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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공간계획법 제정 이후의 과제지속 가능한 해양공간 이용과 관리 위한 해양공간정보 필요
  • 최희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위원
  • 승인 2018.05.14 14:28
  • 호수 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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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희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위원

[현대해양] 해양은 육지와 더불어 지구 표면을 구성하는 공간이다. 육지는 사유지인데 비해 해양은 공유재에 속한다. 그러나 과도한 개발로 인한 환경 훼손, 보전과 개발 충돌,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나타나고 있으며, 그 빈도와 강도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공유재인 해양공간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현행 「연안관리법」은 지난 20년 동안 연안의 효율적 보전·이용 및 개발에 관한 근거 법으로 작용해 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 법만으로는 배타적 경제수역 등 전(全) 해양공간을 포괄하지 못하고, 또한 과학으로 평가하고 이행수단을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지난달 정부는 해양공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해양공간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해양공간계획법)을 제정했다.

「해양공간계획법」에 따라 우리나라가 관할권을 행사하는 광역 해양공간까지관리범위를 확대하고, 해양자원의 수요를 고려해 해양공간을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 법을 통해 해양공간의 선점식 이용에서 공간의 특성과 생태계 가치를 반영한 ‘선계획 후개발’로 해양공간관리의 일대 전환기를 맞이하게 됐다.


해양공간관리 패러다임 변화 필요

해양은 지구상 마지막 남은 프론티어로서 자원의 보고이자 중요한 식량공급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들어 해양의 자원 잠재력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크게 늘고 있는데, 해양이 경제활동의 주요무대가 된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급속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심해와 대양, 극지로까지 탐사 및 개발 가능성이 커졌고, 둘째, 인구 증가와 경제발전으로 자원 수요가 증가한 데 비해 육상 자원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셋째, 기후변화 대응에 해양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전 세계 해양의 자산가치를 24조 달러로 평가했다.( Hoegh-Guldberg, O. et al., 2015, Reviving the Ocean Economy: the case for action – 2015, WWF International, p.7) 유럽위원회(EC)가 개최한 해양공간계획 컨퍼런스(2017)에서는 만일 해양이‘하나의 국가’라면 경제규모가‘G7’에 상응할 것이라며, 해양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표현했다. 해양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해양을 이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크게 증가했고, 동시에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핼펀(Halpern) 등은 2013년 기준으로 전 세계 해양의 97.7%가 인간의 영향을 받고 있고, 66%는 지속적으로 영향이 누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지난 8 년간 해역이용협의(해역이용협의제도는 해양을 이용·개발하고자 하는 자가 사업을 착수하기 전에 해양 이용·개발 영향을 사전 예측·평가하여 해양수산부 장관과 협의하는 것임) 건수가 약 87%(2008년 1,363건→ 2017년 2,547건) 증가했다. 수산, 해상교통, 해수욕장 등 전통적인 이용과 더불어 해양에너지, 해양자원 등 새로운 개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이용-보전 간 갈등뿐만 아니라 이용행위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전 해역을 포괄하는 공간관리가 필요한 이유는 그동안의 해양관리 방식으로는 인류의 삶을 지속적으로 풍요롭게 할수 없기 때문이다. 해양생태계 훼손, 해양공간 개발 수요 증대, 갈등 심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해양공간에 이전과 달리 복잡하고 강한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해양을 지속 가능케 관리하는 데 있어 기존의 해양공간 관리방식이 점점 더 의문시 되고 있다. 해양활동이 해양환경, 해양태계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해양공간계획의 핵심 요소의 하나인 시·공간 할당 및 배치, 즉 장소 기반(place-based) 접근법은 지금까지 지배적이었던 부문별 관리보다 효과적이다.

세계 65개국 이상 해양공간계획 추진 중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이 있을까?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전 세계 해양국가는 해양공간계획(Marine Spatial Planning)에 주목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UNESCO IOC가 해양공간계획 개념, 원칙, 방법을 제시한 이래로 각국은 해양관리 여건과 특성에 따라 해양공간계획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현재 65개국 이상이 해양공간계획을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을 추진 중이다. 특히 EU는 해양공간계획을 EU 통합해양정책 및 청색성장(Blue economy)의 핵심요소로 인식해 2014년에 해양공간계획 지침을 마련하고, 회원국에 2021년까지 계획을 수립토록 의무화했다.

