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청년의 대담한 도전, “세계 입맛 사로 잡고 싶어”
김 청년의 대담한 도전, “세계 입맛 사로 잡고 싶어”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8.09.1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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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전통수산 김민혁 대표

[현대해양 최정훈 기자] 보령전통수산 공장에 들어서면 고소한 김 냄새가 코끝에서 시작해서 온몸을 감돈다.

▲김민혁 보령전통수산대표

8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중에도 공장 내에서는 10여 명의 작업자들이 김 가공작업에 한창이다.

이중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보인다. 185cm는 돼보이는 훨친한 키에 인상 좋은 청년인 그는 자신이 대표라며 먼저 인사한다. 그가 바로 김민혁(29) 씨다.

보령전통수산은 김 씨의 할아버지가 1965년에 설립한 회사다. 번번한 사무실도 없이 시작했던 회사는 현재 300평규모의 공장을 갖추고 전국 각지의 농협, 수협, 학교 등에 젓갈, 김 등을 납품해 연 10여 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업체로 성장했다.

50년 넘게 이어져 내려오는 이 회사를 할아버지는 지난 1월 82세 나이로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직접 경영하셨다. 할아버지로부터 아버지가 아닌 손자인 김 씨가 사업을 물려받게 된 것은 할아버지가 평생 동안 경영하셔서 아버지는 대천해수욕장에서 식당과 찜질방 사업을 하면서 생업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에 정식으로 대표이사가 된 김 씨는 지난 20년동안 나날이 성장하는 회사를 지켜보며 자랐다.

김 씨는 할아버지로부터 남의 돈 받으며 살지 말고 내가 돈을 버는 사람이 돼야한다는 말씀을 늘상 듣고 자랐다.

이에 김 씨는 자연스럽게 사업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게 됐다고. 김 씨는 30대 안에 나만의 사업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인하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김 씨는 창업 관련 수업, 동아리, 학회에도 참석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는 실감을 했다. 주위 동기들은 창업은커녕 취업도 순탄치 않다며 대부분 공무원 시험, 취업준비에만 몰두했다. 대학교 4학년이 되면서 주위 분위기에 휩쓸린 김 씨는 창업 목표를 접고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하는 것으로 계획을 전환했다.

김 씨는 2013년 졸업 후 회계사 자격증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다. 노량진에서 1년 동안 공부를 하면서 점점 또래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취업준비 생활을 이어갈 즈음 고향의 할아버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얼굴이나 보자 하셔서 보령으로 내려간 김 씨는 그 날 할아버지로부터 보령전통수산에서 일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할아버지는 본인이 일을 알려주고 부모님도 도와주실 것이라고 회유하셨다. 며칠 동안 선택의 기로에서 고심하던 김 씨는 마음 한쪽켠에 잠시 접어뒀던 사업가가 되겠다는 꿈을 꺼내들기로 마음먹었다. 할아버지와 부모님의 기대에 힘입어 김 씨는 시험 준비를 접고 김과 젓갈에 청춘을 걸게 됐다.

건실한 수산경영인으로 우뚝서다

할아버지는 손자라고 해서 특별 대우하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노하우를 배우는 것이니 오히려 할아버지가 돈을 받아야 한다며 손자의 불만을 단칼에 차단했다.

오히려 더욱 혹독하게 일을 시키셨다고.

3년 동안 공장 일을 하면서 김 씨는 대표가 되기 전까지 80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직원으로 일했다.

월급의 대부분은 미래를 생각해 적금을 들다보니 생활비가 부족해 비수기때면 대천해수욕장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마련했다.

할아버지의 공장에 입사한 김 씨는 공장 일을 볼 때와 직접 할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할아버지 공장에서 진행되는 일들을 하나씩 체득해야 했는데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다. 첫 번째 도전은 어릴 적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지나갔던 비릿한 액젓 냄새를 정면으로 돌파해야하는 것이었다.

