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세종과학기지 30년, 미래 위한 초석 다지다
남극세종과학기지 30년, 미래 위한 초석 다지다
  • 윤호일 극지연구소장
  • 승인 2018.04.0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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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윤호일 극지연구소장

[현대해양] 지구상의 마지막 미개척지 극지, 그 중 한 축인 남극의 끝자락 킹조지섬에 1988년 2월 17일 대한민국 첫 남극과학기지인 세종과학기지가 세워졌다. 우리나라의 남극 진출은 바다로부터 시작됐다.

크릴을 시험 어획하며 남빙양을 조사하던 연구자들이 남극해를 중심으로 한 남극 지역에 첫 발을 내딛었다. 춥고 가혹한 환경에서도 우리 연구진은 지속적인 조사를 벌였고, 1986년에는 남극조약에 가입했다. 하지만 기지가 없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과학연구를 수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남극세종과학기지는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극지의 해양학, 대기과학, 고층대기물리학, 생물학, 지질학 연구의 포문이 열렸다.

크릴 시험 어획과 해양조사부터 1985년 남극관측탐험 성공, 1986년 남극조약 가입, 그 후 불과 2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 안에 이뤄낸 남극세종과학기지 준공까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극지와 대양에 대한 호기심은 불가능해보였던 일들을 이뤄내게 한 원동력이 됐다.

극지, 기후 변화에 매우 민감한 곳

남극과 북극을 지칭하는 극지는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고 기후 변화에 매우 민감한 곳이다. 45억 년 동안의 지구의 기록을 고스란히 간직한 극지의 빙하는 지구의 기온 변화에 의해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며 형태를 달리하고, 이 변화는 주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빙하가 녹은 얼음물이 바다로 유입되면 바닷물 순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극지의 얼음이 기후변화에 의해 극심한 변화를 보이면 자연히 바닷물 순환도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되고 결국 우리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기에 극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 현상을 관찰하고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함으로써 앞으로 지구가 어떻게 변화할 지 예측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온 인류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남극에 초기 극지연구 거점 세워

일찌감치 남극에 눈을 돌렸던 선도국들에 비해 30여 년 정도 늦게 출발한 대한민국의 남극세종과학기지의 발걸음은 그만큼 분주했다. 과학연구 성과를 통해서만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 특수한 지역인 남극에서 우리나라 초창기 극지연구 거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고, 지난 30년 간 세종기지를 거쳐간 490여 명의 월동연구대원과 3,000여 명의 연구자들이 세계 유수 학술지에 200편이 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남극 연구의 중심지로 굳건히 자리잡았다.

대표적으로 세계기상기구(WMO)의 정규 기상관측소로 지정돼 세계 기상예보에 활용할 기상정보를 전송하고 있으며, 미래 청정에너지원인 가스하이드레이트 매장지를 발견했다.

또한, 극한환경에서 살아남은 생물의 생존비결을 연구하며 남극의 효모와 빙하 속 미생물에서 결빙방지 단백질과 남극 지의류에서 노화방지 물질을 발견했고, 기지 인근의 펭귄 거주지를 남극특별보호구역(ASPA No. 171 나레브스키 포인트)으로 지정해 생태계 보전에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꾸준한 성과는 2002년 북극다산과학기지 개소, 2009년 대한민국 최초 쇄빙연구선「아라온」 건조, 2014년 제2남극과학기지 장보고기지 준공으로 이어졌다.

지구온난화 연구 허브기능 수행

현재 우리나라 극지연구 인프라 수준과 연구역량은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가 됐다. 실제로 남극에 두 개 이상의 상주과학기지를 운영하며 매년 월동연구대원을 파견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30년이 채 되지 않은 단기간 동안 이 정도의 발전을 이룬 것은 아낌없는 정책적 지원과 추위와 극한에 도전하는 연구자들의 열정, 그리고 국민들의 끊임없는 격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극지연구의 내실을 다지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자 한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남극세종과학기지의 노후화된 시설과 연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증축 공사를 진행했고, 친환경 연구기지로 탈바꿈하기 위해 시설을 대폭 교체했다.

특히 세종기지가 있는 서남극 지역은 지구 온난화 연구의 최적합지로 각국의 과학자들이 방문하고 싶어하는 곳이기에, 세종기지의 연구시설과 숙박공간을 확충하고 선진 과학자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지구온난화 연구의 허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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