해양공간계획은 주요 해양 활동별로 최적의 공간을 사전에 할당해 구역을 정함으로 영향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행위 간 상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주요 해양 활동은 어업, 해상교통, 해양자원 개발, 골재 채취, 해상풍력 등 해양에너지, 안보, 해양관광, 해양보호 등이다. 용도별로 공간을 사전에 구획한다는 점에서 해양공간계획은 육상의 토지이용계획과 유사하나 공유재산으로 해양의 성격과 해양환경과 생태계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즉, 해양공간계획은 생태계 기반(ecosystem based) 접근법을 바탕으로 해양의 통합된 정보를 활용해 행위 간 상충 또는 양립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행위별로 최적의 공간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처럼 해양공간계획의 핵심 요소의 하나인 시·공간 할당 및 배치, 즉 장소 기반(place-based) 접근법은 지금까지 지배적이었던 부문별 관리보다 효과적이다. 해양 관리에서 ‘공간적 전환’은 해양 이용을 최적화 할 수 있다. ‘공간적 전환’은 모든 해양 활동을 공간에 공정하게 분배하고, 생태적으로 중요하고 민감한 공간을 외부 영향으로부터 보호하고, 서로 상충하는 용도를 분리하며, 호환하는 용도로 결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의 몇몇 국가들은 이미 도입 단계를 지나 법제도 기반을 확립하고 효과성을 평가하는 등 제도정착과 고도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영국 등 유럽연합(EU)의 선도 국가들은 해양 활동을 포괄하는 해양공간계획 제도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법률을 제정(혹은 개정)했다.

특히 영국은 해양관리기구(Marine Management Organisation: MMO)라는 준정부기구를 신설해 해양공간계획 수립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최근 들어 국경을 넘어서 국가 간(transboundary) 계획 수립 추진 기반을 마련하고, 해양공간계획과 혁신성장과 관계를 연구하며, 시행효과 분석을 위해 지표를 개발하는 등 제도를 고도화하고 있다.


시범사업과 향후 추진 과제

해양공간계획 도입 목적과 방식은 각 국의 관리 여건에 따라 다르나, 시범사업을 통해 경험을 축적한 후 본격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제도화 및 이행 과정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현재 해양 관리 방식에 적용할 수 있는 해양공간계획체제를 개발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시범사업의 목적은 제도 도입 이전에 과학적, 정책적 여건을 파악하고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 실행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시범사업은 2년에 걸쳐 이뤄졌는데, 첫 해에 계획수립 과정의 모델과 방법을 개발하고, 그 다음해에 해양활동에 중심을 둔 포괄적인 조닝(zoning) 체계를 마련해 적용했다.

시범사업의 적용 대상 해역은 경기만 주변 해역이다. 경기만 주변 해역은 우리나라 해양에서 일어나는 현안을 확인할 수 있는 곳으로 각종 수요가 집중되고, 과학조사와 연구 자료가 풍부한 곳이다.

시범 사업에서 계획 수립 모델의 구성과 운영 과정에서 필요한 사항이 도출됐다. 이를 통해 향후 정책 도입과 이행에 필요한 우선 과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 독일의 해양공간계획 정보구축 시스템


해양공간 정보구축

첫째는 해양공간의 지속 가능한 이용과 관리를 위한 해양공간정보가 필요하다. 해양공간관리는 행위관리수단이 수반돼야 한다. 행위 관리의 근거가 되는 정보의 구축과 활용이 전제되어야 실효성이 있다.

20세기 후반 이후 정보는 국가의 관리대상으로 경쟁력제고를 위한 핵심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해양공간정보는 국립해양조사원, 국립수산과학원, 해양환경관리공단 등에서 수집해 관리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해양공간정보가 생산되고 구축됐으나, 이 중 해양에서 일어나는 인간 활동에 대한 공간정보는 해양환경이나 해양물리 정보보다 부족하다.

해양공간의 진단·평가·예측에 활용한 사례 역시 미흡한 편이다. 시범사업 과정에서 다양한 해양 정보를 수집해 지리정보체계(Geographic information systm: GIS)를 활용해 분석했다. 해안선과 조간대를 중심으로 해양공간정보가 구축돼 있고, 외해로 갈수록 정보가 부족했다. 또한 일부 정보는 해양공간관리에 활용하기에 적절한 형태로 구축되지 않았거나, 자료의 접근이 어려워 활용되지 못했다.

해양공간계획체제를 도입하는 시점에서 해양공간계획을 지원하기 위한 정보가 효율적으로 구축·활용되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해양공간계획은 과학적 자료와 사회적 합의에 기초하여 해양공간의 용도를 정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계획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해양공간정보는 해양 상태, 해양 이용, 해양 영향을 분석하고, 미래 상태를 예측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해양공간정보가 해양공간관리의 목적에 부합하는 형태, 단순 활동의 위치 정보뿐만 아니라 활동의 정도와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로 구축돼야 한다.

또한 기관별·분야별로 관리되는 해양정보는 해양공간관리의 체계적 지원을 위해 합의된 데이터 기준을 적용해 제공돼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해양공간계획 수립 및 이행에 필요한 정보체계 개념을 정립하고, 해양공간계획에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정하고 이 정보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활용하기 위한 기술, 법·제도 등에 관한 정보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향후 제도 이행 이후 모니터링과 평가를 지원하기 위한 정보로 활용·연계될 수 있어야 한다.

