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공치
학공치
  • 이두석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 승인 2011.03.1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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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공이 부리를 낚싯바늘로 이용한 물고기

학공치는 동갈치목 학공치과의 바닷물고기이다. 몸은 길고 체고는 낮으며 횡단면은 타원형에 가깝다. 중국 남부, 일본, 한국 연근해에 널리 분포하며 군집생활을 한다.

학공치라는 이름은 입(아래턱)이 학의 부리처럼 길게 튀어나와 붙여진 이름이다. 영어권에서는 새부리 모양의 주둥이를 나타낸 혼피시(Horm fish), 하프빅(Half beak)으로 부르며, 일본에서는 몸통이 가늘고 긴 물고기란 의미의 ‘사요리(サヨリ, 細魚?針魚)’라 부른다.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에는 학공치를 ‘공치(鍼魚)’라 하였고 ‘몸은 가늘고 길어 뱀 같다. 아랫부리가 침(鍼)과 같이 가늘며, 그 길이는 3~4치, 윗부리는 제비부리와 같다. 빛깔은 희며 푸른 기미가 있다. 맛은 달고 산뜻하다’고 그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시진의『본초강목』이나 서유구의『난호어목지』에 보면 학공치의 뾰족한 주둥이 뼈를 낚싯바늘로 이용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학공치를 다른 말로 강공어(姜公魚)라고 하는데, 강태공이 학공치의 주둥이 뼈로 낚싯바늘을 만들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 속담에 ‘강태공의 곧은 낚시질’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큰 뜻을 품고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한가한 나날을 보낸다’는 것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곧은 낚시란 굽거나 휘지 않은 바늘의 양 끝을 날카롭게 간 다음 중간에 낚싯줄을 묶어서 드리우는 예전의 낚시 방식이다. 그래서 강태공은 물고기를 낚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낚싯대만 드리우고 있었다고 한다.

같은 뜻으로 ‘강태공 위수(渭水) 변에 주 문왕 기다리듯’이라는 속담이 있으며, ‘강태공이 세월 낚듯 한다’는 속담은 무슨 일을 매우 더디고 느리게 함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학공치는 잡아도 살리지를 못한다. 수족관에 넣어도 살지를 못한다. 산채로는 절대 인간의 입과는 만나지 않으려는 고고한 물고기이다. 그래서 바로 회로 하는데 흰 살 생선으로 지방이 적어 담백하고 향이 특이하다. 특히 봄철에 맛이 좋아 고급 횟감으로 널리 쓰인다.

학공치는 아랫부리가 길고 불그레하며 몸은 은백색으로 고고한 학을 연상케 하는 물고기이다. 그러나 내부의 복강막(腹腔膜)은 검은색인데 이것을 먹으면 쓴맛이 난다. 그래서 외모는 번듯하나 속이 검고 엉큼한 사람을 가리켜 ‘학공치 같은 사람’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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