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수협, “경제사업 활성화가 수협의 미래다”
경기남부수협, “경제사업 활성화가 수협의 미래다”
  • 변인수 기자
  • 승인 2018.07.0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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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탐방>

[현대해양 변인수 기자] 건물이든 조직이든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수협의 기초는 조합원과 직원들이다. 그러나 탄탄한 기초를 가진 집단도 위기에 봉착하게 되고, 그 순간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가 없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훌륭한 리더는 조직의 성패를 좌우하는 필수조건이다.

지난해 경기납부수협은 해양수산부의 '수산식품산업 거점단지조성사업' 공모에 당선돼 마른김공장, 조미김공장, 김연구홍보센터를 건설 및 운영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올해 11월 착공될 김가공센터 조감도.

열세를 딛고 당선된 3선 조합장

경기남부수협의 역사는 지난 1943년 설립 이래 지금까지 도전과 극복의 연속이었다. 전국 최고의 수협이라는 위상을 가진 지금, 조합이 현 위치에 자리매김하기까지 10여년 간 조합장을 역임하며 위기를 극복해낸 수장, 조성원 조합장이 있다.

조성원 조합장은 평택에서 자망, 통발어업을 꾸리던 어업인 출신이다. 평택은 조합원이 200여명에 불과해 2,000명 이상의 조합원이 분포한 화성에 비해 규모로 보나 조합원수로 보나 경쟁이 힘든 지역이다. 그런데 그는 지난 2007년 선거에 당당히 당선돼 2선, 3선을 이어오고 있다.

조성원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투명함에 대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조합원 수가 적고, 수산세가 적은 평택 출신 어업인을 조합장으로 뽑아 주셨는지도 모른다”며, “내세울 것은 성실한 면 밖에 없다”고 답했다.

그는 민원을 표출하는 조합원을 단 한번도 피한 적이 없다고 했다. 내 지역보다 타 지역을 더 돌다보니 평택 어업인들의 불평을 듣기도 했다고.

 

경기남부수협 조성원 조합장

 

수원 청사 이전, 용단이 필요했다

지난 2015년 경기남부수협은 화성시 남양읍에 청사를 신축하고 기존 수원 본점을 이전했다. 청사 이전 전까지 경기남부수협 본점은 40년 동안 수원 시내에 위치했다. 사업규모가 커지고, 조직이 늘어남에 따라 내·외부적으로 증·개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더하여 건물 노후화로 인한 난방과 누수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으나 일대가 수원화성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리모델링이 제한됐고, 증·개축 허가조건도 까다로웠다.

수산업을 근간으로 하는 수협이 바다에서 떨어진 내륙에 위치함에 따라 조합원의 소속감과 기여도도 떨어진다는 주장도 제기돼 왔다.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은 본점 건물 매각, 바다와 인접한 새로운 부지로의 신축·이전이었다. 본점을 화성 남양읍으로 옮기기로 결정하고 보니 조합원들의 반발, 임직원들의 출퇴근, 자녀교육 문제 등 여러 문제가 대두됐다.

“조합장은 임기가 끝나면 떠납니다. 그러나 조합의 근간인 조합원과 직원 여러분은 평생 수협에 몸담아 향상·발전 시켜야할 사람들입니다. 안팎으로 진행되는 수산업의 변화, 금융환경 변화는 우리 조합 내부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큰 가능성의 방향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결단해야 할 때입니다.”

여러 차례의 설득 끝에 조합원과 역대 조합장들, 임직원들의 합의를 이끌어 냈고, 청사를 무난히 이전할 수 있었다.

 

탄탄한 결속력의 원동력은 동질감

경기남부수협은 임직원들 간의 결속력이 남다르다. 지난 시간 조합이 맞닥뜨린 위기를 함께 극복해 온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경기남부수협은 수원의 모 아파트 건설에 280억을 대출했으나 시행사가 62%의 공정에서 부도를 내고 말았다. 사고사업장 지정이 되면 200억의 손실을 봐야하는 상황, 자본잠식까지 처할 상황이었다. 나머지 38% 공정을 마무리 짓기 위해 진단을 해보니 80억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조합장을 비롯한 임직원은 팔을 걷고 재원마련에 나섰다. 우선 조합장이 솔선해서 5,000만원을 출연했고, 나머지 직원들도 자발적으로 자금을 기탁했다. 이렇게 모인 자금이 31억2,700만원. 수협중앙회와 함께 사업장 지주들을 설득해 20억원을 추가 마련했다. 나머지는 시공 마감 업체들을 설득해 외상거래약정을 체결해 공사를 속개시켰다.

