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대’ 부실대학 평가 파장
‘한국해양대’ 부실대학 평가 파장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8.10.02 1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예회복 위해 사활걸어야...

[현대해양] 우리나라 해양산업을 성장시킨 역군들을 배출하면서 국가 발전의 촉매제 역할을 해온 국립 한국해양대학교(이하 해양대)가 올해 대학역량평가에서 부실대학으로 평가받으면서 구조조정 대상에 올라 충격을 주고 있다.

▲ 해양대 실습선 출항식

침체기에 들어선 해양대

올해 교육부는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대학구조조정에 나섰다.

지난 9월 3일 교육부는 진단 대상 293개교 중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되지 못한 대학 86교에 대해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분류해 2021학년까지 총 약 1만명 수준 학생 감축을 권고했다. 말이 권고지 사실상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정부 지원에 배제되는 등 강제사항이라고 교육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이 가운데 1주기 평가에서 B등급, 여타 대학평가에서 부산·울산·경남지역 부동 1위를 지켜온 해양대가 역량강화대학 66개교에 포함되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발표되었다.

이에 따라 해양대는 내년부터 10% 내외 정원감축과 4년 간 120억~150억 수입감소(등록금 63억, 일반재정사업비 10억, 제정지원금 20~50억, 장기적 35억 등)등을 포함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내부 보고서를 통해 알려졌다.

기존에 우수한 평가를 받아왔던 해양대가 이번 대학역량평가에서 부실대학으로 전락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해양대는 이번 평가에서 교육여건 및 대학운영 건전성, 학생 총원, 졸업생 취업률에 해당하는 교육성과 부분인 정량적인 지표에서는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학생 진로·심리 상담, 취업지원 프로그램, 교양교육 과정과 관련된 수업 및 교육과정 운영, 학생지원 부
분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 결정적으로 나쁜 결과를 낳게 된 것.


대학본부, 특수대 상황인정 못받았다. 

이와 같은 평가 결과에 대해 해양대는 특수목적대의 특수성이 결여된 불합리한 평가방식이었다는 반응이다.

대학 관계자는 “2주기 결과가 나오기 전 지난 6월 20일 역량강화대학으로 선정됐다는 가결과를 통보받고 해양교육의 필요성, 특수목적대학의 차별성 등을 이번 대학역량진단심사위원회에 피력했지만 관철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해기사를 양성하는 해사대학의 경우 국제협약인 STCW(International Convention on Standards of Training, Certification and Watchkeeoing for seafares ; 선원의 훈련, 자격증명 및 당직근무의 기준에 관한 국제협약)에 따라 필수 이수과목만 80~90학점에 이르고 거기에 전공과목까지 넣으면 교양과목을 추가할 여건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일반 4년제 대학교 경영학과 기준으로 전공, 교양, 자유선택을 포함해 통상 130~140학점에 이르는데 해양대 해사대학 학생들의 경우 전공과목과 국제협약 이수과목 학점만 해도 140학점 가까이 이르고 여기에 교양과목까지 더한다면 무리가 따른다는 입장이다.

이와 같은 대학본부 반응에 대해 해양대 교수회 관계자는 “교양과목 배점은 본부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며, “우리대학과 비슷한 여건에 있는 목포해양대학교에 같은 평가 잣대를 들이대도 자율개선대학 반열에 올랐다는 사실에서 평가기준 논란은 설득력이 떨어진
다”고 표명했다.

교수회는 또 지난 3년 동안 학교 예산투자를 분석한 결과 학생, 교육 지원 투자예산이 급감했고 교육 및 강의개선, 수업관리, 학생평가, 진로심리상담, 취·창업 관련 프로그램이 거의 전무했던 것이 교육과정과 학생지원 기준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또한 교수회는 전자출결에 대해 대학총장이 주도로 교수들을 설득시켜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의지가 결여된 본부의 리더십의 부재로 도입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 교수회는 지난달 20일 비상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총장 사퇴 표명

사태가 이렇게 되자, 2주기 평가결과 이후 교수회측에서 교수 213명을 대상으로 총장의 사퇴를 묻는 찬반투표를 한 결과 72.3%인 154명이 사퇴에 찬성하며 박한일 총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에 박 총장은 처음에는 사퇴 거부의사를 밝히기도 했으나 교수회가 비상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총궐기대회를 개최하는 등 실력행사에 들어가자 내년 봄 학기 중에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실추된 명예회복에 사활 걸어야

동문회 관계자는 “해양산업 발전의 가장 기본이 인력양성인데 해양대까지 무너지면 앞으로 해양대국을 내줘야 할 판이 아닌가”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해양대 안팎에서는 구성원이 합심해 목포해양대와 같은 고강도 쇄신의 전략으로 급선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주기 대학역량평가에서 목포해양대은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목포해양대는 대학본부 기획처 산하 정식조직인 ‘대학구조개혁센터’를 운영하면서 해양공과대 2개 학과를 통폐합하면서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후 학사관리,교육과정, 학생지원, 교육성과, 특성화 등의 영역에서 내실화를 이뤄내 2주기 평가때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교양과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해기사 양성 수업 프로그램 중에서도 승선생활 리더쉽, 미분과 적분, 물리 등과 같은 교양과목의 성격을 띠는 수업을 전공이 아닌 교양필수로 전환해 역량 평가에서 지적당할 여지를 없앴다.

그밖에 대학구조개혁센터를 필두로 한 대학구성원의 협조와 화합을 기반으로 본부가 직접나서 교수들에게 전자출결을 독려할 수 있었던 것도 해양대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현재 바다의 UN이라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사무총장도 배출하고 국내외 해양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면서 우리나라를 해양강국 반열에 올리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온 해양대.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고 발전시킬 고강도의 인적 쇄신과 시스템 개선이 요구되는 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