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대재앙은 오고 있는가 ?
기후변화의 대재앙은 오고 있는가 ?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08.10.30 15: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전 같으면 봄추위가 기승을 부릴 2월말인데 남녘땅에서는 벌써 꽃소식이 날아든다. 예년보다 10일 남짓 빠르게 화신(花信)이 북상한다는 보도를 접하면서도 왠지 마음 한구석에는 휑한 바람이 분다. 강추위, 폭설을 예고했던 기상청의 일기예보는 빗나가기 일쑤였다. 때 이른 황사(黃砂)에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후의 변화는 산업계에도 큰 변화와 충격을 준다. 기상변화에 민감한 농수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논산까지 올라온 딸기 주산단지가 경기도 여주, 양주까지 확산되고, 대구 사과는 강원도 영월사과로 그 명성을 뺏길 위기에 처해 있다. 서해안에서 가끔씩 잡히던 오징어가 이제는 서해안의 대표어종으로 자리매김을 했고, 남해안 명품멸치는 서해로 이동 중이다. 겨울철이면 명태로 파시(波市)를 이루던 동해안에는 명태가 없다. 저승사자처럼 성큼 성큼 다가오고 있는 기후변화의 재앙 앞에 속수무책으로 떨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애처롭다.

 

 산업혁명을 이끈 화석연료가 인류의 미래를 위협

 철학이든 신학(神學)이든 그 시작과 끝은 인간을 포함한 삼라만상(森羅萬象)의 존재와 소멸로 귀결된다. 이 우주는 어떻게 탄생하였으며, 인간은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것인가? 존재의 의미, 삶의 가치, 한걸음 더 나아가 영혼의 존재여부와 종말론(終末論)에 이르기 까지 종교와 신학은 끊임없이 사유(思惟)의 영역을 넓혀왔지만 어리석은 인간들은 물질만능에 도취된 채 스스로 파멸의 구렁텅이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는 생각에 자괴감(自愧感 )마저 느끼게 된다. 인류문명의 대전환점을 이룩한 산업혁명 이후로부터 현재의 고도산업화사회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훼손으로 인한 재앙 따위는 외면한 채 자원개발, 도시화, 산업화에 경쟁적으로 몰입해온 것이 사실이다.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선각자들이나 환경론자들의 우려는 경제논리, 개발논리에 파뭍히기 일쑤였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의 발명에서 시작된다. 바꾸어 말하면 증기기관을 움직이는 석탄의 대량 이용에서부터 산업혁명은 시작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 이후 석탄과 함께 석유, 천연가스 등 이른바 화석연료가 20세기 고도산업사회의 꽃을 피운 밑거름이 되었다. 그러나 인류의 불행은 바로 여기에서 부터 싹이 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고 여기서 파생되는 온갖 기상변화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최대의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세계경제 재편의 핵심변수로 등장한 온실가스

 유엔의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지난 1월초 기후변화에 관한 제4차 평가보고서를 발표했다. 지금처럼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경제, 사회구조가 지속된다면 21세기 말에는 지구의 평균온도가 최대 6.4도, 해수면은 64cm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지구의 평균기온이 3도 상승할 경우 아시아에서는 700만명 이상이 홍수 위험에 직면하게 되고, 세계적으로는 1억명 이상이 추가로 식량난에 빠지게 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태평양의 여러 섬나라는 물속에 잠긴다.

 우리 나라의 해안 저지대도 안전할 수가 없다. 폭염과 폭우가 빈발하고 엘니뇨현상에 따른 해수온도의 상승까지 겹쳐 농수산업은 생산품종의 변화와 더불어 엄청난 재해를 입게될 것이다. 이제 지구온난화 문제는 21세기 세계경제의 패턴(pattern)과 산업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 등장했다. 다시 말하자면 지구온난화의 주범(主犯)인 온실가스를 어떻게 관리하고 통제하느냐에 따라 국가경제의 운명이 뒤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27일 스위스에서 개최된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도 세계의 지도자들이 모여 지구의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논의할 정도로 이 문제가 21세기 최대의 화두(話頭)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2월 16일로 도쿄의정서가 발효된지 2주년을 맞았다. 유럽연합(EU)과 일본등 38개 선진 공업국가들이 모여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2% 줄이자는 것이 교토의정서의 핵심내용이다. 이에 따라 세계각국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있는 신(新)에너지 개발과 함께 탄소배출권을 사고 팔 수 있는 ‘탄소시장’ 설치를 본격화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규제를 위한 국제규범의 발판을 구축했다. 탄소가스 발생 1위 국가인 미국은 중국, 인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의 불참을 이유로 교토의정서 서명을 유보하고 있지만, 그리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외환위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2012년 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대상국가에서는 제외되어 있지만 2013년 부터는 국제사회로부터 집중적인 감시와 규제를 받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의 통계(2002년도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에너지 소비량 세계 10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9위(전세계 배출량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대로의 추세라면 2010년에는 세계 7위까지 올라선다는 전망이다. 1인당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9.48톤으로 일본과 서유럽국가들 보다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1990년부터 2002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무려 99.8%나 증가했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해양수산계에 닥칠 위기, 미리 대처해야

 세계는 지금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에너지, 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 문제를 국가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설정하고 있다. ‘신산업혁명’이라고 지칭할 정도로 새로운 에너지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EU국가들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30% 줄이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을 20%로 늘리고 수송연료의 10% 이상을 바이오(bio)연료로 대체한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미국의 부시대통령도 2017년까지 석유소비량을 20%까지 줄이고 석유의 연간소비량중 15%를 바이오에탄올(옥수수등에서 추출)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과제를 꾸준히 수행해 오고는 있지만 이들 국가에 비하면 극히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이나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세가지 요소인 경제개발, 사회발전, 그리고 환경보호를 통합시키고 증진시키는 필수전제조건임을 재삼 인식해야 할 것이다. 특히 수송연료와 어업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석유류 등 화석연료에만 의존하고 있는 우리 해양수산업계로서는 온실가스 배출규제 문제가 파국으로 치달을 정도로 일시에 밀어 닥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준비된 자(者)에게는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수수방관해 온 자(者)에게는 위기가 곧 재앙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명심해 주기 바란다.

 

2007년 4월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