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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관리어업, 시작부터 잘못됐다”취지 살리려면 어선어업이 중심돼야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8.06.11 09:32
  • 호수 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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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박종면 기자] 2001년 시행된 자율관리어업정책이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해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자율관리어업은 바다와 자원에 대해 주인을 정해줌으로써 스스로 관리하게 하고 지속 가능한 어업을 실현케 하는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수산업’과 ‘상생을 통한 어가소득의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수산자원의 이용 주체인 어업인이 자율적으로 공동체를 결성해 수산자원을 보존, 관리, 이용토록 하는 자율관리어업이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그럼에도 이처럼 좋은 취지의 정책이 올바로 정착되지 못 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시작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60% 이상이 활동부진 공동체

전국의 자율관리공동체는 1,170여 개, 등록 어업인은 약 7만 명. 이 중 82곳이 지난 3월 퇴출됐다. 정부가 칼을 빼든 것이다. 활동 부진 공동체 퇴출 기준은 최근 2년(2016~2017년)간 평가점수가 500점 미만인 공동체 중 개선 의지가 없는 공동체를 우선 퇴출대상 공동체로 선정했다. 퇴출대상 공동체 선정과정에서 이들 공동체에 소명 기회를 주고, 최종 퇴출공동체를 확정해 각 지자체에 통보했다.

이와 함께 최근 2년간 평가점수가 300점 미만인 공동체 중 퇴출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공동체는 맞춤형 컨설팅을 의무적으로 이수토록 하고, 활동실적 보고대상으로 별도 관리하는 ‘퇴출 유예제’를 적용했다. 이런 기준으로 퇴출이 유예된 공동체는 8곳. 즉 퇴출 되거나 퇴출이 유예된 공동체는 평가 대상 공동체 1,152곳 중 7.8%에 달한다. 활동부진 공동체라 할 수 있는 500점 미만 공동체는 무려 730여 곳(63%)에 이른다.

해수부는 퇴출 유예공동체 중 컨설턴트를 통한 교육을 거부하거나 활동 3년 연속 평가점수 700점 이상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에는 특별사업비를 회수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이처럼 퇴출되는 공동체가 있는 반면 퇴출이 유예되거나 활동이 부진한 공동체 또한 다수 존재하는 이유는 정책이 제대로 어업 현장에 적용되지 않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박사는 “20~30%는 잘 하고, 30%는 별 생각 없이 하는 곳이고, 나머지는 보통”이라고 진단했다. 60~70%가 보통이거나 부진하다는 뜻이다. 김호연 한국자율관리어업연합회장 또한 “500점 미만 공동체가 50%가 넘는다”고 밝혔다.

▲ 자율관리어업은 바다와 자원에 대해 주인을 정해줌으로써 스스로 관리하게 하고 지속 가능한 어업을 실현케 하는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인센티브로 유인했다?

그럼 시작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무엇을 의미할까. 류정곤 박사는 “처음부터 성공할 수 없는 공동체가 많이 있었다. 왜냐하면 평가 잘 받아 보조금 받으려고 접근하다 보니 돈 받고나서는 하고자 하는 사업들을 싹 없앤다. 정부 보조금 받으려고 출발했던 공동체는 거의 실패한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6년의 경우 우수공동체 90개소에 총 55억 원의 국비가 지원됐다. 그런데 이는 2015년 국고보조사업 운용평가 결과 자율관리어업 육성지원 타당성과 실효성의 기대가 없다는 사유로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좋다고 평가됨에 따라 이 해부터 예산이 축소된 것이다.

