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시장위원회는 서울시공사의 거수기”
“가락시장 시장위원회는 서울시공사의 거수기”
  • 변인수 기자
  • 승인 2018.05.31 22:2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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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내부·학계·정계, 공사의 전횡과 독단 지적

[현대해양 변인수 기자] 동양 최대 공영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이 법적 공방에 휩싸였다.

가락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이하 서울시공사)와 도매시장법인(이하 도매법인) 간의 상장예외품목(또는 비상장품목)을 둘러싼 소송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

수입바나나와 포장쪽파는 지난달 25일 서울행정법원에서 2차 변론을 거쳤고, 수입당근은 1심 판결에서 도매법인이 승소한 가운데, 공사가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공사와 도매법인 간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법적 공방까지 치닫게 된 원인을 두고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문제의 발단 상장예외품목

우리나라 농수산물은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에 따라 도매시장법인이 주관하는 경매를 거쳐 유통되는 것이 원칙이나 특수한 경우 농안법 시행규칙에 따라 상장예외품목으로 분류될 수 있다. 상장예외품목으로 분류되면 경매를 거치지 않고 생산자와 중도매인이 직접 거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상장예외품목 지정요건은 무엇일까? 이는 △반입물량 누적비율이 3%미만 품목 △취급 중도매인이 소수인 품목 △그 밖에 시장개설자가 매입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판단한 품목이다. 이 세 가지 조건은 상장예외품목을 결정하는 농안법 시행규칙 제27조 1, 2, 3호로 불리는데, 이중 3호는 지금까지도 그 법적 해석에 있어서 무한한 이슈를 불러일으켜 왔다.

 

키(Key)는 시장관리운영위원회

쉽게 말하자면 시장개설자의 판단이 상장예외품목 결정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품목을 지정하는 키를 쥐고 있는 곳이 공사가 운영하는 ‘시장관리운영위원회(이하 시장위원회)’다.

시장위원회는 도매시장의 거래제도 및 거래방법의 선택에 관한 사항 등 시장관리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다.

일련의 법적 다툼이 나타나면서 농림식품부가 지난 2월부터 유통주체들을 상대로 농안법 개정을 위한 의견청취과정을 거치고 있는 가운데, 개설자인 서울시공사의 지나친 유통단계 개입과 방만한 시장관리위원회 운영이 분쟁의 원인이라는 시장 내부의 목소리들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시장위원회의 한 위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 시장위원회 4기 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찬성과 반대를 외치는 학자들의 목소리가 분명했고, 위원 위촉의 분명한 기준과 행정의 연속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통 표결이 진행되면 찬반에 따라 거수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상장예외품목 관련해서는 보통 도매법인 측을 포함한 3~4명의 부정적 의견을 제외한 나머지는 찬성을 표하는 거수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기울어진 운동장

우선, 가락시장 내부에서는 시장위원회의 실질적 유통인 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공사가 의도적으로 시장위원회에 유통인을 배제시키고 있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공사 측은 “처음 위원회 시작 단계인 1기에 8명을 제외하고 2기부터는 6명을 꾸준히 유지해 왔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2015년 박현출 사장 취임 후 공사는 시장위원회 유통인 및 하역단체 대표 위원수를 운영내규를 통해 조정한데 이어 다시 2017년 11월 재조정했다. 운영내규 상 각 시장유통주체 별 유통인 및 하역단체 대표의 수는 각각 2010년 12명 이내에서, 2015년 8명 이내로 다시 2017년에는 6명 이내로 줄었다. 이마저도 하역단체대표 1인을 제외하면 유통인은 5명에 불과하다. 이중 도매법인은 둘, 중도매인이 셋이다.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장예외품목 관련 이슈에 있어서도 반대 입장에 선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의 비중이 다르다. 적어도 상장예외품목 지정 사안에 있어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 그룹 위원 수는 증가

서울시공사는 법인, 중도매인, 하역단체 등 시장 내 유통주체의 의견을 골고루 받아들여서 균형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런데 공사의 의견이나 주장을 옹호하는 사람들 중심으로 위촉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학자 및 전문가 그룹은 각각 초창기 3명에서, 2015년 이후 5명, 현재 7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공사 측은 “특별한 의도는 없다. 유통인, 소비자, 생산자, 학계의 의견을 모두 청취해야 하기 때문”이라 밝혔다.

시장 내외부 관계자들은 지난 2015년 5기 시장위원회를 거치면서, 전문가그룹 중에서도 도매시장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학자들이 보이지 않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전 시장위원회 위원이었던 한 학자는 “2015년 4기까지는 시장도매인제에 관한 찬반을 대표하는 학계의 전문가로 구성됐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5기부터는 찬성과 반대의 뚜렷한 성향을 보이던 학계 전문가들이 사라졌다”고 증언했다.

