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례로 본 해양수산과학기술 육성 방향
해외사례로 본 해양수산과학기술 육성 방향
  • 전형모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기획협력실장
  • 승인 2018.08.1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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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연구 시스템 구축 시급

[현대해양] 우리나라는 넓지 않은 국토에 삼면이 바다 접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전체 국민의 27.4%가 연안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먹거리로서 수산물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 국민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2013-2015년 기준 58.4kg으로 세계 1위이며, 2위인 일본(50.2㎏)을 비롯해 중국(39.5㎏), 미국(23.7㎏), EU(22㎏)의 소비량을 크게 상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1인당 육류 소비량보다 수산물 소비량이 높아 수산물이 식량자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시에 우리나라 수출입화물의 99.7%가 바다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 그야말로 우리나라는 거주와 식량, 경제의 상당부분을 바다에 의존하고 있는 해양국가다.


국내 현실은 미흡

그러나 이러한 바다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해양수산분야의 과학기술 수준은 세계 15위로 주요 경쟁국에 비해 뒤쳐져 있는 편이다. 무엇보다 그간 해양수산분야의 과학기술을 육성하기 위한 국가차원의 실행력 있는 통합 로드맵이나 기본계획, 그리고 실행방안은 제시되지 못했다.

그로 인해 장기적 안목의 큰 그림 없이 민간 및 대학, 정부출연연 등에서 개별적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수행해 왔으나 국내외 해양수산 정책상황이나 산업계의 수요와 부합하지 않거나, 연구개발 지원 및 수행체계 미비로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그대로 사장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해양수산분야의 과학기술은 원천 또는 기초기술이 주를 이루고 있거나 대규모 투자 및 장기간의 연구기간을 요하는 기술인 경우가 많아 국가의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지원 없이 민간이 직접 수행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높은 편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해양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기업들의 91.4%가 중소기업으로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해양수산과학기술의 혁신을 이뤄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다행인 것은 늦게나마 지난 6월 ‘해양수산과학기술육성법’에 근거하여 국가 해양수산과학기술의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제1차 해양수산과학기술 육성 기본계획(2018~2022년)’을 수립하였다는 점이다. 상기계획은 해양수산과학기술을 통한 우리나라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이에 도달하기 위한 비전과 목표와 추진전략, 추진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미래상에서는 ‘일자리’, ‘혁신’, ‘국민행복’, 그리고 ‘국민안전’을 제시하였고, 추진전략으로 먼저 ‘신산업 육성 및 좋은 일자리를 위한 해양수산과학기술 집중 육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해양수산과학기술 기반 확보’를 제시하였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체계 혁신’, ‘해양수산과학기술의 지속 발전을 위한 생태계조성’을 제시하고 있다.

각 전략별로는 ‘4차산업혁명 기술융합’, ‘상용화기술 확보’, ‘국민생활문제 해결’, ‘국제사회 기여’, ‘과학기술 연구개발 전략성 제고’, ‘연구개발 체계개편’, ‘민간역량강화’, ‘기업혁신 및 창업지원 확대’ 등을 추진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개발한 다관절 해저 복합 로봇, 그랩스터6000. ⓒ박종면

해외는 체계적인 로드맵 실행 중
그럼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세계 주요 국가들은 이전부터 해양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국가차원의 정책방향과 계획, 실행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은 2014년 중국공산당 18차 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중국의 해양대국에서 해양강국으로 전환을 위한 발전방향을 제시하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4대 전환’ 중 하나로 해양과학기술의 혁신유도형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2017년에는 ‘전국해양경제 발전 13.5’를 기반으로 ‘13.5 중국 해양분야 과학기술혁신 전문계획’을 수립, 극지개발, 해양환경보호 및 해양생물자원의 지속가능한 개발·이용, 심해탐측 및 자원개발, 해양 재해감소 및 예방, 해운 경쟁력 강화 등에 대한 과학기술 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였다.