정부 스스로 예산의 비효율적 사용, 부실 공동체에 대한 관리 미흡 등에 대한 비판을 인정한 것이다. 정부가 깊숙이 개입해 육성사업비(인센티브)를 지급함으로써 ‘당근’ 역할을 했던 것. 당근이 줄자 의욕도 시들해지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류 박사는 “자율관리사업은 예산을 많이 투입할 사업이 아니다. 협력해서 자원관리 잘 하자는게 키포인트인데 정부에서 흥행을 위해 너무 많은 예산을 지원했다. 지금은 보조금이 줄고 있으니 신규 공동체가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유재학 연천내수면공동체 위원장(한국자율관리어업 경기도연합회장)은 자율관리어업 소식지(한국수산회 발행) 4월호 ‘자율관리어업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제언’ 제하의 기고문에서 “자율관리어업 육성사업비(인센티브)가 몇 년 사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어 참여 공동체의 활동의지가 저하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털어놨다.

자율관리어업전국지도자협의회 부회장 겸 충남지역협의회장을 지낸 양진목 태안 라향자율관리공동체 위원장은“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공동체 신청하는 곳이 많다”고 잘라 말했다.

또 이정삼 KMI 어업자원연구실장은 “자율관리어업은 어업협동관리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는데, 자율관리공동체가 정부의 (자금)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어장 청소 등 비교적 단순한 활동에 대해서는 활발히 실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어획량 및 어획노력량 조절 등 자원관리의 핵심과 관련된 활동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급했던 자율관리어업 육성사업비가 오히려 독이 됐다는 얘기다. 스트레스 해소한다며 피우기 시작했던 담배를 뒤늦게 끊으려니 각종 금단 현상이 일어나는 것과 흡사한 경우라는 것이다. 류 박사는 “처음부터 돈 주며 하는 사업을 하면 안 되는데 5억, 10억씩 지원해 취지가 퇴색됐다. 처음에 제도를 촉진한다는 측면에서는 이해가 되는데 그걸 10년 이상 끌어왔다”고 비판했다.

교육의 부재 혹은 부족

인센티브로 유혹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교육의 부재 혹은 부족이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가장 큰 문제는 리더의 문제라고 꼬집는다. 김호연 회장은 “자율관리어업이 잘 되는 곳의 공통점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단박에 “리더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리더의 성향이 어떠냐에 따라 활성화가 되고, 단합이 된다. 리더의 의욕, 의식이 관건이다”라고 피력했다.

또 류 박사는 “부진한 곳의 결정적 요인은 지도자다. 잘하던 곳도 지도자 바뀌면 왕창 무너지는 곳이 태반”이라고 강조했다. 양진목 위원장은 “(정책에) 안 따라주는 어촌계장이 많은데 그들 의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강찬순 태안 곰섬자율관리공동체 위원장은 곰섬어촌계가 우수공동체로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계원들이 잘 따라주어 그렇다”며 “자율관리공동체에서는 리더와 구성원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데 이를 굳건히 할 수 있는 것은 교육”이라고 단언했다.

권영환 양양수산공동체 위원장(강원도 자율관리연합회장) 또한 “자율관리어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효율적인 교육 방안의 모색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결국 자율관리어업 안착을 위해 사람, 즉 구성원 의식교육과 리더 양성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진단이다. 류 박사는 “자율관리어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인데 몇 사람의 지도자만 양성해서는 될 일이 아니고, 구성원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애초에 교육프로그램을 강조했었는데 안 이뤄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럼 교육은 누가 어떻게 해야 하나. 이 물음에 전문가들은 정부의 역할이라고 입을 모은다. 류 박사는 ‘자율관리어업학교(가칭)’ 개설을 제안했다.

그는 “자율관리어업학교를 개설해 수협중앙회가 컨트롤 타워가 되어 맞춤형 교육, 찾아가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이 많은분들이 부산이니 천안이니 교육한다고 오라하면 안 온다.

그러니까 직접 찾아가서 교육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예산이 많이 필요하다. 교육과 컨설팅, 이것이 정부가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이라고 본다”고 역설했다. 리더가 바뀌면 무너지는 병폐 막아야 제도 활성화를 위해 인센티브 지급에 몰입할 것이 아니라 어업인들의 인식전환과 리더십을 키우는 교육에 투자했어야 했는데 이를 놓친 게 아쉽다는 반응이다.

