수총의 후원을 받지 못한 원양산업협회 주관의 기념식과 세미나가 6월 29일 국립해양박물관과 해운대의 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저녁 만찬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또 벌어졌다. 협회가 부산에 본사를 둔 지방지 두 곳 기자에게 감사패를 수여한 것.

참석자들은 어리둥절했다. 내로라하는 전국 일간지, 방송사는 물론 수산전문지가 배제됐으니 말이다. 협회 측 설명은 궁색했다. 두 지방지가 60주년 관련 보도를 가장 잘했다는 것.

어느 단체보다 글로벌, 세계화를 지향해야 할 원양산업협회의 좁은 시야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던 것이다. 앞서 원양어업 60주년의 의의, 기념행사 계획 등을 알리기 위한 언론 브리핑이나 협조요청조차 하지 않았던 원양산업협회였다.

당시 기념행사에 참석했던 한 원로는 “내가 원양어선 선장이었다는 걸 손자는 알지도 못하고 자식들도 잊고 있다. 60주년 행사를 한다 해서 우리가 국가에 기여했던 점을 잠시나마 되새길 수 있겠구나 하고 들떠 왔는데 이렇게 가족잔치로 끝나니 허무하다. 이제 우린 끝이다”하며 허탈해 했다.

▲ 한국원양산업협회 총회


원양산업발전법이 발목을 잡아도

협회는 가장 큰 존재이유가 원양산업 발전과 육성, 회원사의 권익보호에 있음에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2014년 오룡호 사건의 불똥으로 협회에 심각한 경영난이 초래됐다. 대형 원양업체들이 원양산업 경쟁력 강화와 해외수산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해수부의 지원을 받아쓰고 있던 원양어업경영자금이 모두 회수되는 사태를 맞았던것.

협회가 그동안 이 자금을 실수요자(원양선사)에 배정하면서 추천 수수료를 받았는데 이 수수료는 협회 1년 예산의 30~40%를 차지할 정도의 주요 수입원이었다. 당시 협회는 이 같은 결과를 예상하고도 정부 보조금 회수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업계의 원성(怨聲)을 샀다.

그러나 무엇보다 협회를 탄생시킨 근거인 원양산업발전법이 ‘원양산업발목법’이라는 비아냥을 받도록 변질되는 가운데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회원사들의 가장 큰 불만이다. 2015년 예비 불법(IUU)어업국 해제 과정에서 EU측의 요구 등으로 불법어업 12가지에 대한 정부 규제가 대폭 강화돼 종전 500만 원 이하 또는 2,000만 원 이하 과징금이 경중에 관계없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최저 5억원, 최대 16억이라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과중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법을 개정할 때도 정부 눈치만 보고 있었다는 것.

최근 들어서야 너무 가혹하다, 형평에 맞지 않다며 법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불만을 조금씩하고 있지만 이 또한 큰 진전은 없어 보인다. 원양산업발전법 개정 TF 회의가 해수부 주도로 여러 차례 열렸고, 심지어 해수부 차관이 직접 나서서 원양산업발전협의회까지 만들었지만 업계의 민원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회장 변화 모색

그럼 10년 만에(원양어업협회 시절부터 치면 17년 만의 수장 교체다) 회장이 새롭게 바뀐 뒤 직원들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협회 한 직원은 “특별한 차이는 없다. 크게 달라진게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럼 해수부 등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어떨까? 해수부 관계자는 “원양산업협회가 해수부 하자는 대로 따라주기만 해도 좋을 텐데 잘 움직이지 않으려 한다. 직원들이 한자리에 오래 있다보니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업계 위기에 대한 긴장감도 떨어지는 분위기다. 원양업계 관계자는 “참치 선망이 어가가 좋고, 오징어도 상당히 안 잡힌 대신에 어가가 올라가니까 커버가 됐는데 생산량이 떨어지는 것은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게다가 유가는 올라가고 있다. 협회 직원들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 때 850척이던 원양어선이 211척으로 줄어들었다. 생산수단이 줄어 회원사 먹거리가 줄고 있는데 협회는 매너리즘에 빠져 위기의식을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차라리 원양산업진흥원을 만들어라”

또 모 대학 A교수는 “협회가 어업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원양산업발전법이 만들어진지 10년이 지났는데, 그 법에 의해 협회가 만들어졌는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며 “하는 얘기가 늘 똑 같다. 어선, 어장, 선원 등 3대 생산요소를 가지고 하는 단순 활동은 어업(1차산업)이고, 산업이라는 것은 그 보다 훨씬 큰 범위의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사고가) 어업이라는 조그만 생산단계를 못 벗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A교수는 “원양산업협회가 원양어업의 산업화를 위해 추친한 사업이 없다. 원양산업법이 어업법이 되어 어업을 규제하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는 사이 협회가 원양산업과 회원사를 위해 나서줬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그는 “차라리 원양산업진흥원을 만들어 진흥원이 원양산업을 진흥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역삼각형 조직구조

협회는 해양수산계 단체 중 가장 정체된 조직 중 하나라는 오명도 얻고 있다. 그 이유는 정체된 활동뿐만 아니라 조직 구성원 연령, 정체된 인사 등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협회 임직원은 30명이 조금 넘는다. 이중 해수부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해외수산협력센터(세종시 위치) 인원(8명)을 제외하면 23명이 본회(서울)와 부산지부에서 근무한다.

회장 1명, 경영지원본부장, 해외협력본부장 등 전무 2명의 임원과 기획총무부, 회원지원부, 홍보마케팅센터, 해외협력1부, 해외협력2부, 부산지부(공인계량소 포함)에 이사, 부장, 차장, 과장, 대리, 사원 등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20~30대 젊은 직원을 찾기 어렵다. 40대 과장, 50대 차장~부장~이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인원구성은 회장 1, 전무 등 이사 5, 부장 2, 차장 2, 과장 5, 팀장 2, 주임 1, 사원 2명으로 사원보다 임원급이 더 많다.

이상적인 조직구조인 마름모꼴이 아닌 역삼각형에 가깝다. 같은 부서, 같은 직책, 같은 업무로 10년 이상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 의욕상실과 매너리즘에 쉽게 빠질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해외수산협력센터의 역할도 정부 업무 대행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 윤명길 한국원양산업협회장

새 회장 변화 드라이브에 이목 집중

원양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누가 뭐라 해도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이다. 과도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개정된 이 법을 하루 빨리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체의 늪에 빠져 정부 눈치만 보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 원양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이 발표되고, 제3차 원양산업 종합발전계획이 연구용역 중인 가운데 원양업계의 염원과 협회의 영향력이 얼마나 실현될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윤명길 한국원양산업협회장은 지난 8월 21~22일 최경삼 전무, 신현애 부장 등과 중국 대표적인 조선소인 산동 흠발지주유한공사와 황해조선유한공사를 방문하고 중국 정부의 원양어업 지원현황, 선박건조조건 등 동향을 파악했다.

윤 회장은 “이번 중국 조선소 방문 결과를 알리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노후 원양어선 신조 대체 방안 등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취임 당시부터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 사이에서 한국 원양산업발전과 회원사 권익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다. 윤 회장의 변화 드라이브가 언제쯤 빛을 발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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