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주도 수산 GSP(골든시드프로젝트), 목표 수정 필요
수출주도 수산 GSP(골든시드프로젝트), 목표 수정 필요
  • 변인수 기자
  • 승인 2018.07.0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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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현실 모르는 성과 지향적 과제…현실성 없는 탁상행정의 전형

[현대해양 변인수 기자]  바야흐로 종자전쟁 시대에 직면했다. 우리 정부도 지난 2012년부터 2021년 까지 9년간 약 5,000억원을 투입해 골든시드프로젝트(이하 GSP) 사업을 운영해오고 있다. 총 748억 원이 투자되는 수산종자사업의 연구개발 품목은 4품종으로 해외 수출이 목적인  ‘넙치’, ‘바리과’, ‘전복’, 수입을 대체해 국내 품종을 보호할 목적으로 연구개발 중인 ‘김’이 있다. 

그런데 수산 GSP 사업의 목표설정에 현실성이 결여됐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사업기획 단계부터 수산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상태에서 목표설정이 이뤄져 수행단계에서 현실적 모순과 맞닥뜨리게 됐다는 주장이다.

전문가, 수산 GSP 목표 전면 재수정 돼야

골든시드프로젝트는 우수한 종자를 만들고, 산업화함으로써 종자강국으로 거듭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 사업은 일반적인 연구개발 사업과는 다르게 연구개발은 물론 수출을 통한 수익창출의 사업성격을 띠고 있다. R&BD(Research and Business Development) 즉, 사업화연계기술개발사업이다.

GSP 전체 수출 목표는 2억 달러, 그 중 수산종자수출액 목표는 2021년 누계 기준 5,600만 달러다. 이중 전복이 3,000만 달러, 바리과 1,150만 달러, 넙치가 1,000만 달러, 김이 450만 달러를 차지한다. 지난해 수산 GSP 수출실적은 성과지표 대비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같은 사업실적은 국회의원과 국회예산처를 비롯한 평가·감독기관의 지적 대상이 돼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산 GSP 사업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 사업의 목표 및 방향이 수출에서 내수로 전면 재수정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좋은 종자를 국내에 먼저 보급해야 한다는 양식어업인 단체들의 주장과도 맞닿아 있다.

 

수산 현실감각이 결여된 GSP 위원회

수산 GSP 사업이 난항을 겪는 이유는 수산의 상황을 무시하고 농업의 잣대를 적용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식물 종자산업은 오랜 연구기간과 국제적으로도 배타적이용권리가 인정돼 이미 산업화 기반이 형성됐기 때문에 불임화기술 등을 바탕으로 수출이 가능한 단계였지만, 수산의 상황은 달랐다.

한 사업참여 관계자는 “GSP 사업은 해양수산부가 독립 부처가 되기 전인 지난 2012년 농림수산식품부에 의해 착수됐다. 사업 착수 당시 수산은 종자산업에 대한 체계적 연구가 전무한 시점이었다”며, “당시 수산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농업 중심으로 사업시행이 이뤄진 결과”라고 밝혔다.

또다른 해양수산 관계자는 전복수출목표 3,000만 달러에 대해 "GSP 위원회는 중국의 전복 종자 생산량을 40억 마리로 가정하고, 종자 한 마리 가격을 한화 200원 정도로 산정해 중국 전체 종자 시장의 5~10%만 잠식해도 3,000만 달러를 달성할 수 있다는 단순 주먹구구식 판단에서 목표를 설정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위원회의 목표 책정은 뚜렷한 모순을 갖게 된다. 현재 국내 전복 종자 가격은 마리 당 약 300원으로 중국보다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가격을 깎아 수출할 이유도 없지만, 운송비까지 생각하면 더욱 경쟁력은 약화된다.

 

대책 없는 수출강요, 물류비용이 더 높을 수도

전복은 우리나라 패류양식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품목이다. GSP 사업에서도 전복의 수출목표는 전체 금액의 절반이상을 차지한다. 수산종자사업단은 양성기간이 비교적 긴 전복이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우수품종 가계사육관리기술을 개발했고, 성장 속도도 향상시켰다.

