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어업협상, 5월 이후 믿는 구석 있다?
한일어업협상, 5월 이후 믿는 구석 있다?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8.05.0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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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느긋한 데는 이유 있어

[현대해양 박종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청와대를 방문한 고노다로 일본 외무상을 만나 조속한 한일어업협상 타결을 위해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까지 우려한 한일어업협상이 2016년 6월 30일 결렬 이후 2년간 답보상태에 있다. 일본 EEZ(배타적 경제수역)에 진출하지 못해 어장이 축소된 우리 수산업계는 어획량이 크게 줄어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우리나라 고등어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선망업종의 경우 2015년 21만6,000여 톤이던 어획량이 2016년에 21만여 톤, 지난해에는 14만4,000여 톤까지 급감했다. 

얼마 전에는 대형선망 선사 1곳이 도산했다. 부산공동어시장의 위판 물량은 반토막이 났다. 이 때문에 중도매인, 항운노조원 등도 수입이 감소돼 애를 태우고 있다. 여기에 선원을 포함한 3만여 명의 관련 업종 종사자들의 일자리도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조업구역 축소로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어선들이 우리 어장으로 집결하면서 우리 어선 간의 조업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한일어업협정이 결렬된 표면적 이유는 제주지역 연승어선의 일본 수역 입어 척수를 둘러싼 이견 때문이다. 일본 정 부는 일시에 3분의 1 수준으로 감척하라고 요구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단계적인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대형선망어선들의 피해가 커지자 우리 정부는 선망어선만이라도 먼저 상호 입어하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이마저 거부당하고 있다. 우리와 달리 일본은 협상에 매우 소극적이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일본 정부는 연승어선 척수 외에 우리 어선의 불법조업에 대한 조치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어떤 이유든 일본 입장에서는 크게 아쉬울 게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 어선의 일본 EEZ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반면 우리 해역의 자원감소 등으로 수산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협정 폐기? 

대형선망업계 관계자는 “5~6년 전만해도 제주도 근해에 어황이 좋고 고기가 많을 때 좋은 고기 잡으러 온다고 일본이 서둘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상황을 전했다. 

실제로 일본의 어획량은 우리 어선의 10%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2015년 어기의 경우 한국은 조업규모가 3만 7,735톤이었지만 일본은 3,927톤 수준에 머물렀다. 우리가 얻는 게 더 많다는 것이다. 협상이란 게 주고받는 것인데 일본 입장에서 자기네 어장을 내어주고 우리 어장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적으니 급할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정치적 문제로 분석하는 견해도 있다. 또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문제와 연관 짓는 이들도 있다. 지난달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일간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후쿠시마 8개 현의 수산물 수입  금지해 WTO에 제소가 돼 있지만 한일어업협정과 연계된 것”이라고 풀이했다고 한다. 김 장관은 또 “일본은 별개라고 얘기하는데 당연히 연결돼 있다. 둘 다 어려운 문제” 라고 말했다고. 

해수부 고위간부는 “손뼉도 손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데 저들은 우리가 협상을 하자 해도 답이 없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김영춘 장관은 “담당 국장에게 ‘4월에 세게 협상 해라. 비상한 결심을 할 수 있다’는 의사를 일본에 전하라고 했다”고. 그러면서 “5월부터는 일상적 협상이 아닌 다른 방식의 협상이나 결단으로 전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장관 발언처럼 협상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 한국에만 좋은 협상을 위해 일본이 테이블에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어업협정 자체를 폐기하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4일 전국선망선원노조, 대형선망수협, 대형기선저인망수협, 부산공동어시장, 어시장 중도매인 등은 부산공동어시장에서 ‘한일어업협정 타결 촉구 부산 어업인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불평등적이고, 일방적인 한일어업협정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전제하고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에 대한 문제가 많은 신한일어업협정을 파기하고, 우리의 영유권인 중간관리수역에 있는 독도를 기점으로 경계협상이 새로 이뤄져야 한다” 고 주장했다. 

제주도 어민들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13일 제주해양수산정책포럼과 제주도어선주협의회는 한일어업협상 조속 타결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해수부 등에 발송했다. 

해수부 고위 관계자는 “외교라인을 통해서 연락도 하고 과장도 보내고 국장도 보내 협상을 시도하려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장관이 말하는 ‘다른 방식의 협상’ 혹은 ‘결단’에 대해서는 끝내 밝히지 않았다. 과연 우리 어업인들이 믿고 기다릴 만한 히든카드를 해수부가 쥐고 있을지,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막힌 구멍을 뚫어야 할 상황이다.

한일어업협정이란

한일어업협정(韓日漁業協定)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 맺어진 어업에 관한 조약이다. 공식명칭은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어업에 관한 협정. 1965년에 체결됐으며, 1998년 1월 23일 일본의 일방적 파기 선언으로 무효화 됐다가 1998년 9월 25일 협정을 다시 체결했다. 1998년 체결된 협정을 신(新)한일어업협정이라 부르기도 한다. 1999년 1월이 (신)한일어업협정이 발효된 이후 두 나라는 매년 어기인 7월 1일부터 다음해 6월 30일에 맞춰 상대국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어떤 어종을 얼마나 조업할지를 협의해왔다. 우리는 일본 EEZ에서 고등어, 전갱이, 갈치를 주로 잡고 일본 또한 우리 EEZ에서 고등어, 전갱이, 갈치를 주로 어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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