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자리 잃은 국내 요트업계
설 자리 잃은 국내 요트업계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8.09.10 11: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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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체부터 부품까지 외국산이 차지...

[현대해양 최정훈 기자] ‘해양레저의 꽃’ 요트문화가 정착된다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들어섰다. 실제로 최근 들어 요트 수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부산 수영만이나 화성 전곡항을 필두로 전국 마리나에는 요트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심지어 계류장이 부족해 요트들이 길가에 늘어선 광경도 자주 목격된다.

문제는 이런 요트들 중에서 국산은 찾기가 힘들다는 것. 더 깊이 들여다보면 내부의 엔진, 항해통신장비도 대부분 외국제품이다.

정부가 야심차게 마리나 활성화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마리나의 핵심인 요트 관련 산업은 여전히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리나는 구축했으나 요트시장을 놓쳐

마리나(Marina)란 요트를 포함한 해양레저선박을 위한 계류, 보관시설과 연관된 서비스 시설을 포함한 해양레저의 복합기지를 지칭한다.

해양레저 복합공간인 마리나를 활성화시킨다는 말은 해양레저선박 보관·계류, 제작, 임대사업, 서비스 등 연관 산업을 동반 성장시켜 나간다는 말이다.

지난 2010년, 정부는 이러한 마리나 관련 산업을 미래 해양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해 마리나 활성화 정책을 펼쳐오고 있다.

해양수산부(구, 국토해양부)는 2010년 ‘제1차 (2010년~2019년) 마리나항만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15년 수정을 거치면서 현재까지 34개소에 마리나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제부도, 해운대, 후포 등 6곳에 300척이상의 레저보트를 계류할 수 있는 거점형 마리나와 홍원, 당항포, 이호 등 5곳에 일반마리나 개발이 진행 중이다.

또한 최근에는 바다가 아닌 강이나 호수·저수지 등에서 요트를 즐길 수 있는 내수면 마리나 개발안과 어촌과 마리나가 융합된 마리나역 활성화 방안이 포함된 2차 마리나 활성화 기본계획을 위한 용역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같이 정부는 마리나 활성화에 심혈을 기울여 인프라 구축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마리나항만 1곳 구축에 최소 수백억원 드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비교적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이와 같은 환경에서도 국내 요트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전문가들은 마리나 활성화 계획을 위해서는 마리나 산업의 핵심이자, 활성화를 위해 기반이 되는 요트관련산업을 키워야한다고 지적한다.

홍장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관광연구실장은 “마리나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정부가 마련하는 항만 등 기반시설 구축과 동시에 연관 산업 특히, 요트산업의 성장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리나항만은 곧 요트를 위한 것이다. 요트에서 제작, 수리, 부품, 금융 등 연관 산업들이 파생돼 마리나산업 전체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요트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

미국해양제조협회(NMMA, National Marine Manufacturers Association)에 따르면 세계 해양레포츠시장은 50조원에 육박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해양레저 선진국들은 요트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일찍부터 시장에 뛰어들어 높은 기술력과 영업력을 갖추고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현재 요트를 포함한 전 세계 레저보트 보유척수 2,900만척에 달하는데 이 중 미국이 70%, 유럽이 15%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요트 시장을 북미, 유럽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공화국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대만이 요트 관련 산업 육성에 역점을 두고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대만은 정부 주도로 요트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 최고급 호화요트를 만드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이에 유럽의 유명한 요트업체로부터 주문자 생산방식(OEM)으로 연간 2억불의 해양레저선박을 제조·수출하며 세계 5위의 마리나 산업국가로 급부상했다.

중국의 기세도 무섭다. 등록대수 기준으로 한국보다 적지만 중국 업계는 재력가들의 기호에 집중하는 전략을 펴고 있으며 영국, 이탈리아 등 고급 요트 회사의 지분을 상당부분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럭셔리 슈퍼요트 시장에서 세계 5~6위까지 치고 올라온 상황이다.

국내 마리나에 해외 요트들이 석권

그럼 우리나라는 어떠할까?

얼핏 조선강국이라 유리한 고점을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싶겠지만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요트제작업체들의 현실이다. 국내 요트업체들은 역사가 짧고 영세해 수출은 고사하고 국내 소비자들로부터도 외면 받고 있는 실정.

40년의 짧은 국내 요트역사 동안 크고 작은 요트제작업체들이 등장했지만 레저보트 제조방식은 주문 제작이 주류를 이뤄 지속적인 생산수요가 없는 국내 시장에서는 업체들이 기술력과 전문성을 구축할 여력이 없었다.

요트를 구매하려는 사람은 검증되지 않은 국내 요트보다는 인지도 있고 고급스러우며 성능 좋은 수입 요트를 원하고 있다.