전복양식어업인 단체와 양식 학계는 좋은 종자를 국내 어업인들에게 먼저 보급하지 않고 불임화 기술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시점에서 경쟁국인 중국이나 일본에 수출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행정이고, 나아가 매국행위와도 다를 바 없다고 항의하고 있다.

아울러 비싼 수송비로 인한 수출 경쟁력이 제로에 가깝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복 등 수산 종자는 물과 함께 운송하거나 특수한 운송방법이 필요하기 때문에 종자의 장거리 운송에 종자 생산비와 맞먹는 비용이 들게 된다. 전복 종자의 해외 수출을 위해서는 장기간(수일에서 수십일)의 수송이 필요하고, 비싼 항공이나 활어용 컨테이너 외에 장기간 전복 종자를 살려서 수송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렇게 되면 수송비가 전복 값보다 비싸지게 되고 가격 경쟁력이 사라지게 된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것이다.

또, 수출 시 대상국의 이식승인 절차가 필요하며 검역, 통관 등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전복 종자를 수입하려는 외국 회사(무역회사 또는 양식회사)를 찾기도 힘들다.

이렇게 되면 어렵게 개발한 전복종자의 국제경쟁력은 둘째 치더라도 GSP사업의 타당성과 명분마저 의심스럽게 된다. 수출목표 책정의 근거, 비현실적 물류비용, 수송방법의 문제 등에 대해서는 위원회의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GSP 사업은 농림부, 해수부 등 정부 4개 부·청이 사업비를 출연하고, GSP 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하 농기평)이 각 분야별 사업단을 관할하는 구조다. 사업의 기획 주체인 GSP 운영위원회는 사업 추진 및 운영에 관한 주요사항을 심의하고 중장기 사업계획을 세우는 역할로 농업생명정책관(위원장), 부·청 정책담당 과장, 민간전문가, GSP 운영지원센터장 등 20인 내외로 구성된다. 

 

소 한세대 1.5년, 전복은 3~4년

다음은 생육기간 등 품종의 고유 특성도 무시된 채 사업이 추진됐다는 견해다. 

또다른 사업 참여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종자는 어느 순간 갑자기 개량되는 것이 아니다. 전복은 한 세대가 소보다 길다. 소는 1년 반이면 새끼를 낳는데 전복은 3~4년 소요된다.  전체 9년 사업수행기간 가운데 이제 6년차에 접어들었으니 전복 세대로는 2세대도 채 지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기획단계부터 농기평에 누누이 문제점을 이야기했고, 국내에 보급해 양식어가에서 키워가면서 효과를 증명하자고도 했으나 수출목표에만 매진하라는 일관된 답변만 돌아왔다. 농기평 실무자들은 공감을 보이고 있으나 실무자 선에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국회도 알고 있으나 누구 하나 나서서 책임지고 바꾸려 하는 사람이 없다.”

이에 대해 명정인 국립수산과학원 전략양식부장은 "현재 수산종자기술은 개발단계에 있다"라며, "GSP 사업은 기획 단계부터 수출 일변도의 목표 달성만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예견됐던 문제다. 지금은 첫 단추부터 새로 맞춰가야 하는 상황이다. 수출 이전에 국내 보급을 통해 검증을 거쳐야 함에도 대책 없는 수출만 강요한다는 것은 넌센스다"라고 말했다.

 

바리과, 기술력 갖춰…성어 수출로 고부가가치 창출해야

상황은 바리과도 다르지 않다. 열대성 어종인 바리과지만 우리나라는 종자 부문에서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GSP로 개발한 바리과 신품종 종자 6만마리를 바리과 양식 종주국 대만에 수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바리과 분야의 성공은 35년간 종자산업에 매진해온 전남 무안 청솔수산 윤낙진 대표같은 베테랑 양식업체가 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정작 윤 대표 본인은 GSP 사업에 비판적이다.