일본 역시 2013년 ‘제2차 해양기본계획’ 및 이를 기반으로 2017년 ‘제 5기 해양과학기술 연구개발계획’을 발표, 해양과학기술의 정책적 상황, 국제적 상황 등을 분석하고 미국, 중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의 중요 선진국의 기술정책 동향을 분석, 이를 기반으로 일본 해양 과학 기술에 관한 연구 개발 계획을 제시하였다.

일본은 해양과학기술 개발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지속적인 성장과 지역사회의 자율적인 발전 △국가와 국민의 안전 · 안심의 확보와 풍부하고 질 높은 생활의 실현 △지구규모 과제에 대한 대응과 세계발전에 기여로 설정하였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향후 5년 간 집중하여 추진해야 할 주요 분야로 △극지방 및 해양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와 지배 구조 강화 △해양 자원의 개발과 이용 △해양기인 자연 재해에 대한 방재·감소 △기반기술의 개발과 미래 산업 창조 △해양과학기술을 지원하는 기초연구의 추진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은 또한 상기 목표의 실천방안으로 △전문성 학제뿐만 아니라 사회성, 논리성, 국제성을 겸비한 융복합적 인력 육성 △해양에 관한 데이터나 샘플 등에 대해 민감한 것을 제외하고는 연구원은 물론 일반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오픈 사이언스 추진 △일본 내·외 대학, 기업, 공공 연구 기관 등의 연계 · 협력을 전략적으로 이끌어 냄과 동시에 다른 분야의 연구자를 적극적으로 받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산·학·관 연계 오픈이노베이션 추진 △해양 과학 기술 분야의 성과를 국가 안보분야에 활용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의 양방향 대화 · 협동 등을 통한 사회적 이해 도출 △정부전체에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연구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부처 간 역할분담 및 연계강화 △일본의 해양잠재력을 살려 국제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세계 발전에 공헌 및 북극에 관한 제반 과제에 대한 대응 등 국제적인 논의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해외는 융·복합적 연구를 통해 혁신 중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2010년 ‘해양, 연안 및 오대호의 관리에 관한 대통령령’(Executive Order 13547- Stewardship of the Ocean, Our Coast, and the Great Lakes)을 제정하였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다부처 해양정책 T/F(Interagency Ocean Policy Task Force)를 구상하였다.

동시에 해당 대통령령을 근거로 국가 해양과학전략인 ‘해양국가를 위한 과학’(Science for Ocean Nation) 전략을 수립하여 6대 우선과제로 △해양 자원 관리 △자연재해와 환경파괴에 대한 회복성 확보 △선박운용과 해양환경 △해양기후 대응 △해양생태계 개선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 분석 등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미 연방정부가 2018년 6월에 발표한 ‘미연방 해양과학기술 프로젝트 요약’을 보면 국립공원관리청(NPS)의 ‘해양 보전 프로그램’, 지질조사국(USGS)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수질 개선 활동’(이상 미 내무부 산하), 환경보전청(EPA)의 ‘산호 군락 보호 프로젝트’, 국립해양대기관리청(NOAA)의 ‘수산물 무역적자 감소 프로젝트’ 등에 대한 연구개발을 국가차원에서 수행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외 유럽연합은 바다를 중심으로 하는 ‘청색성장(Blue Growth)’ 정책 하에 해양생명, 수산양식, 해양관광, 해양에너지, 해양광물자원 등에 대한 분야를 중심으로 R&D를 수행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유럽은 정부 및 지자체, 연구기관, 대학, 기업 등이 참여하는 해양수산분야 클러스터가 지역별로 잘 구축되어 있어 융·복합적 연구를 통해 전통 해양수산업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해양수산 혁신클러스터로는 프랑스 Pole-Mer,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 노르웨이의 NCE 수산물 혁신 클러스터 및 NCE Maritime CleanTech 등을 들 수 있다.

프랑스 Pole-Mers는 380개 이상의 산업체 및 4개 연구기관, 2개 대학 참여하고 있으며 프랑스 국방부(해군) 및 지역청, 지역 의회 등이 주요 사업별 재정지원 참여하고 있는 해양클러스터이다. 해양안전·방위, 조선해양플랜트, 해양자원(광물, 에너지), 해양생명공학, 환경·연안관리, 해운항만 등 6대 중점분야에 대하여 참여하는 기업에 대하여 시장정보 분석, 제공, 연구사업비 획득지원, 사업화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참여기업의 공동 R&D 프로젝트 발굴 및 성공을 위한 상설 지원팀 운영하고 있다.

