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자원연구센터를 가다
[기획]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자원연구센터를 가다
  • 변인수 기자
  • 승인 2018.06.1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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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수산자원 조사연구의 거점기지로 수산부국 실현, 과학적 조사연구의 산실

[현대해양 변인수 기자]  등잔 밑이 어둡다. 

우리나라는 해양수산 선진국이라 자부하고 있지만, 바다자원에 대한 조사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정부는 그동안 수산자원에 대한 해역별·어종별 심층적자원조사 부재로 국가차원의 거시적 자원관리가 미흡하다는 인식을 갖고, 수산조사 인프라를 확대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지난해 해양수산부(장관 김영춘), 국립수산과학원(원장 서장우), 경상대 해양과학대학(학장 김무찬)은 힘을 모아 지난해 통영 경상대 부지에 수산자원연구센터(센터장 임양재)를 건립하기에 이른다. 소요예산은 150억원. 전액국비로 건립됐지만, 부지는 경상대학교가 무상으로 대여했다.

조사선박 접안시설은 경상남도와 통영시가 맡고 있다. 정부, 지자체, 학계가 조속한 수산자원연구·조사 인프라 구축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한 몸 한 뜻으로 추진한 결과다.

▲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자원연구센터 전경

수산자원 조사연구 인프라 확대

수산자원연구센터는 우리나라 배타적경제수역(EEZ) 및 주변국과 인접한 해역에서의 수산자원 조사 업무를 전담한다. 센터의 업무는 근해 및 인접국간 경계해역에 대한 직접자원조사, 수산자원의 동태와 생물·생태에 관한 조사연구, 이를 바탕으로 한 수산자원 빅데이터 확보 및 활용 연구로 분류된다.

“자원의 변동에 대한 데이터를 제시해 정책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미국 등은 축적된 몇 십년 데이터로 자원을 관리합니다. 그래서 최근 베링해 명태량이 늘어났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TAC 적용 등 정확한 정책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2년차에 접어든 지금은 초기 정착단계로 수산자원조사 인프라를 확대하고 자원조사 체계를 만들어 가는데 주력하는 단계다.

“초기 정착단계에서 인프라가 잘 구축되고, 표준화된 지침서가 완료되면 다음 단계는 본격적인 입체적 수산자원조사 수행입니다. 실전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발로 뛰는 현장통, 임양재 센터장 

통영 경상대 해양과학대학 정문에 들어서면 바로 오른 편에서 센터를 찾을 수 있다. 대학과는 든든한 파트너 관계로 협업을 통해 연구 효율도 높이고 있다.

“경상대 해양과학대학장님은 수산업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남다르신 분입니다. 공동세미나, 공동과제발표, 첨단장비공동이용 등 대학과 긴밀한 협조체제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시너지효과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임양재 센터장

지난해 개청식 이후 초대 리더로 부임한 임양재 센터장은 삼십년 가까이 현장을 누비며 조사업무에 전념한 수산자원조사 전문가로 국립수산과학원 내에서 현장통으로 통한다.

“센터장 부임 이전에는 꽃게, 흑산도 홍어, 새우류 등 주로 서해지역 어종을 연구했습니다. 출장일수가 일년에 이백일을 넘은 적도 있습니다. 서해의 많은 섬을 발로 뛰다보니 국가적인 자원조사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죠. 이후 각계에 수산자원을 통합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연구센터 건립의 필요성을 주창해 왔습니다.”

삼십년 가까이 현장에 근무하는 동안 에피소드도 수 없이 많다.

“결혼식 일주일 전, 서해 어청도에 출장일정이 잡혔습니다. 고민 끝에 다녀오기로 하고 출장을 떠났습니다. 업무를 마무리하고 섬을 나오려고 하자 갑자기 호우주의보가 떨어져 모든 여객선의 발이 묶여버렸죠. 결혼식을 이틀 남겨두고 발을 동동 구르다가 마침 위급한 환자가 발생해 긴급후송 병원선을 타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결혼도 못할뻔한 아찔한 경험이었죠.”


전문연구인력 확충이 절실

센터 직원은 현재 센터장을 포함한 연구원 8명, 인턴 및 연구보조까지 총 30명의 식구가 전부다. 

“전문연구인력 확충이 가장 시급한 문제입니다. 연구원은 저 포함해서 8명인데, 막중한 업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합니다. 지금 수준으로는 한사람 당 년 100일 이상 배를 타야 합니다. 연구원 확충을 위해 노력은 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은 이정도 규모의 기관에 연구원만 몇십명, 체계적인 업무 분장으로 효율이 높다. 프랑스의 경우 EU에 속해있으나 자기나라 수역을 조사할 때는 외국 사람을 일체 배제시키고 자체적으로 조사할 정도로 자원조사에 대한 중요성은 크다.

부족한 인원이지만, 조사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에 쉴 틈이 없다는 센터 연구원들. 기자가 센터를 방문할시 연구원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으며, 사무실은 일부 내근 직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리를 비웠다.

 

조사선 추가확보, 본격적 조사임무 착수

“지금 한일어업협정 결렬로 인해 우리 선망업계가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아직은 전반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있기는 하나 정밀분석은 어려운 단계입니다. 몇십년 전부터 데이터가 축적돼 있었더라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도 있는 부분인데 안타깝습니다.”

▲ 조사선 탐구 21호

“조사는 전반적으로 전체 어종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중 국가관리대상 45종이 주요 대상입니다. 올해까지는 전반적으로 모든 어종에 관한 조사를 실시해보고 조사계획을 마련한 후 내년부터는 그 중 중요하고 급한 자원을 중심으로 설계해서 시행할 예정입니다.” 

센터는 연근해 75개 해구를 대상으로 한 봄, 가을 EEZ저층트롤 조사, 137개 해구에 대한 계절별 난·자·치어 분포밀도조사를 년 6회 실시한다. 또, 중국 연구기관과 함께 잠정 조치수역에 대한 수산자원 공동조사 등도 실시하고 있다.

“이전부터 조사한 자료가 있다면 그를 토대로 할 수 있는데, 백지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시작해야 하는 막막함은 있습니다. 10년, 20년 하다보면 데이터 축적이 되어서 더욱 용이하고 정밀한 조사가 가능할 것입니다.”

 

수산부국실현, 과학적 조사·연구로 부터

지난달,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건조 중이던 1,400톤 조사선이 진수식을 가졌다는 것. 이로써 올 가을부터는 기존 두척을 포함에 조사선 3척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2020년까지 1,600톤급 한 척이 더 건조돼 총 4척의 조사선으로 연근해 바다를 누비며 조사임무를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과학적 조사체계 확립을 통한 수산부국 실현, 자원관리가 잘 되면 어어업인들의 소득도 유지가 되니까 궁극적으로는 어업인이 잘사는 것"이라고 임 센터장은 말했다. 

400년 전 충무공이 통영을 국토수호의 거점기지로 삼아 왜란을 극복했던 것처럼, 우리 수산업도 통영 수산자원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활기를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수산자원연구센터가 우리나라 수산자원조사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빨리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수산업계 및 국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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