시장위원회 전문가 집단은 정확하고 예리한 시각으로 사안을 짚어내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 논의에 이르러야 한다. 그런데, 현재 위촉된 전문가들의 기준이 무엇인지 애매모호하고, 도매시장의 흐름 등을 이해하는 도매시장 전문가가 임명됐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시장위원회에는 도매시장을 제대로 아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도매시장 농수산물경제학, 거래문제, 시장도매인문제, 상장예외품목, 농업경제학, 농산물거래제도의 특성, 거래제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 산지와의 관계성에서 나타나는 문제 등 종합적인 분석을 통해 시장 내의 거래, 상장예외 문제가 다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연 현 시장위원회 내에 도매시장 문제를 짚어낼 수 있는 전문가가 몇 명이나 되느냐 하는 것이다”라며 시장위원회 운영 행태를 꼬집었다.

이어 “산지 농산물유통문제, 도매시장의 거래 및 유통현황 실태 등등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를 해온 사람들이 시장문제에 대해 발언할 수 있는 기회가 원천봉쇄됐다”고 말했다.

 

거수를 통한 의결방식

다음으로 시장위원회의 의결방식에 대한 지적이다. 관계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시장위원회가 전근대적 표결방식인 ‘거수’로 의결을 진행해 왔다는 것이다. 거수로 진행하게 되면, 공사에 또는 서로 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시장 내·외부에서 공사의 ‘갑질’이 표면화된 시점에서 참석한 유통인 대표들 및 위촉 유통전문가들은 눈치를 안 볼래야 안 볼 수 없는 입장이다.

시장위원회 운영내규에는 거수를 통해 결정한다는 규정이 없다. 물론 서울시 조례나 농안법에도 거수를 통해 결정한다는 내용이 없다.

시장 내부 관계자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무기명 투표방식으로 진행해도 공사가 원하는 결과가 도출될 것인데, 모두가 보는 앞에서 좌장이 거수 방식을 통해 사안을 결정한다는 것은 너무 잔인한 처사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다른 전임 위원은 “다 보는 앞에서 손을 들라고 하면 누가 명확히 의사를 표시할 수 있겠는가”라고 토로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국회의원이 지난해 8월 가락시장을 찾아 민생현장 간담회를 갖고,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갑질을 규탄하는 생산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 : 국제뉴스 양승관 기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횡포

서울시 농수산물도매시장조례 제42조 2항은 시장위원회의 구성인원에 대해 유통인 및 하역단체 대표 등을 ‘8인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구체화한 공사 시장위원회 운영내규 제3조 3항에 의하면 유통인 및 하역단체 대표는 ‘6명 이내’로 줄었다. 공사는 조례에 규정된 유통 및 하역단체 대표 위원수를 2명 줄였고, 대신 공사 직권으로 위촉할 수 있는 유통전문가를 3명으로 규정했다. 물론, 조항에는 ‘이내’라는 글귀가 있다.

공사가 자의적으로 조례에서 규정한 인원을 운영내규로 변경할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당연직과 위촉직을 임의로 규정할 수 있는 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공사는 운영내규에서 당연직을 8명, 위촉직을 12명으로 규정했다. 구체적으로 당연직 8명은 서울시 도시농업과장 1인, 공사 유통본부장 1인, 유통인 및 하역단체 대표 6인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유통인 및 하역단체 대표를 공사가 임의로 위촉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시장내부 유통인, 전·현직 시장위원회 위원들의 증언이다.

유통인 및 하역단체 6인은 실질적 시장운영의 주체로서 시장위원회에 대표자격으로 참석하는 사람들이다. 상식적으로 이들이 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그들 스스로 자발적 선출이나 내부 천거 절차를 밟아야 마땅하다. 당연직 위원들을 공사가 임의로 지정해 임명한다는 사실은 위원회 구성에 공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3, 4기 시장위원회 하역단체 대표을 맡았던 서울가락항운노조 정해덕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시 비상장품목지정과 시장도매인제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여러번 한 적 있다. 그랬더니 2015년 말 5기 위원회 구성과정에서 위원직에서 제외됐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다른 노조위원장으로 교체해버렸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추천 전문가 2인

당연직 위원들이 이렇다면 하물며 위촉직인 생산자단체(3명), 구매자단체(2명)는 그들의 내부적 의사를 거친 인물이 위원이 됐을지, 또는 어떤 절차로 위촉된 것인지에 대해 강한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아울러, 유통전문가 7인은 서울시의회 추천 2인, 서울시장 추천 2인, 공사 선임 3명이다.

