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해가두리양식 5년의 전말(顚末)
외해가두리양식 5년의 전말(顚末)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11.10.06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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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비싼 뇌(腦)

친구한테서 얻어들은 재미있는 개그 한 편을 소개한다.

어떤 사람의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해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당장 이식을 하지 않
으면 생명이 위험할 정도였다.
의사는 환자 남편에게 말했다.
“대학교수의 뇌가 있습니다. 그런데 1,000만원입니다.”
“그게 제일 좋은 건가요?”
“아뇨. 제일 좋은 뇌는 국회의원의 뇌입니다. 교수 보다는 좀 비쌉니다.”
“비싼 이유가 뭡니까?”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이라 새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짓게 하는 유머다.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라고 할 수 있는 교수와 국회의원을 싸잡아 폄훼하는 아주 썰렁하면서도 씹을수록 맛이 나는 개그임에 틀림이 없다.
난센스 유머는 황당무계할수록 재미를 더하지만, 이 유머를 듣는 순간 우리 국민들이 정치권을 비하하는 정도가 이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자신을 양심적인 법학자라면서 무상복지 논란의 중심에 섰던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구속, 오세훈 시장의 사퇴, 그리고 한 달 뒤에 치러지는 서울시장선거의 이상한 판도를 바
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참으로 착잡하기만 하다.
여·야 정치권, 아니 대한민국의 정치권을 모조리 쓸어담은 무게 보다 안철수 교수 한 사람의 무게가 더 무겁고 막중하게만 느껴지는 우리나라 지식사회의 엄청난 편차가 서민들
의 심사를 더욱 헷갈리게 만든다.

18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흥행에 실패한 곡마단처럼, 그렇게 썰렁하게 끝이난다. 선량들의 관심은 온통 19대 총선으로 떠나버렸으니 무슨 이슈가 있겠으며, 무슨 자료가 손에 잡히겠는가. 농수산부 국정감사 역시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그렇게 흘러간다. 수산분야는 싱거운 양념처럼 아무런 이슈도 없이 재탕, 삼탕하면서 끝이 났다.
아까운 세금, 피 같은 돈을 써가면서 국회의원을 또 뽑아야 하는 절박한 순간이 반년 앞으로 다가왔다. 새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골라 놓은 국회의원의 뇌가 4년이 지나고도 또 다시 비싼 값에 팔려나가는 일이 발생할까봐 국민들은 전전긍긍한다는 사실을 저들은 아마도 모를 것이다. 골치 아픈 일에 신경을 쓰면 뇌를 상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탁상공론에 찌드는 외해가두리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06년 거문도에서 외해가두리양식업을 시작한 친구들이 있다. 한 친구는 서울공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수재로 초창기 IT업계를 주름잡던 성공한 사업가요, 또 다른 한 친구는 거제도 출신으로 서울 강남의 신사동 대로변에 벌집 형상을 한 아주 큰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재력가다. 공대 출신 친구는 우연한 기회에 외해가두리 양식시스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특허를 취득하게 되었고 양식시설물을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에 수출까지 할 정도로 해산어류 양식에 일가견을 가진 전문가가 되었다.
이들은 의기투합했다. 미국의 양식시스템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블루 레볼루션(Blue Revolution)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수산물의 종자개량, 사료와 백신 개발 등에 힘입어 수산물 수요의 대부분을 양식어업에서 조달할 수 있는 수산양식업의 혁명적 변화를 블루 레볼루션이라 일컫는다.>
그 당시만 해도 외해가두리양식업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완비되지 않아 수산업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 기업가가 양식면허를 취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은 온갖 지혜를 모아 편법을 찾아냈다. 현지 어민들의 협조를 얻어 영어조합법인을 어렵사리 설립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어려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비싼 시설물에 조피볼락 같은 값싼 어류를 양식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참돔, 능성어(일명, 다금바리), 농어, 감성돔, 돌돔 등을 키우기로 했다. 어부들을 동원하여 자연산 치어들을 사들이는 한편으로 인공부화에도 돈을 쏟아부었다. 인공부화 과정에서 기형어가 생산되는 문제도 자금력으로 커버
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사료가 문제였다. 생사료는 먹이지 않고 배합사료(EP사료)로만 키우기로 했다. 일본에서는 배합사료로만 키우는데 우리라고 못 할 것이 뭐냐는 생각으로 밀어부쳤다. 여기에도 자금력이 큰 힘을 발휘했다. 그러기를 5년. 약 20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되었다.
마지막 남은 문제가 바로 수송과 유통이었다. 3년간 키운 성어를 배로 실어나르고 또 다시 서울까지 수송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10개의 양식조에서 쏟아져 나오는 고급어종들을 어디서 어떻게 유통시키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피나는 노력 끝에 대형유통업체인 이마트에 활어를 공급하는데 성공한다. 완판(完販) 성공이다. 절반의 성공은 거두었지만, 5년이 지난 그 이후의 스토리가 더 극적이다.
빌딩을 가진 재력가가 몸져누웠다. 더 이상 이 업(業)을 지속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는 특허제공과 시설투자를 책임졌던 친구에게 모든 사업권을 넘겼다. 돈 한 푼 안받고…. 그 친구한테서 내게 연락이왔다. 통영이 어류양식의 메카이니 외해양식에 관심을 가진 사람을 물색해달라는 것이었다. 10개 조를 혼자서는 도저히 운영할 수가 없으니 임대료 형식의 관리비만 저렴하게 받고 같이 운영해 보자는 제의를 했다.
조합장까지 지냈던 후배를 만났다. 그간의 경위를 설명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후배는 내 친구들이 겪었던 문제점들, 즉 과도한 시설비문제, EP사료문제, 운송문제, 판로문제, 그리고 치어문제까지 외해가두리 양식업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한 가지도 빠뜨리지 않고 콕콕 짚어내는 것이 아닌가. 그 후배가 내게 해 준 말이 아직도 귓전을 맴돈다.
“형님, 생각 접으십시오. 나도 이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궁리만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양식어업의 결론이라는 말인가? 출하하기 전에 약물목욕에다 물 먹인 소처럼 배가 터지도록 생사료를 먹여 체중을 불려야만 하는 양식업자들의 서글픈 사연에 목이 탄다.
탁상 앞에 붙어 앉아 복지부동하는 수산관료들이여! 깨끗한 뇌(腦)만 팔아먹는 정치인들이여! 지금 당신들은 이 스토리에서 무엇을 느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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