▲ 해양공간정보가 해양공간관리의 목적에 부합하는 형태, 단순 활동의 위치 정보뿐만 아니라 활동의 정도와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로 구축돼야 한다.

해양용도 구역지정과 관리

둘째는 해양활동에 초점을 둔 용도체계의 도입과 이행이다. 공간을 이용하고 관리하는 방식은 계획 중심과 용도 중심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계획 중심, 캐나다 및 미국 등의 국가는 용도 중심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영해는 연안용도해역제를 통해 관리되고있었으나, 현재의 다양한 해양 활동을 포괄하기 어려웠고,

인간 활동에 의해 개별 구역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고려하는 것이 미흡했다. 현재 해양공간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 예방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호구역 지정, 해역이용협의 제도, 각종 조사 및 모니터링을 시행하고 있지만, 상호 연계성을 고려한 통합적 접근이 부족한 상황이다. 툰디 아가디(Tundi Agardy) 박사는 해양용도구역은 우리가 해양을 이용하는데 있어 바람직한 공간을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고 언급했다.

해양용도구역의 지정과 관리가 필요한 이유를 의학적인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우리는 그동안 해양을 구조화된 방식으로만 관찰했고, 육지와 인간에 의해 그 기능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고려하지 않았다.

과거 의사가 병의 원인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있어 해부학에만 집중하고 생리학적인 면에 관심을 갖지 못한 것과 같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해양용도구역을 지정해서 관리하는 것이 해양의 중요한 공간을 인식하고, 이 공간의 기능을 훼손하는 원인 혹은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점검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각국의 해양공간계획은 일반적으로 해양보전, 어업 및 양식, 해상운송, 석유·가스 탐사, 골재 채취, 군사 활동, 해양에너지 개발, 해양레저 및 관광, 해양경관 및 문화자산, 해저 케이블 및 시설 등을 포함한다.

우리나라 해양공간계획 도입 배경이 행위 간 상충의 조정, 지속 가능한 해양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다양한 해양활동을 포괄하는 용도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시범사업을 통해 해양에서 받을 수 있는 주요활동을 점검했고, 이는 9개 해양용도구역으로 법률에 반영됐다. 9개 해양용도구역은 어업활동보호구역, 골재·광물자원개발구역, 에너지개발구역, 해양관광구역, 환경·생태계관리구역, 연구·교육보전구역, 항만·항행구역, 군사활동구역, 안전관리구역이다.

해양공간계획의 핵심 요소가 될 해양용도구역은 우선 지정을 위한 평가 방법과 절차를 개발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지만, 동시에 지정 후 관리를 위한 기준, 관리 조치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법 개정에 따른 제도정비와 전담조직 신설

셋째는 「해양공간계획법」 제정에 따른 연안·해양 관리여건 변화를 고려한 제도 정비가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해안선 인접한 육역과 해역 관리에 집중, 친수, 경관, 재생 등 새로운 이슈 관리 등의 내용을 포함해 「연안관리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해양공간계획법」이 「연안관리법」의 계획 체제를 흡수해 만들어진 법이니 만큼 연안관리제도의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고, 광역 및 기초 지자체 관련 업무 담당자의 정책 공감대 형성과 인식 증진이 필요하다.

넷째는 해양공간관리 전담조직 신설과 참여와 협력 기반 조성 필요하다. 우선 법률 제정과 함께 정부 내 해양공간계획을 총괄할 전담부서 및 해양공간정보의 통합관리, 공간특성평가 및 타 부처의 이용개발계획에 대한 적합성 검토 등을 위해 (가칭)해양공간계획 평가 전문기관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도입 초기 단계에는 정부가 현명한 리더십을 발휘해 해양공간계획체제의 성공적 안착을 유도하되, 중장기적으로는 계획 수립·이행의 실질적인 주체인 지자체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양공간계획법, 조기 정착돼야

엘리노어 오스트럼(Elinor Ostrom)는 “일반적으로 개인은 자신의 단기 이익을 극대화하기 보다는 장기 이익을 공유하기 위해 협력할 수 있으며, 자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협력과 상생을 유도하는 제도적 환경이 ‘공유재의 비극’을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공유재의 협력관리는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공유재인 해양의 특성상 해양공간계획의 성공 여부는 궁극적으로는 해양 이용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하고 이해관계자들 간의 합의를 끌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계획의 준비-수립-이행-평가의 전 과정에 이해관계자 참여를 보장하되, 초기 단계의 참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계획(안) 심의 시 이해관계자 참여보고서 첨부 의무화를 통해 참여를 제도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해양공간의 통합관리에 관한 명분이 중요하더라도 지역과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을 충분히 거치면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해양공간계획법」은 전 해양공간을 대상으로 다양한 해양 활동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초기 시행단계에서 다소 혼란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입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법률이 해양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법률로 공감대를 얻었으며, 해양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인식됐다. 대국민 홍보와 인식 증진을 통해 법률이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최희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위원  hdhy@hdh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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