이에 대부분 국내 요트제작업체들은 요트 제작으로만 수익을 창출할 수 없어 해외 수입판매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상당비중은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다. 일본에서 우리나라로들어오는 요트들은 선령 20년 이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국내 최대 요트제작업체인 현대요트(주) 황현웅 영업팀장은 “전곡항, 수영만 마리나에서 세일요트 및 파워요트 중 70%가 해외제품이고 그 중 절반은 일본 중고제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일본은 선령 20년 이상 선박을 폐선해야 하는 규범에 따라 이런 요트들이 국내로 들어와 운항되고 있는 것. 노후화됐지만 가격대비 일본 중고요트는 여전히 쓸만하다는 평이다.

국내 요트제작 업체인 주마린21 관계자는 “요트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예상금액은 3,000 ~ 5,000만원 정도인데 요트신조에서는 원하는 요트를 찾긴 어렵다. 대신 가격은 비슷한데 규모도 크고 사양도 좋은 일본 중고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요트문화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상당한 비용이 지출되는 요트신조는 여전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요트 구매의사가 있는 사람들은 중고지만 튼튼하고 외관도 좋은 일본 중고보트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과세·금융문제 해결 시급

국내 업계는 요트제작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해 걸림돌이 되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우선 요트에 부과되는 현제 과세범위부터 넓혀야 한다고 피력한다.

현행법상 3억원 이상의 요트 구입시 취득세 11%, 재산세 0.5%가 과세된다. 3억 미만의 요트를 구입하면 취득세 2%, 재산세 0.3%의 감면혜택을 받는데 현재 3억원 마지노선의 범위를 높여야 한다는 것.

황현웅 현대요트 팀장은 “요트 신조는 3억원이 넘는 상품도 많고 최근에는 10억원 하는 럭셔리 파워요트를 구매하는 사람도 상당히 늘었다”며 “하지만 취득세만 10% 넘는세금을 내려고 하는 소비자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요트 구입비용 대출, 요트 담보대출, 요트 대상의 리스금융, 요트 보험 등의 금융상품의 개발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국내는 마리나정비업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비교적 규모있는 수영만, 전곡항 등에서도 레저보트를 직접 정비하거나자동차·오토바이 정비소에 가서 수리해야하는 실정이다.

수리정비 관련 업계도 동반성장해야

요트는 거친 파도·바람에 노출되어 자동차와 달리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수리·정비가 요구되는데 국내 마리나에는 이러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전무하다.

홍장원 KMI 실장은 “국내 요트 수리, 정비, 급유하는 서비스 등을 종합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은 김포 마리나 한 곳밖에 안 된다”며, “레저 선박 제조, 유통, 수리, 정비 등 연계산업 수준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는 마리나정비업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비교적 규모있는 수영만, 전곡항 등에서도 레저보트를 직접 정비하거나자동차·오토바이 정비소에 가서 수리해야하는 실정이다.

이때 요트 쇼유자들이 중점적으로 점검하는 장비는 선외기다. 선외기는 요트 후미에 설치되는 동력기관으로 요트를 포함해 해양레저 동력보트의 심장 역할을 하고 있다.

요트의 핵심 부품이라고 할 수 있는 선외기는 대부분 일본, 노르웨이, 미국 제품들이다. 몇몇 국내 선외기 생산업체들도 외국기술과 기자재에 의존하고 있다. 요트제작수리 업체 주마린21 관계자는 “요트 기자재에서 일본 등 해외업체가 거의 100%라고 보면 된다”며, “소비자들이 요트 제작 주문할 때도 국산 선외기, 엔진을 제외시켜달라고 당부한다”고 밝혔다.

한편, 항해통신장비에서도 해외제품이 국내 요트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요트에는 상선, 어선과 같은 고기능 항해통신장비가 아닌 단순한 GPS, 통신기기, 레이더 정도만 있으면 되지만 조종석에서 국내제품은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 요트의 항해통신장비는 미국 및 유럽, 일본산 수입제품으로 충당되고 있는 것. 국내해상장비는 자국에서도 외면받고 있다.

국내 항해통신장비 시장을 구성하는 업체들의 생산기술, 경영능력, 연구개발의 투자능력 등에서 해외 기업보다 수준이 크게 떨어진다. 영세한 업체들이 상당한 비용을 들여 기술을 개발해도 해외업체들이 다수 포진한 항해통신장비시장에 진입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우리 수준은 이제
껏 가장 기본적인 장비로 지칭되는 해상레이더도 제대로 못 만든다.

정부가 추진하는 마리나 활성화 정책이 인프라·시설에 국한돼 시행되기 보다는 연계 업종과 동반 성장하면서 시너지 창출효과를 노려야 한다. 흔히, 요트를 제2의 자동차 산업이라고 지칭한다. 요트는 베터리, 점화플러그 등 자동차 부품산업과 관련이 많다. 요트산업이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자동차 산업이 발전한 나라에서 비교적 쉽게 성장했다는 것도 그것을 반증한다.

정부가 국내 자동차 기업들에게 요트산업을 소개하고 도입하도록 적극적으로 제안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요트문화의 첫 단추를 잘 끼워야하는 기로에 서있는 지금,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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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민 2018-09-20 20:07:18
요트업계에 필뇨한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정말 잘 짚어주셨습니다. 마리나 만들면서 크레인 제대로 만드는 것 부터 고쳐지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