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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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두석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 승인 2008.12.29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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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 한 마리에 물 세 말

 

 

 복어는 그 맛이 뛰어나 인류가 아주 오랜 옛날부터 먹어온 물고기이다.
 그런 까닭에 석기시대의 유물인 패총에서도 복어 뼈가 발견되고 있으며 약 2,200년 전에 중국에서 발간된 산해경(山海經)이란 책에도 ‘복어를 먹으면 사람이 죽는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복어는 그물에 걸려 올라오면 이빨을 빠득빠득 갈며 성을 내고 배를 잔뜩 부풀리는 습성이 있어 진어(嗔魚), 기포어(氣泡魚)로도 불린다. 또한 성질이 사납고 탐욕스러워 앞에 얼쩡거리는 것은 무엇이든 날카로운 이빨로 마구 물어댄다.

 우리 속담에 원통한 일을 당하거나 원한이 있어서 이빨을 빠득빠득 갈 때는 ‘복어 이 갈듯 한다’고 한다. 복어는 이빨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알과 간장, 혈액에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맹독이 숨어 있다. 1밀리그램 정도만 먹어도 죽음에 이르는 청산칼리보다도 무서운 독이다. 복어 전문조리사 자격증 제도가 도입되기 전만 하더라도 혈액을 충분히 제거하지 않은 복어나 복어 알을 먹고 죽은 사람들에 대한 기사가 심심찮게 신문을 장식하였다.

 복어 한 마리에 물 세말’이라는 속담은 이래 나왔다.
복어의 혈액에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맹독이 있으므로 요리를 할 때에는 많은 양의 물로써 피를 충분히 씻어 버리라는 의미이다.

 ‘복어 알 먹고 놀라더니 청어 알도 마다한다’는 속담도 마찬가지이다. 복어 알을 먹고 얼마나 혼쭐이 났으면 그렇게 맛있는 청어알도 마다하겠느냐는 뜻이다. 복어의 맛에 대해서는 송나라의 시인 소동파(蘇東坡)가 ‘죽음과도 바꿀 만한 가치가 있는 맛’이라고 극찬하였다.

 복어는 잘 못 먹으면 중독되어 죽는 위험까지 있다. 그런데 허구 많은 딴 생선도 다 제쳐놓고 왜 하필이면 위험한 복어를 고집스럽게 먹으려 하느냐는 뜻으로 ‘허구 많은 생선에 복 생선이 맛이냐’란 속담도 전한다. 이 밖에도 주제넘은 짓을 하는 사람을 빈정거릴 때는 ‘칠산 바다 조기 뛰니 제주 바다 복어 뛴다’고 하였고 실속은 없으면서 거만 떠는 사람을 보고는 ‘복쟁이 헛배 불렀나’라고 비아냥거렸다.

200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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