공사 재개 소식을 듣고 채무관계자들과 보상을 목적으로 사기꾼, 잡배들이 껴들었다. 시행사가 아닌 경기남부수협에 직접적으로 보상을 요구해 온 것이다. 수협 직원들이 공사장에서 주야로 보초를 섰고 폭력배들과의 마찰을 우려해 수원남부경찰서에 협조도 구했다.

천신만고 끝에 아파트는 무사히 건설됐고, 수협은 위기를 극복했다. 공사 부도와 재개 과정에서 시행사가 아닌 수협이 주도적으로 나서 해결책을 강구한 것은 역사에 남을 일이라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직원들에게 진 빚은 지난해까지 상여금 형태로 모두 갚았다.

지난 2015년 경기남부수협은 경기 화성시 남양읍 신청사로 본점을 이전했다.

수협의 미래는 경제사업 육성

지난해 2017년, 경기남부수협은 설립 이래 최고의 성과를 올렸다. 전체 매출 2조1,042억원 중 대출금은 9,098억원, 예탁금은 1조원를 돌파해 1조1,297억원을 기록했다. 만년 적자를 기록해 오던 경제사업에서도 궁평항사업소, 수원사업소, 평택항사업소가 흑자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탄탄해 보이는 경영실적의 이면에는 상대적으로 경제사업의 비중이 적다는 약점이 있다. 경기남부수협의 경제사업 포지션은 전체매출의 3.5%에 그치고 있다. 목표는 1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금융환경에 따라 항상 긴장을 해야 하는 상호금융과는 달리 경제사업은 원가이상의 수익이 보장된 사업 분야라는 설명이다. 안정성 있는 수익구조 창출이 가능한 것이다.

“수협의 정체성은 어업인이고 수산업입니다. 과거 어업이 활황일 때는 경제사업이 주가 됐으나 수산업의 여건변화와 금융시장 변화로 상호금융사업 확장에 비중을 두어온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해 경기남부수협은 해양수산부의 ‘수산식품산업거점단지조성사업’ 공모에 당선됐다. 이 사업은 국고보조금 135억원에 수협 투자금 56억을 더해 마른김 공장, 조미김 공장, 김연구·홍보센터를 건설 및 운영하는 사업이다. 김 가공단지가 들어서면 경기 양식어가에서 생산한 맛좋은 김을 직접 수매해 가공·유통할 수 있다. 김 시장은 1조원이 넘는 단일품목으로는 큰 시장이다.

경기도 김 양식은 역사는 짧지만 풍부한 영양염류를 가진 담수와 해수의 원활한 소통으로 김 가공업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선호를 보이고 있다. 

이런 맛 좋은 경기 김은 경기남부수협이 위판시스템을 마련하기 전까지 유통업자들에 의해 휘둘려왔다. 같은 날에 생산된 김이라도 위판에 따라 2만원~20만원까지 가격은 천차만별. 정확한 단가를 모르니 수천만원씩 손해를 보면서도 경기 어업인들은 저항도 할 수 없었다. 경기남부수협은 위판시스템을 통해 김 가격을 바로잡고, 어업인들에게 족쇄로 작용해온 출하선급금도 정리할 수 있게 도왔다.

“양식어민들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어업인들이 행복해 보입니다. 살림이 윤택해졌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수협은 화성시와 사업에 대한 적극적 협조와 ‘마음다海’김 상표권을 사용할 수 있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조미김을 사전 외주 제작·판매해 향후 생산될 ‘마음다海’김에 대한 사전 홍보 활동을 하고 있으며, 미국, 중국과수출 업무협약을 이뤄냈다.

 

기초가 튼튼해야 산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시간이다. 조성원 조합장은 취임 이후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묻는 질문에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에 따른 경영난으로 어쩔 수 없이 17명을 구조조정 해야만 했던 상황을 언급했다.

“어쩔 수 없이 희망퇴직자를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말이야 희망퇴직이지만, 직장을 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선배들의 용퇴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항상 죄송하고, 고마운 마음입니다.”

현재 경기남부수협의 직원복지, 급여는 전국 최상위 수준이다. 그런데 조합장은 요즘 직원들 눈치를 본다. 아니 직원들의 면면을 유심히 살핀다. 직원이 살아야 조합이 산다며, 직원들도 자긍심을 가지려면 노력한 만큼 보상이 주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대민지원사업의 하나로 추진 중인 '평택지선 해안가 청소'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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