그렇다고 인센티브제가 부정적 기능만 한 것은 아니다. 동기를 부여하는데는 나름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재도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제사보다 제삿밥에 더 관심을 갖게 하는 역기능을 낳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김호연 회장은 “현장 중심의 교육이 늘면 아무래도 활성화가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정부에서 언제까지나 돈을 퍼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어민들 최고의 문제는 위원장 자질 문제도 있지만 어민들 의식도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잘 되던 곳도 책임자가 바뀌면서 망가지는 경우가 80%에 육박한다”고 토로했다.

유재학 연천내수면공동체 위원장(경기도연합회장)은 “자율관리어업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어업인들의 의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러 가지 공동체 활동에 참여할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자율관리어업은 궁극적으로 어촌사회 발전을 이끄는 ‘새어업운동’이라는 것을 잘 인식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맞춤형 현장교육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피력했다.

▲ 자율관리공동체가 자발적으로 불가사리 구제에 나섰다.

현재 컨설턴트 역부족

▲자율관리어업 활동일지

교육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의 대상과 질, 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지난 4월부터 활동이 부진한 공동체에 컨설턴트를 투입해 컨설팅을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역부족이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전국의 공동체를 소수의 컨설턴트가 지역을 나눠 담당하다보니 쉽게 지친다는 것. 김 회장은 “지역담당 컨설턴트는 15명 불과한데 이들이 전국 지도직 공무원 출신으로 부산·울산·마산을 비롯한 전국을 맡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 박사는 “수산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컨설턴트 역할은 너무 약하다. 인원도 적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율관리공동체 발전단계에 따라 컨설팅 내용이 달라지고 예산도 확보해야 되는데 지금 예산으로는 어림없다”고 잘라 말했다.

자율관리어업 중심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금처럼 마을어업이나 양식어업 위주가 아닌 어선어업 중심이어야 한다는 것. 류 박사는 자율관리어업의 중심이 자원관리인만큼 그 중심은 어선어업이 되어야 하는데 보조금 받을 수 있는 어선어업은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류 박사는 “어촌계에서 하는 마을어장사업은 공동으로 돈을 받을 수 있는데 어선어업은 그런 게 별로 없다. 그래서 노력도 적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어업별로, 자원별로 나눠서 자율관리를 해야 한다. 사실 20% 남짓되는 어선어업은 모델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마을어업 중심에서 어선어업 중심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범 자율관리공동체-경북붉은대게통발협회

자율적 TAC 준수 소득 증대로 이어져

경북붉은대게통발협회(협회장 김대경)는 어선어업 자율관리공동체 모범사례로 꼽힌다. 이 협회는 TAC(총허용어획량)제도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공동체다. 협회는 정해진 TAC 쿼터 안에서 대게를 어획하며, 그야말로 자율관리형 어업을 실현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정해진 양을 초과하지 않는데도 어업수익은 오히려 더 늘었다는 점. TAC 시행 전 붉은대게통발어업인들의 소득이 7억 원 정도였다면 지금은 그 두 배가 넘는다.

사실 처음에는 TAC 제도를 지키기 싫은 규제로 여기는 회원들이 많았다고. 그러다 차츰 이것이 자원관리를 위해 필요한 제도라는 것을 서로 공유하고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제도를 지키는 모범 공동체가 되었다는 것.

지난 2000년 설립된 협회는 전임 회장(이재길) 시절부터 회원사끼리 의기투합해 지속 가능한 수산업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이뤄가고 있다. 협회는 회원 권익보호와 소득증대를 위해 공동구매사업 등을 활성화하고 배당을 통해 이익을 배분한다.

또한 협회는 공동작업장을 마련해 통발어망 보수 작업을 돕고 어업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폐어구를 바다에 버리지 않는 것은 물론 다른 어선에서 버려진 폐어구도 가능한 한 수거함으로써 수산자원 보호와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종면 기자  frontie@hdh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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