수산분야 혁신 클러스터로 명망 높은 아이슬란드의 레이 캬비크는 전통 수산업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결합, 해양바이오 등 고부가가치 수산물 산업허브를 구축하였다. 참여기업에 대한 인큐베이팅, 컨설팅, 연구개발 지원 등을 수행하고 있으며, 현재 50개 이상의 민간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경우 국가차원에서 14개 분야 산업클러스터를 지정, NCE(Norwegian Centres of Expertise) 브랜드로 지원 및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식품을 넘어서서 제약 및 바이오 등의 기업도 들어서 있으며, 입주 기업지원을 위한 금융기관, 정책 및 법제도 연구기관, 대학 등도 함께 참여하여 클러스터 내 기업, R&D, 교육 간 전략적 연계를 통한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

또다른 NCE 클러스터인 NCE Maritime CleanTech의 경우, 선박디자인 기업, 조선소, 선주, 장비, 신재생에너지 기업, 연구소 등 60여개 주요 기업 및 기관이 참여하여 친환경·고효율 첨단 미래형 선박 R&D 사업 발굴 및 수행, 유사 및 관련 연구 간 지식공유 체계 구축 등을 통해 노르웨이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IMO 규제 등에 대응하고 있다.


 

▲ 빌딩 양식기술. ⓒ박종면

해양정책과 정합성 확보 시급

이처럼 중국, 일본, 미국 및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은 국가해양과학기술 육성 및 발전을 위해 정부가 비전과 목표, 로드맵, 중점추진분야 및 실행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해양환경 및 생태계 회복, 극지문제, 기후변화 및 해양재해 대응, 해양안전 확보, 해양 및 수산 자원확보, 혁신을 통한 해운·항만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주요한 과제로 인식, 이에 대한 과학기술 연구개발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이러한 해양과학기술의 주요 과제들은 대부분 각 국가의 해양정책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즉 중국의 ‘13차 5개년 중국 해양분야 과학기술혁신 전문계획’은 ‘전국해양경제 발전 13.5’를 달성하기 위한 과학기술 정책이며, 미국의 해양과학전략 역시 ‘해양, 연안 및 오대호의 관리에 관한 대통령령’을 기반으로 수립되었다.

또한 이의 실현방안으로는 오픈이노베이션 또는 산·학·연·정 클러스터 조성을 통한 융·복합적 협력체계 구축 및 인재양성, 이해관계자 및 기술수요자 중심의 연구개발 추진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 사례를 통해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제1차해양수산과학기술 육성 기본계획’이 성공적으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국가 해양정책과의 정합성 확보가 필요하다 점이다. 최근 들어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는 국민생활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해결되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이를 위해 정부나 출연연은 기본계획에 근거하여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거 및 처리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그러나 그전에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정책적 대응방안 수립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즉 플라스틱 쓰레기의 발생 자체를 통제할 것인지,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을 것인지, 누가 수거하고, 어떻게 수거할 것인지, 재활용과 폐기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관련 이해당사자간의 협의와 이를 기반으로 한 큰 틀의 정책방향이 결정된 후 그 방향에 맞는 대응 기술이 개발되어야 그 효용성이 높아질 것이다.

정책적 고려 없이 기술만 개발할 경우 자칫 사장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국가정책을 고려하여 해양과학정책 수립에 대한 방향성 제시가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전체에 대한 정책수립에 있어서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해양수산분야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 없다.

해양수산과학분야의 공공기관으로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나 국립수산과학원 등이 있으나 모두 R&D 기관으로 정책수립에는 적합하지 못하다. 기본계획에서는 유사한 역할을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KIMST) 기능강화를 통해 대응할 것으로 언급하고 있으나 연구기능이 없는 KIMST가 전적으로 수행하기에는 현재로서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해양수산부는 국정방향과 수요자 중심의 해양과학기술 정책연구를 수행하고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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