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새롭게 인식하고, 육지와 바다를 함께 사유할 수 있는 시선 필요
바다를 새롭게 인식하고, 육지와 바다를 함께 사유할 수 있는 시선 필요
  • 남송우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 승인 2018.07.1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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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편집자 주
시 , 소설, 아동문학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한국 문화예술계의 큰 봉우리로 우뚝 자리매김했던 향파 이주홍 선생. 이미 그가 작고한 지 어언 30여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당시 부산수산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무수한 제자들에게 바다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열정을 심어줬던 그의 족적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뇌리속에 깊이 간직돼 있다 . 그야말로 삶 자체가 바다와 문학으로 점철된 향파의 업적을 기리고자 지난달 25일 이주홍문학재단과 MOU를 체결한 현대해양은 고(故) 향파 이주홍 선생의 바다문학을 재조명하는 기획시리즈를 시작한다.

 

세계 각국이 바다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신해양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바다가 새로운 경쟁의 영역이 되고 있다. 삼면이 바다이면서, 반도국인 한국 역시 신해양시대를 적극적으로 열어나가야 할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기에 바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육지 중심의 사유를 지속해온 인류는 바다 역시 육지를 대했던 태도와 시선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신해양시대에는 어떤 시각으로 바다를 인식하고, 이해해야 할지에 대한 근원적 고민을 하지 못한 결과이다. 바다가 지구촌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부터 우리는 그 동안의 육지 중심의 사유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특히 지구촌의 생태계가 전체적으로 파괴되어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는 바다를 새롭게 인식하고, 육지와 바다를 함께 사유할 수 있는 시선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는 지구촌이 직면한 생태계파괴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해양문학 중심의 해양인문학 고찰

이런 관점에서 최근 논의들이 일기 시작한 해양인문학은 새롭게 모색해 나가야 할 영역이다. 육지 중심의 사유가 남긴 갈등과 문제를 바다가 지니고 있는 원형적 이미지를 중심으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삶의 가치를 모색해 나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해양인문학을 구체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고려하고, 논의의 중심에 놓아야 할 요소의 하나가 해양문학이다. 바다에서 혹은 바다와 관련된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어떤 삶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방향인지 사유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논의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인물이 향파이주홍 선생이다. 향파 선생님은 1949년 이후 부산수산대학(현 부경대학교)에 재직하면서, 바다로 나아가 일할 학생들을 가르쳤다. 해방 이후 일차산업도 제대로 활성화되어 있지 못한 시절에 수산업에 종사할 전문 인재들을 교육하면서 문학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가슴에 꿈과 비전을 심어주었다.

그러므로 향파 선생의 관심은 일차적으로 바다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문학 활동을 하는 문인으로서 해향문학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러웠다. 학위 없는 대학교수 향파 선생은 1906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다. 1924년에 일본으로 건너가 노동을 하며 고학을 했다. 192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가난과 사랑」이 입선되면서,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로 귀환하여 동화로부터 시, 소설, 시나리오, 희곡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문학활동을 전개했다. 해방 후 부산 동래중학교 교사를 하다가, 1949년에 부산수산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학 학사학위도 없는 향파 선생이 대학 교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그가 지닌 문화예술에 대한 역량 때문이었다.

특히 향파 선생은 문학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교양수업을 진행하면서, 문학이 인간에게 있어서 무엇이며, 문학이 왜 필요한지를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들려주고, 보여주었다. 이 학생들이 대부분 바다와 관련된 영역에서 일을 해야 했기에 향파 선생은 바다문학에 대한 개념을 설정할 필요가 있었다.

▲ 남송우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우리 고유의 해양문학론

향파 선생은 「해양문학의 개발」(백경 13집 , 1972년 5월 6일)에서 해양문학론을 나름의 입장에서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제시된 개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우리 국토가 3면이 바다로 싸여 있기에 바다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지만, 우리의 해양문학의 사정은어렸다기보다도 차라리 있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라고 당시의 한국문단의 상황을 토로하고 있다.

서양에는 지중해나 오대양을 배경으로 한 해양문학의 걸작들이 많은데, 왜 우리의 사정은 해양문학이 빈곤한 것 일까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생활이 있는 곳엔 예술이 있기에 우리에게도 남에게 밑지지 않을 많은 양의 문학 유산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 민요나 가사를 위시해서 구비문학으로서의 신화나 전설 민담 등에서 흥미로운 바다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근래에 와서도 현역 작가들이 해양에 관련된 작품을 창작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작품으로 김용호의 「남해찬가」. 서정주의 「수로부인의 설화」, 송지영 작가의 장보고를 주제로 한 「대해도」 등을 거론하고 있다. 현대문학에서의 해양문학의 가능성을 제안하고 있는 셈이다.

“쇄국적으로 굳혀 있는 겨레의 좁은 시야를 자유의 보고인 바다의 활무대로 넓혀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도 먼저 바다를 알려주는 일이 필요하고, 바다가 그리움의 이상향이 되도록 해주는 일이 필요하고, 아직도 베일에 싸인 채 고독해 있는 바닷사나이들의 사무친 사정들을 독자들에게 전해주는 일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뛰어난 바다문학은 이 사명을 수행하는 데에 가장 탁월한 수단이 된다. 그러나 뛰어난 바다문학이 저절로 생겨나기를 기다리는 것은 과일이 제물로 익어서 입안에 떨어져 주기를 기다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목마르게 해양문학이 기다려지는 이 시점에서는 기획적인 유도책을 쓰는 것도 효과적인 일이리라. 그것은 정부가 앞장을 서도 좋고 바다나 혹은 문학에 관계있는 기관이 주동이 되어도 무방하다. 상당한 포상제도를 마련해서 좋은 작품을 구하는 길도 있겠고, 자의에서 써진 우수한 작품들을 골라 그 작가를 특별히 우대해주는 길도 있을 것으로 믿어진다.”

이 시대를 사는 해양인과 문인들이 이 일을 제대로 감당할 때, 한국의 해양문학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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