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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현의 양망일기 ⑦2018 귀어귀촌박람회 강의를 하고...
  • 하동현 작가
  • 승인 2018.09.14 22:56
  • 호수 581
  • 댓글 0

1 8월 11일, 해양수산부와 한국어촌어항협회가 주관하는 ‘귀어귀촌 박람회’에 ‘바다와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강의할 기회를 가졌다.

‘명사’초청 강연이라니 낯부끄럽다. 요즘 낚시관련 프로에서 힘들고 시린 시절들을 바다에서 마음을 추슬러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는 배우 이덕화 씨의 ‘바다예찬’에 이어 다음날 연계되는 강의였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SRT열차와 전철을 번갈아 타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서울의 낮 기온이 37도란다. 백년 만에 들이닥친 극강의 폭염이다. 전철에서 젊은 친구들의 ‘서하라가 대프리카, 파프리카를 꺾었다.’라는, 서울을 사하라사막에, 대구와 파주를 아프리카에 빗댄 농담까지 주워들었다.

살인적인 더위 때문에 살다 살다 태풍과 비를 기다리는 처량한(?) 신세들이 되었다만, 태풍의 고향인 바다에서 뒤집어엎는 파도에 개고생을 하던 장면이 떠올라 바다를 지키고 있는 뱃사람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애석하게도 후발 태풍들은 ‘패싱 코리아’란다. 하나는 바다 한 가운데서 그대로 주저앉아 소멸해버리고, 또 하나는 진행방향이 중국 쪽이라 불판처럼 달궈진 우리나라는 식히지도 못하고 삐딱코스를 탄단다.

서울만 가면 동서남북이 헷갈리고 거미줄 같은 지하철 노선도를 판독하기에 애를 먹지만, 손부채를 어디선가 잃어버린 것 외에 용케 이 날은 한방에 척척 실수 없이 행사장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바다해설사’ 단체를 이끄는 대학동문 친구와 마주치고, 행사 주최 측의 핵심인물인 후배와도 몇 년 만에 만났다. 내가 몸으로 때우는 속칭 ‘노가다’ 형태로 바다를 지켰을 때, 이 친구들은 또 이런 방식으로 바다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나와 다름없이 바다를 사랑해왔구나.

나 또한 나이 들어가며 막연히 ‘귀어귀촌’을 동경하던 차에 해마다 컴퓨터 검색으로만 이런저런 정보를 열람하다가, ‘백문이 불여일견’으로 강의 겸 구경 겸 직접 행사장을 찾아 차원이 다른 심도 있는 관련정보를 접했다.

방문객들은 넘쳐났다. 찜통더위에 신명을 일으킬 소식 하나 없는 요즈음에 도시생활에 피로를 느낀 청년들이 바다와 어촌에서 미래를 설계하고, 장년층들은 다시 새로운 인생을 열어보기 위한 관심차원에서 행사장을 찾지 않았을까.

박람회 슬로건이 눈에 들어온다. 뱃놈 아니랄까봐 언제나 이런 바다에 관해 짧게 끊어 치는 표어나 어록을 마주하면 마음이 ‘두시쿵’ 하고 뛴다.

‘청년 어촌, 활력 바다!’ 바다에서 꿈을 찾고, 바다에서 일하며 행복하고, 바다에서 새로운 인생을 열어나가자는 그 말.

2 볼 것 많고 들을 것도 많았다. 두 시간 일찍 도착했으니 주최 측에 도착을 알리고, 행사장 배치도를 따라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봤다.

유관단체들이 귀어귀촌에 수반되는 정책과 지원 사업에 대한 정보를 주는 주재관, 다음에는 실무상담이 가능한 어촌관도 있다. 청년기업관에서 지방단체 체험관으로, 또 지원센터 역할을 하는 활력바다관으로 이어진다.
1,100평 공간에 66개 기관이 참여했단다. 한자리에서 논스톱으로 귀어귀촌 활성화정책과 정부차원의 지원책을 확인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는 사업운영 체제와 예상비용 추산에다 심지어 관련된 사기피해 사례와 예방매뉴얼까지, 귀어귀촌에 관해 총망라된 정보와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각 지방의 특화된 연안수산물과 가공식품들을 접할 수 있는 부스에다 해양스포츠 레저관까지 마련되었으니,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귀어귀촌의 모든 것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공간이다.

부대행사로 선배 귀어촌인들의 체험담과 성공사례에, 지자체 별로 맞춤형 쪽집게 과외 식 노하우를 전하는 상담과 토크쇼들이 줄을 이었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있는가 하면, 젊은 부부가 아이들을 데리고 행사장을 둘러보는 모습도 눈에 띤다. 청년들이 호기심에 찬 얼굴로 각종 부스들을 방문해 휴대폰 촬영을 하거나 상담을 이어가고 있었다.

