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살이 교육’ 귀어학교에 대한 斷想
‘어촌살이 교육’ 귀어학교에 대한 斷想
  • 김영호 기자
  • 승인 2018.07.02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막연한 ‘장밋빛 환상’에서 벗어나 ‘인생2막’에 대한 철저한 신념으로 무장해야
김영호 현대해양 편집국장

지난달 22일 우리나라 최초의 귀어학교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개설됐다.

어촌에 정착하기 위해 입학한 이들 귀어 희망자들은 앞으로 경상대 해양과학대내 기숙사 등에 거주하면서 약 2개월 동안 어선어업·양식어업 등 체계적인 현장 중심의 어업기술교육을 통해 제2의 인생출발을 도모케 된다.

현재 우리 어촌은 65세 이상 노령인구의 비율이 30%를 넘어서 이런 추세라면 어업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10년 후면 일손 부족으로 존립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반면에 아이러니하게 지난해 꾸준한 수산물 소비와 해양레저관광 인기 등에 힘입어 어업가구 평균 소득은 4,900만원으로 도시가구 소득의 80%까지 육박하고, 40대 이하 어업인들의 평균소득은 9,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높아져 이제 어촌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도시민이 어촌에 이주할 수 있도록 창업 및 주택구입에 필요한 자금을 융자 지원해주고, 청년어업인의 어촌정착 지원을 위해 3년 동안 매월 100만원씩 정착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 오고 있다.

고령화시대를 맞아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는 어촌으로의 회귀는 어쩌면 당연한 시대적 수순이요 숙명적 귀결일지도 모른다.

특히 고달프고 각박한 도시생활에 찌들면서 바다에 대한 남다른 로망을 꿈꿔온 60세 안팎의 베이비붐세대들에게 어촌살이 도전은 그야말로 인생 후반전의 절묘한 교체타이밍이자 거부할 수없는 치명적(?) 유혹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불과 10여년 혹은 20여년전 외환금융위기와 IMF사태때 자의반타의반으로 실직 혹은 퇴직당한후 너도나도 치킨점.편의점,커피점 등 ‘묻지마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마침내 퇴직금 등을 다 날린뒤 나홀로 농촌으로 내려가야만 했던 풍경이 불현듯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 이후 인생의 벼랑끝에서 재기를 향한 강한 의지로 ‘부농의 꿈’을 이룬 성공사례 못지않게 무모하게 인생역전을 꿈꾸다가 결국 혹독한 자연의 순리 앞에 또한번 참담함을 맛보며 한탄과 후회로 밤을 지새우는 귀농 실패사례 또한 심심찮게 보게 된다.

아무런 준비없이 막연한 낭만과 추억에 휩싸여 마치 한방의 ‘로또대박’을 꿈꾸듯이 선택한 귀어와 귀촌은 또한번의 실패와 좌절감을 안겨주는 독배일 수 밖에 없는 만큼 장밋빛 과대망상은 그야말로 절대 금물이다.

이제 귀어학교는 더이상 갈곳이 없는 고령자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노인대학이나 애틋한 고향의 향수를 달래주는 영혼의 안식처 쯤으로 미화될게 아니라 과거의 트라우마를 딛고 일어나 나머지 인생 절반만큼은 결코 회한에 사무치지않으리라 다짐하며 신중히 선택해야 할 새로운 삶의 터전이자 마지막 전쟁터임을 통렬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보다 나은 미래를 반드시 이루고 말겠다는 결연함과 간절함으로 철저히 무장된 귀어학교에서는 예의 농촌에서 들려오는 애달픈 '망향가'가 들려오지 않게되기를 조용히 기원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