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새 보금자리 기다리는 소래포구 어민들
[현장르포] 새 보금자리 기다리는 소래포구 어민들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8.05.17 1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복되는 재래시장 화재, 그만 걱정했으면...”

[현대해양 최정훈 기자]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어선이 드나들고 바닷 내음을 맡을 수 있는 어항인 소래포구. 몇 년 전 지하철 개통으로 접근성이 용이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소래포구역은 일제시대인 1937년 8월 5일 소래 · 남동 · 군자 등의 염전지대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수송하기 위해 소래역이라는 이름으로 개통됐다. 이후 염전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듦에 따라 소래역이 자리한 수인선 이용도 급감해 1994년 소래역이 폐지됐다.

수도권 전철인 수인선이 18년 후인 2012년 6월에 개통되면서 역 명칭이 소래포구역으로 변경됐다. 역에서 해안쪽으로 걸어서 5분 거리에는 소래포구 재래어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1960년대 문을 연 이 곳은 당일 어획한 새우, 꽃게, 홍어, 농어, 광어, 낚지 등을 근처 소래포구 위판장을 통해 공급받고, 건어물·젓갈로도 유명해 연간 500만 명이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 했다. 화재가 휩쓸고 간 소래포구 시장소래포구 재래어시장은 지난해 대형 화재사건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2017년 3월 18일 새벽1시 반쯤 어시장에 불이나 좌판과 점포 373곳 가운데 220여 곳이 전소됐다.

빼곡하게 널부러진 좌판·천막사이로 불길이 사방으로 거침없이 번지면서 재래시장 면적의 반 이상을 태우며 소방서 추산 최소 6억5,000만원의 피해를 발생시켰다. 주민들이 신속히 소방소에 알려 2시간 반 만인 새벽4시쯤 불길을 진압했고 영업이 끝난 시간이어서 상인·관광객 등 인명피 해는 없었다. 이른 아침 상인들은 시커먼 재 앞에서 가슴만 쓸어내려야 했다.

목격자들 중에는 한 천막 안에서 불꽃을 봤다는 사람도 있었고 이전부터 잔 고장이 났던 변압기에서 발화됐다는 사람도 있었다. 경찰은 CCTV에서 사고 발생당시 사람이 드나든 흔적이 없었고, 누전에 의한 화재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으나 정확한 화재원인은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 소래포구 재래시장 내 화재가 발생한 구역. 어시장 전체 3분의 2를 차지한다.

여전히 화재위험 산재해

소래포구 어시장은 지난 40여 년 동안 불에 타기 쉬운 비닐, 천막 등으로 된 가점포 시설로 운영돼 왔다. 무허가 좌판점포들이 지속적으로 들어서면서 주변에 전선이나 전기장치들이 복잡하게 얽혀져 갔다. 임시어시장에서 한 상인은 현재 재래어시장을 보며 “경관이 안 좋다. 화재사건 전에도 언제 불이 날지 몰라 불안하고 걱정이 된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재래어시장 상인들의 경우 하루 벌어먹고 사는 영세 상인들이 대부분이다. 화재이후 지자체에서 마련해준 임시어시장엔 사람들이 북적였지만 노후화되고 얽혀있는 전선과 곳곳에 불에 타기 쉬운 천막, 비닐, 각종 집기들은 여전 히 불안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소래포구 재래어시장은 화재로 오랫동안 몸살을 앓아왔다. 2010년 1월에 소래포구 어시장 화재사고가 일어나 좌판상점 25곳이 손해를 입었고, 2013년 2월에도 좌판상점 36곳이 피해를 입는 규모의 화재가 발생해 복구에만 12일이 걸렸다. 이번에는 220여 곳이 타는 대규모 화재가 일어났고 상인들은 1년이 넘게 안착하지 못하고 임시어시장에서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피해 상인들은 생업을 위해 근처 해오름공원에 좌판을 벌였으나 근처 아파트 주민들과 심한 마찰이 있었고, 상인들도 시장이 아닌 곳에서 영업한다는 것이 불안했다며 3개월만에 시장부근으로 돌아왔다.


현대화시설은 안전 최우선으로

소래선주상인조합 사무실에서는 상인·선주들이 모여 사업진행·홍보에 관해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정광철 소래선주상인조합장은 “지하철도 뚫리고 여건이 너무 좋다. 일사천리로 건물만 완공 된다면 다시 이곳에 활기가 찾아 올거라 확신한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침체된 상황인데 신속히 공사가 돼야한다”고 힘있는 목소리를 냈다.

지자체는 제2의 소래포구 어시장 전성기를 만들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부지는 지자체가 매입하고 상인들이 건물은 짓는 ‘기부채납방식’으로 어시장의 현대화사업이 추진된다고 한다.

조합 관계자는 “각출해야하는 비용은 신청만하면 수협에서 융자 받을 수 있어 상인들 불만은 없는 상태다”고 밝혔다. 최근 남동구는 원래국유지였던 화재가 발생한 어시장부지를 매입하고 오는 8월까지 지상 1층 4,353m2 규모에 347개의 좌판을 갖춘 시설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정 조합장은 “날짜로 봤을 때는 8월말이 넘어야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현장에 남은 폐기물을 빼내기 위한 도로를 만들기 위한 구상 중이고 그 도로는 소방도로로 쓰도록 할 예정이다”고 현장의 상황을 설명했다.

조합 관계자는 “조속한 시일 내에 시장을 개설했으면 한다. 원래 계획은 2층으로 올리려고 했는데 재래시장 특성성상 상인들이 2층을 기피하기 때문에 기존에 시장 돔으로 된 형식으로 330명의 상인과 구청이 절충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 회의중인 소래선주상인조합원들(가운데 정광철 소래선주상인조합장)

제2의 전성기를 준비하는 소래포구

소래포구역과 재래어시장 중간지점에는 이미 현대화가 이뤄진 종합어시장이 위치해 있다. 김학민 소래포구종합어시장 관리소장은 “구시장과 우리는 다른단체가 아닌 공동시설이라고 생각한다. 재래어시장이 침체되면 우리도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 관리소장은 “지금은 소래포구를 지자체에서 관리하지만 국가어항으로 변모하면 포구도 커지고 관광사업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해양수산부(장관 김영춘)은 소래포구항에 국비 650억여원을 투자해 접안시설 1,120m, 호안정비 295m, 수역준설33만m3 시설구축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한 어항부지 6만m2를 조성해 위판장, 어구보관장, 급수·급빙·급유 보급시설 등의 어항기능시설과 관광객 이용편의시설인 공원, 친수시설, 최신식 공용화장실 등을 통해 어항 이용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소래포구항 재개발일정은 내년께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되며 조사가 완료 되는데로 기본설계,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를 거쳐 이르면 2021년쯤 공사가 착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광철 소래포구상인선주조합장은 “재래어시장 현대화사업과 국가어항정책 등 상인들이 기대하는 바가 큰데 올해 새시장이 건축됐을때 손님맞이를 잘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를 펼칠 계획이다”며, “화재 흔적을 지워내고 공터가 조속한 시일 내에 새로운 보금자리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희망을 섞어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