泥田鬪狗(이전투구)에서 벗어나라
泥田鬪狗(이전투구)에서 벗어나라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12.07.0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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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를 다스리는 일

 사람은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로 인하여 피해를 입는 일이 허다하다. 뿐만 아니라 어떤 일이 자신과 관련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일로 인해 발생한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인과(因果)의 관계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측의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이럴 때 사람들은 분노를 느끼게 된다. 억울해 하고 격한 감정을 토해내기도 한다. 분노의 감정은 성직자도 피해 갈 수가 없는 인간의 본성인지도 모를 일이다. 수년 전, 어느 수녀님과 한담(閑談)을 나누는 자리에서 얻어들은 우스갯소리가 생각난다.

 신부님이 수녀님을 옆 자리에 태우고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 때 난폭운전을 하는 기사가 급격하게 끼어들었다. 자칫하면 충돌사고가 발생할 뻔했다. 그때 신부님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나지막하게 외마디소리를 내뱉는다. “1번!”...

 상대방 차량이 난폭운전을 할 때마다 “2번”, “3번”을 외쳐댄다. 세속(世俗)의 험담을 입에 담을 수 없는 신부님의 마음을 익히 아는 터라 옆자리에 앉아 있는 수녀님의 입가에는 웃음이 맴돈다. 신부님은 운전석 옆에 세속의 사람들이 흔히 쏟아내는 욕설을 번호 별로 적어놓고 다닌다는 사실을 그 수녀님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1번은 죽일 놈, 2번은 소새끼, 3번은 말새끼 등등.

 「무지개 원리」라는 책을 발간하여 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라 있는 차동엽 신부가 금년 초에 「내 가슴을 다시 뛰게 할, 잊혀진 질문」이라는 책을 발간하여 또 한 차례 큰 감동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삼성그룹 창업자 고 이병철회장이 1987년 죽음에 직면한 자리에서 절두산성당 박희봉신부에게 보낸 스물 네 가지 절박하고 처절한 질문에 대한 종교적 묵상을 담아 낸 책인데, 그 가운데 『가슴 속에 분노가 가득한데 이 분노를 다스릴 수 있을까요?』라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 누가 나에게 화나게 하는 행동을 합니다. 욕설, 폭행, 사기, 모독, 멍청한 행동 등등.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런 행동은 일단 ‘판단’이라는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후 ‘선택’이라는 두 번째 관문을 통과해야 내 안에서 ‘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 점을 놓쳐서는 안됩니다. 이때도 나는 순간적으로 자신에게 말해줍니다. “나는 저 사람의 저 행동이 나로 하여금 화나게 하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내가 왜 그 행동 때문에 ‘화’를 내서 나의 소중한 하루(어쩌면 이틀, 어쩌면 평생)를 망쳐야 한단 말인가. 화내는 것은 나의 의무가 아니다”…

 차동엽신부는 이것을 말장난이 아니라고 했다. 자신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나쁜 감정을 피하는 최상의 지혜라고 설명한다. 그는 조그만 분노에 집착하여 일생을 망치는 사람을 수 없이 보아왔다고 한다. 그러므로 할 수 만 있다면 애초부터 ‘분노’ 또는 ‘화’라는 감정이 생기지 않도록 미연에 막아내는 것이 현명하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이 사람은 누구나 화를 낼 수 있다. 그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올바른 상대에게 화를 내는 것. 적재적소에서 화를 내는 것. 올바른 목적으로 화를 내는 것. 그리고 올바른 방법으로 화를 내는 것. 그것은 누구나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절대로 쉬운 것이 아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올바른 판단이라는 객관적인 판단이 없으면 분노를 품지 말라는 것이다.

 부질없는 분노는 불특정 다수에게 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망치고 불행과 파멸의 늪으로 스스로를 빠져들게 한다는 사실을 깊이 되새겨야 할 것이다. 

 수산계 갈등, 더 이상 지속 되어서는 안 된다

 
지난 6월 20일 수협중앙회 천안연수원에서 개최되었던 2012년도 수산정책 워크숍은 많은 문제점과 함께 우려스러운 과제들을 남겨준 ‘착잡한 워크숍’이 되고 말았다는 세간(世間)의 평가를 결코 가벼이 들어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농수산부 장관은 물론이고 수산을 담당하는 공직자가 단 한명도 워크숍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예년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관이나 차관, 또는 차관보나 수산정책실장 등의 고위 관리가 워크숍에 참석하여 특강을 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전국의 조합장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농수산부 정책담당자와 더불어 수산정책을 논하고 수산업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청취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절실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해 전부터 수협중앙회와 농수산부 사이의 갈등설이 불거지면서 두 조직 간에 불협화음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그 사실 여부를 떠나, 정말 한심하고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지난 5월에 벌어졌던 수협중앙회 감사위원, 지도경제대표이사 선출과정에서 드러난 두 조직간의 한심스러운 갈등과 앙금이 수산정책 워크숍이라는 실무(實務)적 현장에 까지 파급되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게 된다. 이 와중에 수산전문언론까지 인맥과 이해관계에 얽혀 진흙탕싸움에 뛰어들고 있어서 많은 수산인들의 근심과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수산업계는 존립의 기반마저 흔들리는 대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자원고갈, 기후변화, 인력감소, 유류비 급등, 업종간 알력, 시장개방, 등등 무섭게 몰아닥치는 2중 3중의 위기 앞에 우리나라 수산업과 어업인들은 풍전등화처럼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흥하느냐 망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 당국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수산계가 힘을 합쳐도 될까 말까 하는 위급한 상황에서 이전투구(泥田鬪狗)만을 벌이고 있는 이 한심한 현실에서 한시바삐 벗어나야 한다. 때를 놓친다면 그 어느 누구도 수산역사의 엄중한 심판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지적처럼, 지금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는 당사자들에게 엄중히 묻는다. 지금 그대들은 올바른 상대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가? 적재적소에서 화를 내고 있는가? 올바른 목적을 위해 화를 내고 있는가? 그리고 올바른 방법으로 화를 내고 있는 것인가?

 다시 한번 말하거니와 부질없는 분노는 불특정 다수,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힘 없고 가난한 서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종국에는 그 화(禍)가 본인들의 심장을 겨누게 된다는 사실 또한 깊이 깊이 되새겨주길 바라는 바다. 대화와 타협, 그것은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금과옥조(金科玉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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