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관광 활성화를 위한 제언
어촌관광 활성화를 위한 제언
  • 오정규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
  • 승인 2012.07.03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정규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도시로 앞다투어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너도 나도 가난한 고향을 버리고 일자리와 희망을 찾아 도시로 나갔다. 우리는 이것을 이촌향도(移村向都)라 부른다. 이촌향도는 과거의 얘기가 아니라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어촌 지역의 어가인구는 1995년 37만1,000명에서 2005년에는 23만3,000명, 2011년에는 15만9,000명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와 같은 인구감소는 생산력이 있는 청장년층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져 인구의 공동화와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어촌인구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요즘 어촌에서 50세면 청년이라 불린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해가 갈수록 일손은 부족해지고 빈집은 늘어만 간다.

 그렇게 어촌을 떠나 도시로 모인 우리네 삶은 어떠한가? 물질적인 풍요는 누릴지 모르나 마음의 풍요는 누리지 못하다고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된 이후 도시는 인구, 산업, 경제, 문화 등의 집적과 집중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콘크리트 고층빌딩들이 건설되면서 녹지공간은 부족하고 만성적인 교통체증으로 대기 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생활조건의 악화로 도시민들 사이에서는 자연 속에서 여가활동을 즐기려는 욕구가 더욱 강하게 표출되고, 수평선과 설레임이 있는 바다에 대한 기대 또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우리가 직면한 어촌과 도시의 위기에 새로운 상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어촌이 풀어야할 핵심과제는 ‘어떻게 자연환경을 보전하면서, 소득을 증대하고, 나아가 지역사회를 유지할 수 있는가’ 이다. 그간의 ‘수산업=생산’, ‘어촌활성화=수산소득 증대’라는 고정관념과 다른 발상이 필요하다. 바로 어촌을 단순한 수산업 생산공간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어촌만이 가진 활기찬 분위기. 바다와 수산업과 연관된 체험서비스란 소프트웨어를 접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이다.

 체험관광으로 우리 어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변화와 희망’이 동시에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 스스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때 비로소 지역의 자연이 살고 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나부터 변해보자. 내가 한번, 나부터 한번 해보자. 남은 안 하더라도 우리 마을부터 해보자’는 생각이 중요하다. 그래서 간단한 것, 쉬운 것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바꾸고 변해야 한다. 도시민을 불러오자고 큰 돈 들여 대형 건물부터 짓고 보자는 태도는 위험하다. 도시를 모방하고 도시의 관점에서 봐서는 안 된다. 흔히들 쉽게 권하는 민박운영도 평생 물고기만 잡던 어업인에게는 벅찬 벤처사업이다. 주민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 마을만이 가지고 있는 것, 누구도 모방하기 어려운 것을 살려 나가는 정신이 필요하다.「세계최고, 최초」가 아닌 작고 소박하지만 세상에서 하나뿐인 것(only one)을 만드는 것이다.

 ‘어촌은 상품’이라는 생각으로 마을자체를 매력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 보자. 특산물과 음식 등 상품을 개발하고 여기에 감동적인 서비스를 덧붙여 부가가치를 높인다. 고기잡이 체험, 작은 축제 등등 도시민들이 안전한 먹을거리의 구매, 자연체험, 휴양 등 다양한 목적으로 어촌에 관심을 갖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주민들 스스로 자랑할 수 있는 물건,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새로운 지역문화를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누가, 왜 우리 마을을 찾는가? 찾아오는 도시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도시의 대형슈퍼에서 보지 보기 힘든, 산지에서 맛볼 수 있는 지역특산 수산물이야 말로 고급회보다 흥미롭다. 정치망에 물을 보는 것도 쪽대질을 하는 것도 이들에게는 유쾌한 체험이 될 수 있다. 또한 쾌적한 마을 가꾸기가 선행되어야 한다. 도시민들과 인연을 맺고 그들이 꾸준히 마을에 관심을 갖고 다시 찾도록 만들어야 한다.

 어촌 가꾸기를 위해서는 주민들 스스로 안목을 높이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나가는 마을을 견학하고 마을의 핵심일꾼을 양성하고 도움을 줄 지원군도 만들어야 한다. 이웃마을 민박서비스를 내가 먼저 체험해 봐야 집 떠난 관광객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감동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 않겠는가. 특산물의 개발과 판촉활동에 이르기까지 배우고 익혀야 할 지식은 너무도 많다. 성공하는 마을은 마을리더를 중심으로 마을 주민이 함께 우리 마을의 강점과 부족한 점을 분석하고 다른 마을과 차별화된 서비스, 프로그램을 만들어 낸다. 꼭 대규모의 투자만이 성공요소는 아니다. 창의적인 생각, 아이디어를 모으려면 주민들끼리 단합하는 마을의 분위기가 좋아야 한다.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그 속에서 생활문화를 즐기는 사람과 마을,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사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이것 때문에 사람들이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 즐겁게 사는 모습, 매일 매일 생기 있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자.

 아직도 어촌마을에 남아있는 인간미와 인정, 바다는 최대의 자산이다. 도시민들은 어촌만이 가지고 있는 활기, 훈훈하고 따뜻한 인정 그리고 바다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곳이라면 기꺼이 찾을 준비가 되어 있다. 누구나 찾고 싶은 활기차고 매력 있는 어촌 만들기, 우리 어촌의 새로운 희망이다.

 

 

<오정규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 주요 약력
주요 학력
1973.3~1976.1 서울고등학교
1977.3~1981.2 서울대 경영학 학사
1982.3~1985.2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 석사
1988.10~1993.7 영국 리버플대 경제학 박사

주요 경력
1981 행정고시 합격(25회)
1984.6~1986.1 건설부 토지국
1986.1~1988.10 경제기획원 공정거래실
1988.10~1992.9 영국 리버폴대학
1994.12~1995.12 재정경제부 예산실
1995.12~1996.11 재정경제원 장관실
1997.1~1999.6 세계은행(IBRD) 파견근무
1999.6~2000.8 재정경제부 장관실
2000.8~2002.6 금융정책국 보험제도과장/대통령비서실 행정관/정책기획수석실
2002.6~2007.1 정책기획수석실/유엔공업개발지구(UNIDO) 파견/경제자유구역기획단 지원국장(2006)
2007.1~2011.6 정책실 정책기획관 지역발전비서관/대통령실/지역발전위원회/지식경제부 무역정책관(2008)
2011. 6.7~현재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