참 좋은 세상이다. 어느 배우의 수상소감을 비틀어 비유한다면, 밥상은 잘 차려져있고, 내가 의욕을 가지고 한 발짝 다가가 수저만 들면 되는 모양새다.

사전미팅에서 행사장부터 둘러보고 본 강의 십분 전에 편안히 출연자 대기실에 도착하면 된다는 진행팀장의 부드러운 표준말에 새벽잠을 설친 피로가 다 씻긴다. 젊을 때부터 유독 서울말을 쓰는 여자에게 약했던(?) 내가 아닌가.

언어표현을 매개로 하는 소통형태에서 내용은 고작 3할이요, 어투나 그 전달 방식이 7할이라는 말이 있다.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 했거늘, 전투적인 경상도 사투리와 배에서 쓰는 거친 언어에 익숙한 나로서는 항상 강의 중에도 이점이 걸리는 대목이다. 어쩌냐, 전문강사도 아닌 주
제에 태생이 그러하고 생겨먹은 그릇이 그 정도 밖에 못되는 것을.

어이 하선장. 어라, 서울 사는 대학동기 두 인간이 사전 연락도 하지 않았는데 행사장으로 들어선다. 수산물 무역과 운반선 사업을 하는 친구들. 어쩌다 박람회 사이트에 들어가 강의사실을 확인하고, 옳거니 박람회도 둘러보고 간만에 나를 만날 겸사로 격려차 들렀단다. 아무려면 어떨까. 노년을 대비해서라도 이런 행사를 눈여겨 보아두는 것도 좋지. 그러셔, 같이 또 한 번 둘러보자고. 마치고나서 내 시원한 맥주 한잔 사지.

3 내 강의 포인트는 이러했다.

막연히 바다와 어촌생활에 대한 감상과 동경만으로 귀어귀촌을 꿈꾸게 해서는 무리가 따를 것이니, ‘바다예찬’을 기저에 깔고 있으되 유의점과 현실적으로 대처하는 자세를 부각시키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람회장을 둘러보고는 방향을 수정해야했다. 시뮬레이션 형태로 일대일 맞춤지원식 알찬 준비와 상담이 가능한 ‘귀어닥터’ 제도까지 운영하는 프로그램들과 견주어 기술적, 제도적으로 문외한인 내가 주제넘게 감히 충고랍시고 나설 필요까지야…….

강의실처럼 격리된 조용한 방이 아니라 각종 부스를 돌아보는 사람들의 왕래가 이어지는 길목 끝자락에 위치한 열린 메인무대였다. 집중도가 떨어지겠지만 심각한 학문을 논하는 곳이 아니라 방문객 각자의 미래를, 새로운 세상을 설레는 마음으로 두드려 보는 공간이므로 이 점은 감수해야한다. 주제 대상인 바다와 어촌이 바로 열린 공간이지 않은가. 썰렁한 우스개를 주절거리다가 비장하거나 무겁지 않게 바다를 정의하고, 우리에게 바다는 무엇이며, 어머니에 비견되는 그 공간에 다가가는 여러 형태의 친화접근방식을 이야기한다. 주옥같은 문학작품들 속에서 시 두 편, 정호승 선생님의 ‘바닷가에 대하여’, 정현종 선생님의 ‘섬’을 소개한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부족하지만, 말미에 우리가 꼭 새기고 가야할 것들 세 가지를 덧붙인다.먼저, 세월호를 예로 들어 늘 설명하곤 하는 ‘안전’에 관한 대목이다. 바다 뿐 아니라 어느 장소, 어느 영역에서라도 천
번, 만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기본 중에 기본인 명제다.

둘째는 환경오염 문제다. 요즘 TV에서 이런 프로들이 많이 보인다. ‘삼시세끼’, ‘도시어부’, ‘섬총사’ 같은 것들. 소확행(小確行). 작지만 확실한 행복, 힐링이니 자기치유니 자신의 참모습을 찾고 추스르는 공간으로 바다, 해안, 어촌만한 곳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는 ‘산(山)’을 은둔이나 회피의 컨셉으로 대하는 것 같아 아쉽지만, 문학작품 속에서나 살아 본 경험으로나 ‘배산임수(꼭 묘 자리 고를 때 쓰는 표현 같지만)’로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공간인 어촌마을이 가장 힐링에 부합하는 공간이 아닐까.