서울시의회 추천인 2인에 대해서는 의회 담당자에게 유선으로 확인했으나 “기획경제위원 정례회의 때 어느 의원이 추천한 것으로 안다”고 말을 아꼈다.

서울시장 추천 2인에 대해서는 “행정업무 상 서울시장이 직접 추천하기는 힘들고, 서울시장의 재가를 받아 서울시청 도시농업과에서 추천하고 있다”며, “이력서는 제대로 보지 못했으나 유통 쪽 전문가로 알고 있다”고 서울시청 도시농업과 담당자는 밝혔다.

서울시장의 재가가 있었다면 행정상 문제가 없다고 볼 수도 있으나 만약, 공사에서 서울시로 역 추천절차를 밟았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믿을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공사가 복수의 위원을 서울시로 추천하고 도시농업과에서는 그 중 2명을 선별해 위촉하는 절차로 진행돼 왔다는 것.

이 말이 사실이라면 공사가 위임받은 권한이 어느 정도인지, 또 어떻게 위임되고 있는지 공개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상위 기관을 허수아비로 보고 공사가 전횡을 일삼고 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청에는 공사를 관리하는 인원이 2~3명뿐이며, 공사에서 파견한 1명의 직원이 상주한다. 반면, 공사 규모는 직원 300여 명에 자회사,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700~800명가량 될 것이라 추정되고 있다.

 

2015년 시장위원회 2년 임기가 11개월로

공사 운영내규로 지정된 위원 위촉기간 2년 임기가 파행을 빚기도 했다.

지난 2008년부터 지금까지 공사는 6번째 위원회를 구성, 운영해 오고 있다. 공사 운영내규에도 위원의 임기는 2년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사는 1~3기를 운영해 오는 동안 기본 2년의 임기를 지켜왔다. 그런데 2015년 공사는 4기 위원회를 단 11개월 만에 새로운 시장위원들로 구성해 버렸다. 이후 위원회는 2년 임기가 다시 제대로 지켜졌다.

과연 2015년도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에 대해 당시 공사 기획팀장은 “전 사장(이병호)의 임기가 2015년 2월까지였고, 신임 사장(박현출)은 4월부터 임기가 시작됐다”며, “전 사장이 다음 사장이 취임하면 그때 위원회를 구성했으면 한다는 요청이 있었다. 또, 지방선거가 치러지고 서울시의회에서 2명을 추천을 받아 구성하느라 늦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시장관리운영위원회 각 기수는 2년을 원칙으로 한다. 3기까지 2년씩 잘 운영돼 오던 위원회를 사장이 교체됐다고 해서 4기가 운영되고 있던 중간에 위원을 교체하고 5기를 출범시킨다는 것은 행정의 연속성 측면에서 납득하기 힘들뿐더러, 시장위원회 구성에 사장이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어디까지인가라는 의문을 갖게끔 한다.

또, 2015년에는 지방선거가 없었고, 지방선거는 2014년에 치러졌다. 전임 기획팀장의 착각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4기 시장운영회를 11개월 만에 닫아버린 것에 대한 해명이라고 보기엔 이해가 어렵고, 변명이라 보기엔 구차한 측면이 있다.

제6기 시장위원회는 올해 1월 1일 구성돼 운영해 오고 있다. 박현출 사장의 임기는 지난 4월로 만료상태다. 만약 공사 사장이 바뀌는대로 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된다는 논리라면, 이번 위원회도 2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제7기 시장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

 

박 사장 연임설…우려의 목소리 깊어

상장예외품목을 둘러싼 공사와 도매법인 간의 소송들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품목 지정의 키를 쥔 시장 내 최고 의사결정 기구라 할 수 있는 시장관리운영위원회가 방만하게 운영돼 왔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차기 사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

박현출 사장은 지난 4월로 임기가 끝났지만 어정쩡하게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6.13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유력한 서울시장 당선 후보로 꼽히면서, 사장 연임설이 탄력을 받고 있다. 이에 도매법인을 위시한 시장 내·외부 관계자들은 박 사장이 연임하게 되면, 지금과 같이 무분별한 비상장품목 지정과 독단적인 행정, 공사 직원의 ‘갑질’이 지속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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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오 2018-06-04 14:30:59
고생 많으십니다. 널리 소식이 전해져서, 좋은 방안이 나와야 할텐데요..

ㅇㅅㅊㄱ 2018-06-04 14:25:36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