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북한수역의 중국어선 입어入漁 배경
동해 북한수역의 중국어선 입어入漁 배경
  • 박명호06년 탈북/강원도 고성군 대진항 머구리어업 종
  • 승인 2018.08.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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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명호 06년 탈북/강원도 고성군 대진항 머구리어업 종사

[현대해양] 북한 수산물은 거의 전부가 중국으로 수출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문어, 해삼, 도루묵, 오징어, 미역, 다시마까지 모든 해산물이 중국으로 향했다.

대표적인 예로 수산물인 오징어(북한에서는 ‘낙지’로 불림)는 북한 어민들이 잡아 말려 가공한 제품을 북한 정부가 외국으로부터 물자를 들여오고 내어갈 수 있게 공인한 ‘와크’를 가진 사람이 여러 중개인들의 손을 거쳐 거둬들이고, 나진~선봉을 거쳐 중국으로 수출됐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북한의 마른 오징어는 무게(kg)로 가격을 쳐주는데, 생산자와 유통업자들은 팔기 하루 전 그 무게를 늘이기 위해 물에 살짝 적셔서 내놓는다. 이렇게 되면 해외로 팔려가 가득 쌓아놓은 마른 오징어에 곰팡이가 피고 썩어가기 때문에 중국은 매년 거세게 항의해 왔으나, 북한 당국은 이를 개선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당국의 묵인 하에 어려운 경제 형편의 북한 주민들은 조금이라도 이윤을 내기 위해 모든 꼼수를 다 동원했다. 오징어뿐만이 아니다. 도루묵은 암컷과 수컷이 가격 차이가 많이 났다. 암컷이 상대적으로 비싸게 팔리는 탓에 수컷을 암컷으로 변장시키는 작업이 이뤄졌다. 해안가 주민들은 숫도루묵을 가져다가 해안가에 뒹구는 도루묵알을 주워 손으로 비빈 다음 볼펜대 안에 집어넣고 뾰족한 끝을 숫도루묵의 배꼽에 꽂아 입으로 불어 암도루묵을 만들었다.

“조선 아니 북한의 숫도루묵은 알도 가지고 있다.” 일본과 중국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진 웃지 못할 이야기다. 결국 일본은 북한의 해산물 수입을 중단하였고, 중국은 쿼터제를 요구해오기 시작했다.

문어는 5kg짜리 문어를 사서 8kg으로 만든다. 큰 주사기로 물을 주입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주사기만으로 물을 주입했으나 방법은 점점 더 교묘해져만 갔다. 자전거 펌프 끝에 주사바늘을 꽂고 물을 담아 주입하는 방법이다. 젊고 싱싱한 문어일수록 물이 많이 들어갔다. 한번 들어간 물은 가마솥에 넣고 삶기 전까지는 빠지지 않아 감쪽같다.

잡는 자의 소득과 물작업자의 소득이 같을 정도이니 ‘조선의 문어는 물문어’라는 말은 가히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북한 해산물은 생물이든 마른 것이든 믿지 못하겠다. 수놈도 암놈도 믿을 수 없다. 우리가 직접 잡아서 중국으로 가져가야 한다.” 중국의 목소리는 점점 더 거세지고 높아졌다. 이렇게 중국어선의 북한해역 입어가 시작됐다.

동해수역 첫 중국어선 입어는 2003년 즘 이라고 기억된다. 첫해는 함경북도 김책 앞바다까지만 승인되었고, 한 해 동안만 조업하고 그치기로 했었으나 조업은 연장에 연장을 거듭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제는 강원도 바다까지 확장되었고 그 기간도 점점 고착화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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