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수산자원연구소, 낙동강 수산 생태복원의 첨병
부산시 수산자원연구소, 낙동강 수산 생태복원의 첨병
  • 변인수 기자
  • 승인 2018.05.17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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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부산시에서 운영하는 최초의 수산자원조성 전문기관으로 개소해 10년 노하우 축적

[현대해양 변인수 기자] 1,300만 영남인의 젖줄 낙동강. 태백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1,300리를 굽이쳐 흘러 남해 바다와 만나는 곳. 부산 지역은 예부터 비옥한 삼각주와 넓은 갯벌, 풍요로운 어장이 형성됐다.

그런데 지난 1987년 산업단지조성과 상수원확보를 명분으로 하굿둑이 건설되면서 지난날 비옥했던 생태계와 어장은 처참히 파괴됐다. 겨울철 을숙도를 찾던 무수한 철새들도 떠난지 오래. 최근 시민단체와 부산시, 정부는 낙동강 하구 생태계 복원을 위한 노력에 착수, 2025년까지 완전 수문개방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낙동강 하구 생태계의 부활을 누구보다 고대하면서, 수산생태계 복원을 차곡차곡 준비해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부산광역시 수산자원연구소 박영식 소장과 30여명의 연구사·직원들이다.

이번 연구소 탐방은 다가올 낙동강 생태복원 시대의 첨병, 부산광역시 수산자원연구소다. 풍요로운 부산 연안어장 조성의 수문장 수산자원연구소는 부산시에서 최초로 운영하는 수산자원연구 및 수산자원조성 전문기관으로 지난 2008년 12월 개소해 10년의 노하우를 축적한 중견 연구소다.

“부산 수산자원연구소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수산종자생산방류를 통한 부산연안의 수산자원조성입니다. 지난해까지 총 약 8,400만마리의 수산종자를 방류, 부산을 중심으로 한 남해안 연안의 수자원조성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벚꽃의 향기가 채 가시기 전, 꽃 알레르기로 고생이라는 박영식 소장은 연신 재채기를 하면서도 연구소 자랑할 때만큼은 눈빛을 빛냈다.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어업인 기술보급을 통한 수산전문인력 양성 및 수산 현장 서비스 제공입니다. 이 외에도 적조발생에 대한 즉각적인 예찰과 대응시스템 구축, 출하 전수산물 안전성 검사를 통해 부산시민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수산물 유통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는 낙동강하구 수산생물 체험학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근 신도시 거주민 뿐 아니라 부산시내, 창원에서도 연간 1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꾸준히 찾고 있는 복합생태학습장이며, 만족도 및 호응도도 매우 큽니다.”


35년 경력의 수산정책 전문가

지난해 7월에 부임, 연구소를 이끌게 된 박영식 소장은 1983년 공직에 입문해 35년간 수산직 공무만 전담해온 수산 정책·기획 전문가다. 연구소 부임 전에는 부산시청 수산자원과에서 수산기획팀장으로 근무하며 부산시 수산정책 및 예산업무를 관장해왔다. 최근 UN 산하 FAO 세계수산대학(WFU) 유치와 관련해서는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동 분서주 하며, 세계수산대학 시범사업을 이끌어 냈던 일등공신이다.

“FAO 사무총장 면담까지 하면서 외교 총력전을 펼쳤습니다. 국내 유치가 결정된 후에는 지자체 간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충남도, 제주도, 부산시가 최종 경합을 벌였는데, 제주도의 경우는 탐라대 부지 전체와 대학발전기금 100억을 내놓겠다 할 정도로 경쟁이 뜨거웠습니다. 결국 부산시에 최종 낙찰됐고 시범사업으로 출발하게 됐습니다. 해양수산 메카 부산에 국제기구가 들어선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집니다.”

당시를 회상하는 박소장의 얼굴에는 해양수산 수도, 부산의 자존심을 지켜냈다는 긍지가 가득했다. 부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해양수산으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제2의 도시라는 것. 350만의 수산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박소장의 포부는 남다르다.

“멸치와 미역으로 유명한 기장으로부터 청게, 보리새우로 유명한 강서 명지 낙동강 하류까지 폭넓은 수산자원을보유한 부산은 크고 작은 어촌계가 50개나 분포합니다. 우리 연구소의 역할은 신기술 연구·개발 보다는 부산 해역의특성에 맞는 실질적인 종자를 개발하고 생산해 내는 것입니다.”