멸치액젓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멸치와 소금을 버무려 저장용기에 담고 1년 이상 숙성시킨다. 이후 저장용기에서 국물을 걸러 이물질을 제거한 후 액젓은 상품으로 만들고 용기에 남아있는 찌꺼기는 버린다. 찌꺼기를 버리기 위해선 저장용기에 들어가 멸치찌꺼기를 일일이 담아야한다.

김 씨는 이 일이 처음에 하수구에서 일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고 말했다. 삭혀진 멸치찌꺼기 냄새가 하루 종일 가시지 않아 식사할 때 액젓이 들어간 음식은 못 먹을 정도였다고. 젓갈 생산 3년차인 김 씨는 지금의 멸치액젓 찌꺼기 냄새 정도는 몇 시간이라도 참고 일할 수 있을 만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도전는 구이 김의 원초가 되는 마른 김을 수매하는 것이었다. 김 씨는 할아버지가 무작정 마른 김을 사오라고 하시면 서천에 가서 온 종일 마른 김 공장을 서성였다.

몇십군데를 돌아다닌 끝에 마른 김을 사서 할아버지에게 보이면 혹독하게 혼이났단다. 그러면서 할아버지는 좋은 김을 선별하는 노하우를 가르쳐주셨다고.

수 십번 이런과정을 거친 김 씨는 이제 위판장에서 척보면 좋은 김이 눈에 들어온단다. 김 씨는 공장에서 하나에서 열까지를 체득하면서 건실한 수산업 경영인으로 성장했다.

50년 넘어 앞으로 100년 준비

보령전통수산은 맛으로 브랜드로 이미 전국적으로 평판을 구축한 상태다. 김 씨는 전국에 납품되는 물량으로도 충분히 경영유지가 가능하단다.

하지만 김 씨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할아버지가 보령전통수산을 50년 동안 이끌어오셨듯이 김 씨는 앞으로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김 씨는 세계 밥상에 김을 올리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사실 김씨는 3년 동안 할아버지와 이 부분에서는 갈등을 빚어왔다. 진취적이고 도전적이셨던 할아버지는 점점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경영방식을 택하셨다고. 김 씨는 적극적인 투자를 건의했지만 번번이 할아버지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김 씨는 만약 할아버지가 미래를 내다보고 해외 수출을 위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셨다면 지금 보령전통수산은 ‘대천김’, ‘광천김’ 같은 큰 기업으로 성장했을 것이란다.

대표가 된 지금은 적극적으로 수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가 안 좋다. 우리나라 김은 작년에 수출 5,000억 달러라는 기염을 토하며 정점을 찍고 너도 나도 시장에 뛰어들어 이미 포화상태란다. 심지어 올해 김 재고량은 전년에 비해 절반가량 많은 수준이다. 이러한 악조건에서도 김 씨의 해외 수출에 대한 집념은 꺾이지 않는다.

김 씨는 기존의 포화시장을 넘어 스낵 김 등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ASEAN시장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김 씨는 공장을 확장하고 위생적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보령근처 다른 곳에 신축할 공장 부지부터 알아보고 있다. 세계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그동안 전국 곳곳의 수산물 박람회에 참가하고 수협수산물수출지원센터에서 다양한 지원책에 대해 알아봤다. 김 씨는 우선 세계로 판로를 확장하기 위해 각종 공인된 인증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

김 씨는 현재 전통적인 방식의 공장시스템에서 깨끗하고 위생적인 체계로 전환해 위해요소중점관리인증(HACCP)을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국제인증 획득까지 내다보고 있다.

전자상거래 시장에도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청년 김 씨는 기존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나아가 수산물을 블러그나SNS상에 적극적인 마케팅을 준비 중이다.

김 씨는 보령전통수산의 가장 큰 장점은 맛있는 김이라고 자부심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서해안에서 채취된 품질 좋은 원료만을 엄선했기 때문에 맛과 향이 풍부하다고 세계 각지에서 보령전통수산 김을 찾는 단골을 만들겠다는 청년의 대담한 꿈이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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