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바다의 날’에 즈음하여
[특별기고] ‘바다의 날’에 즈음하여
  • 차진찬 모든해상 대표
  • 승인 2018.06.04 1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운재건' 기치 내세운 문재인 정부, 다시 기본으로 되돌아가야
▲차진찬 모든해상 대표

지난 5월 31일은 제23회 바다의 날이었다. 해양수산 관련산업의 중요성과 의의를 높이고 국민의 해양사상을 고취하면서 관계 종사자들의 노고를 위로할 목적으로 지난 1996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아마도 이때쯤으로 추정되는 통일신라시대 장보고 대사가 청해진을 설치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이날로 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전세계 해운 및 조선시장이 여전히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우리나라는 앞서 기술한 바다의 날 제정취지는 어느덧 사라지고 단순한 화주국가 혹은 선박발주 국가로 변해가는 처지가 아닌지 의문을 던지게 된다.

심지어 일부 해운조선분야 관련인들은 모든 공적인 행사에서 해운조선에 관한 언급자체를 아예 기피한다고 말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

어언 30여년 동안 해운회사 및 관련업계에 종사해온 한사람으로서 멀리서나마 느껴온 몇가지 심각한 상황들에 대해 감히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세계해운시장의 큰 흐름의 변화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너무 늦어 보인다. 일본을 비롯한 유럽 해운회사들은 이미 합병을 통한 몸집키우기로 항로를 과점하고 선박도 대형화를 이미 끝낸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금융권의 구조조정이라는 울타리에 묶여 이미 갖추고 있는 국내 1위의 한진해운마저 지키지 못한채 결국 굴욕적인 파산사태를 야기하고 말았다.

중국조차 수년전부터 이미 해운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정부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마당에 뒤늦게 한진해운 파산에 대해 누군가의 과오와 책임을 따지는 일은 어리석고 차마 언급하기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에 우리나라 지도자들의 해양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의 차이에 따라 해운항만정책이 우왕좌왕하면서 국가기간산업으로서의 미래지향적 관점에서의 정책 부재와 해운항만의 특수성을 간과한 채 단순한 기업 경영논리에 함몰된 금융정책이 마침내 한진해운 파산사태를 초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은 당시 한진해운의 부도처리는 결코 최선의 선택이 아니며 최소한 타 정기선사와의 합병 정도로 마무리 지어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더욱이 한진해운 파산사태가 결정되기전에 이의 부당성을 알리려는 해양수산부 주무 행정책임자들의 충심어린 노력과 역활은 거의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는 점은 지금까지도 입을 모아 한탄스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또 한가지 간과할 수 없는 점은 해운업의 특성에 대한 분야별 대처방식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해운업은 대부분 정기선과 부정기선으로 대별되는데 부정기선단은 짧은 기간에 복구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 반면, 정기선의 경우 거의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결코 한진해운을 파산사태로까지 몰고 가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정부 나름대로의 사전 분석과 협의가 있었겠지만 정기선의 경우 세계선단의 동맹가입 여부 및 그들과의 관계, 전세계에 설치돼 있는 수많은 터미널부두 및 물류시설에 대한 감안, 나아가 국내 수출입 물동량 등에 대한 고려없이 단순히 부정기선단의 해운회사처럼 처리한 것은 실로 어리석기 짝이 없다고 아니할 수 없다.

아울러 조선업의 경우 우왕좌왕 현상은 더욱 심하다. 국내 조선소간 과다경쟁으로 인한 저가 수주, 일부 조선소의 한계를 넘는 방만한 경영, 노조의 과도한 요구, 무조건적인 외주업체 운영으로 인한 기술력, 무계획적인 금융지원 등등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그야말로 상황 파악조차 힘들어 보인다.

해운재건을 기치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 여러 전문가들의 제언들이 마구 쏟아지고 있는 즈음에 이제 우리는 다시 기본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이다. 약 190여개에 달하는 중국 조선소들의 저가 공격이 명약관화한 이상 부가가치 높은 분야로의 신규 수주 및 업체별 기술력 확보가 유일한 타개책일 듯하다.

일본에 있는 지인에게 물었더니 현재 일본조선소들은 다도해인 일본 연근해 운항 신조선 수주가 기본적으로 확보됨으로써 나름대로 회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한다.

얼마전 다녀온 거제의 전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곳에서 각자의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묵묵히 일하는 선원들과 근로자들이 있기에 우리 해운과 조선의 앞날은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을 뼈속까지 해운·조선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안고 살아온 그들에게 다시한번 ‘한국해운조선 화이팅’을 외쳐본다.

글/ 차진찬 모든해상 대표(한국해양대학교 법학박사, 중재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