▲ 부산청게(톱날 꽃게)는 연구소의 자랑이다.


연구소의 자랑, 부산청게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그리고 현재 유일하게 생산되고 있는 부산청게(톱날꽃게)는 부산수산자원연구소의 자랑거리다. 난류성 어종으로 청게는 해산 게류 중 유일한 양식품종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는 가장 중요한 수산자원 중 하나다. 바다에서 산란·부화해 자라면서 강 하구역 진흙지대로 이동하기 때문에 바다와 강물이 만나는 기수역에 주로 분포한다.

부산청게는 맛이 뛰어나 고가에 거래된다. 때문에 어가 소득에 톡톡히 기여하는 효자 품목이다. “수년간 총 100만 마리를 생산·방류했습니다. 초기에는 종자생산 난도가 높은 품종이라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보통 교미에서 부화까지 5~6개월 정도 걸리는데 알 생존율이 5% 정도밖에 되지 않아 애를 먹었습니다. 초기에는 년 5만미도 겨우 생산할 정도였으나 거듭된 연구개발을 거쳐 20~30만 마리까지도 생산, 방류할 수 있게 됐습니다.”

부산청게는 소매가격 4만5,000/kg 적용 시 15억원 이상의 직접적 지역경제 유발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까지 청게 조업인은 50명 내외에 불과했으나, 최근자원회복이 안정단계에 진입하면서 200명 이상이 조업에 종사하고 있다.


낙동강 수문개방과 부산수산의 생태복원

또 다른 핵심 품종으로는 보리새우가 있다. 과거 보리새우는 부산 강서·녹산 지역의 특산품이었다. 하지만 하구둑이 생기고, 가덕도 인근이 매립되면서 자원량이 대폭 감소한 품종이다.

“우리연구소에서 보리새우 종자생산을 시작하고 매년 수백만마리의 보리새우를 방류하게 되면서, 보리새우의 생산량이 극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2011년도 1.79톤에 불과하던 어획량이 2017년도에는 9.79톤까지 늘어났습니다.

▲ 연구소는 출하전 수산물 안전성검사를 통해 건강한 먹거리 유통에 기여하고 있다.

이에따라 1마리당 1만원 이상 호가하던 보리새우 가격도 2,500원~5,000원으로 안정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재첩은 섬진강이 유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낙동강 하구가 재첩이 가장 많이 잡히던 지역이었다. 1980년대만 해도 전국 생산량의 70% 이상을 부산에서 담당했다. 배를 타고 다니면서 강바닥에 지천으로 깔린 재첩을 긴 대나무 막대기 끝에 달린 갈고리로 긁어모을 정도였다고.

“부산시의 주요정책 중 하나인 낙동강 하굿둑 개방과 생태계 복원에 있어서도 우리 연구소의 역량을 기울일 때가됐습니다. 그 중 한 품목이 바로 재첩입니다. 낙동강에 재첩이 많이 나던 시절에는 명지, 하단에 재첩국, 찜, 회를 파는 가게가 성황을 이뤘는데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우리연구소는 그동안의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낙동재첩의 명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산자원조성, 어업인 간 동업자 의식부터

박소장은 어업인들의 의식변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부산의 연안은 그리 넓지 않은 공간입니다.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어업인들의 자발적인 노력 없이는 아무리 인위적 방류를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수산자원은 한계에 봉착할 것입니다. 어업인들 간 동업자 의식이 필요합니다. 내가 잡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잡는다는 생각이 아니라 우리 모두 작은 물고기를 잡지 않으면 우리 모두 큰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아울러 그는 현재까지 수산자원종자생산과 기술보급에 대한 업무를 추진해 왔으나, 성과에 비해 해야 할 과제가더 많이 남아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구소의 시설과 역량을 확충, 더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했다.“어업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어업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연구소가 되겠습니다. 부산시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연구소가 될 것입니다. 부산이라는 도시는 한국에만 머물러 있는 도시가 아닙니다. 향후 우 연구소도 세계와 미래를 바라보는 연구소가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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