해안과 어촌을 찾는 관광객들이 몰리고, 유입되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넘치는 쓰레기며 오염문제가 대두된다. 해외의 자료지만 면봉을 움켜 쥔 해마, 콧구멍에 빨대가 박힌 거북,먹이가 없어 굶어죽은 바닷새와 북극곰의 위장에서 비닐과 플라스틱 덩어리, 심지어 일회용 라이터까지 찾아낸 사진들은 아예 섬뜩할 지경이다.

‘분리수거’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 뉴질랜드에서 배가 입항하면 은색 페인트칠이 된 우아한(?) 드럼통을 실어주며 재활용, 가연성, 음식물 등으로 반드시 분리배출 하라는 환경청의 엄명에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난다. 강산이 몇 번 변하고 생활수준이 얼마나 높아졌겠나마는 아쉽게도 그 수준이라는 게 이 문제에서는 역주행 같아 보인다.

결코 우리보다 앞선 나라라 볼 수 없는 아프리카 ‘케냐’에서는 비닐봉지 사용을 법적으로 금했단다. 비닐봉지가 나무를 뒤덮고 하수구를 막으며, 가축들이 이것들을 삼키는 것을 보다 못한 강력한 자구책이리라.

막연히 인성에만 호소하기가 역부족이라면, 어느 정도 법적,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지 않을까.

세 번째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개념이다. 조용하고 낙후된(?)지역에 인적, 물적 경제 논리가 개입되면서 고급화한다는 일반적인 개념정리는 생략하자. 실상은 어느지역이 문화적으로나 생활터전 쪽으로 활기를 띄어 가치가 상승하면, 은근슬쩍 거대자본이 스며들어 이익을 취하는 행태라 말할 수 있겠다.

굳이 끄집어내자면 제주도의 경우처럼, 대기업이나 중국자본이 치고 들어와 부동산 가치를 올리고 카지노나 술집 같은 유흥가가 우후죽순같이 들어서면서 강력사건이 빈번히 발생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야 한다. 기존 주민들에게 돌아갈 이득이 있다면야 반겨야 할 일일 테지만, 말이 좋아 발전이고 결국은 거대자본에 내몰리게 되는 주객전도의 씁쓸한 부정적인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지 몰라도 이 세 가지 정도는 유념하면서 바다를 사랑하고 귀어귀촌을 꿈꾸어 보자고 말하고 싶었다.


어수선하지만 강의를 마쳤다. 부산 촌놈이 출세했다. 해양작가라는 희소성은 있겠지만, 지명도가 초라한 주제에 사투리로 이러구러 강의를 끝내자 동기 두 인간이 내 돌아갈 기차 시간을 가늠하고 목이나 축이러 가잔다. 뱃놈 출신들 아니랄까봐 할 줄 아는 게 이런 것뿐이다.수고한 후배와 진행요원들에게 인사와 격려를 하고 행사장을 나섰다.

대낮부터 문을 연 술집은 없었다. 땡볕을 한참 걸어 어느 식당을 찾아 제육볶음에 소맥을 주문했다. 작가직함을 얻고부터 나보고 술값 내라는 친구들은 아예 없다.

여느 중늙은이들과 다름없이 자식 걱정 나라 걱정에, 전공과 밥벌이가 그랬으니 수산물유통과 선박운항 사업의 애로들을 안주거리로 늘어놓는다. TV에서 폭염에 양식장 고기들이 폐사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친구들이 혀를 찼다.

도시생활에 찌들어, 사는 게 힘들어서, 당장 현실화 할 수는 없지만 국가 지원책으로 대출까지 받아서라도 한적한 해안가에 둥지를 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단다.

한 친구가 벌써 깜박했는지 내가 강의에서 했던 말, 법륜스님의 ‘모르면 물어라. 틀렸으면 고치고, 잘 못했으면 뉘우쳐라’를 다시 자기 톡으로 다시 보내달란다. 나이가 들더니 미사여구로 치장한 수수께끼 스무고개 같은 글귀보다 단순명료한 이런 말씀이 더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친구가 박람회장에서 구매했다며 건네준 낙지젓갈을 들고 부산으로 돌아왔다.

애프터서비스도 확실하네. 이튿날, 진행요원 연구원으로부터 모두의 노력과 협조로 행사를 잘 치렀다는 문자를 받았다. 바로 답신을 보냈다.

‘고생했어요. 바다는요,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열린 공간이지요. 모두 바다와 어촌, 그 열린 공간을 세상에 알리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라고.

하동현 작가

부경대학교(구, 부산수산대학) 어업학과를 졸업하고 원양어선선장, 운반선 감독관을 역임하며 전세계 망망대해를 누볐다.

‘2016년 부산일보 해양문학상 우수상(중편소설)’을 수상했고 한국해양문학가 협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동현 작가  hdhy@hdh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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