“수산종자 산업의 발전과 함께 해보고 싶었던 중국으로의 바리 종자 수출을 이루어 보고자 협력하고는 있으나 이 프로젝트를 피하고 싶은 심정이다. 기술력에 비해 국내 여건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중국과 12억을 계약한 이후 사드배치 문제가 터졌고, 허가를 기다리다가 종자가 전량 폐사했다. 기름값, 전기세 등 3억5,000만원의 손해를 입었으나 돈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종자를 생산해도 안 팔리면 생산자가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윤 대표는 좋은 수산종자를 국내에 보급해 성어로 키워 중국시장에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도 바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중국에서도 대중어종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바리가격이 오르는 시점이다. 키워서 중국이나 대만에 성어를 수출해야 한다. 성어수출은 종자 시장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고부가가치 시장이다. 국내 양식어가 보급이 시급하다.”

전복 치패 양식장

 

 

국회예산정책처, “낙관적 목표설계 검토 필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해양수산부도 좌시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 됐다.

양식산업과 한지용 사무관은 “현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농림부, 과기부, 기재부 등과 협의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사업의 성과목표를 변경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며, “수산종자사업단, 사업수행업체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 가겠다”고 답했다.

난항을 겪고 있는 수산 GSP. 사업 수행자들은 난관에 봉착했고, 사업의 주관부서인 정부부처는 목표달성만을 종용하는 상황이다. 어디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지난해 10월 국회예산정책처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산안 분석에서 "GSP 골든시드프로젝트 1단계(2012년부터 2016년 까지)의 수출목표 달성이 목표 대비 12.3%에 그치므로, 성과 도출을 위해 사업을 철저히 수행하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업시행주체인 농기평은 1단계 수출부진 사유로서 △기본적인 육종기반 연구기간이 필요한 점 △현지적응성 시험 등에 시간이 필요한 점 △어류의 경우 세대관리에 다년간의 시간이 소요되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국회예산처는 농기평의 해명에 대해 “이러한 사유는 연구개발 중 예외적으로 발생한 돌발적 변수가 아니라 골든시드프로젝트 출범 시 일반적인 종자개발의 관점에서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내용이라는 점에서, 농기평의 설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동 사업 출범의 타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관계부처 기관 및 농기평의 목표 설계가 낙관적으로 이뤄진 면이 없는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위와 같은 국회예산처의 분석은 표면적으로는 미흡한 사업결과에 대한 질타로 보인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설계가 낙관적으로 이루어진 면에 대해 지적하고 면밀한 분석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이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타 사업의 사업목표 설정 시에는 이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책임지고 수산 GSP 독립시켜야"

이 분야의 전문가인 최상덕 전남대 수산해양대학장에게 현 사태의 돌파구는 없는지 자문을 구했다.

“사업이 논문을 위한 연구개발인지, 수출을 통한 산업화인지, 명확한 목표설정에 따른 사업구분이 필요하다. 농업 종자산업의 잣대로 수산 상황을 적용해선 안 된다.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상황에서 수산종자사업단을 비롯한 사업수행자들만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는 사업 목표의 재설정과 수산종자사업의 분리·독립이 필요하다. 수산종자산업의 발전을 위해 누군가는 무거운 책임을 져야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수산계의 큰 형님을 자처해 GSP사업에서 수산종자사업을 독립시켜 방향설정을 새로이 하고 수산종자산업의 경쟁력을 키워가야 한다.”

정부 주도로 실시되는 프로젝트의 목표 및 방향을 수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세계 각국은 이미 종자전쟁 시대에 돌입했다. 종자산업은 식량안보의 근간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분야다. 이토록 중요한 사업이 실행단계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면, 처음 목표설정 단계부터 누락된 면은 없는지 다시 살펴 사업이 순항할 수 있게끔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견해다. 

GSP위원회의 향후 대책에 업계와 국민들이 관심이 쏠리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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